이제 막 시작한 작은 교회지만 그 안을 품은 영혼에 대한 사랑과 선교의 열정만큼은 넓고 깊은 교회가 있다. 로렌스빌의 조용한 강윤구 목사의 사택에서 시작된 ‘애틀랜타 주은혜교회’가 그곳이다.
새들이 지저귀는 작은 정원을 지나 문을 열고 들어가니 탁 트인 예배당이 눈에 들어왔다. ‘알파와오메가’라고 쓰인 유화를 바라보며 두 줄로 정갈하게 정리된 의자들, 딱 그 크기에 어울리는 건반 그리고 사무실 겸 서재, 친교실과 부엌 등이 분리되어 편안하면서도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주은혜교회.
겉으로는 개척 회의론자, 속으로는 두려워했지만, 마흔 여섯에 첫 개척 하게 된 것은...
“처음 이 집을 구입할 때 막연히 ‘이곳에서 교회를 시작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는 부목사, 담임목사, 병원 원목 등으로 사역하면서 잊고 있었는데 지난 해 담임했던 교회를 사임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놓고 기도하고 고민하던 중 다시 개척에 대한 마음을 주셨습니다. 목사로서 소임을 받았으면 하나의 교회를 건강하게 세워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것도 하나님께 기쁨이 되시겠다는 소망으로 시작했습니다.”
청소년 시절 목회자로 소명을 받고 흔들림 없이 목사로 살아오면서, 한 곳의 목회지에서 최선을 다해 섬기다 ‘이제 새로운 길을 주실 것’이라는 마음이 들면 지체 없이 사임했다는 강윤구 목사는 “지난 목회지를 사임하면서 주변에서 갈 곳은 정했냐고 물으셨어요. 지금까지 마음의 확신을 갖고 사임하면 마치 준비해 놓으셨다는 듯이 2주 안에 새로운 사역지나 사역을 맡겨 주셨기 때문에 이번에도 역시 다른 계획은 없었죠. 그리고 개척에 대한 소망을 주셔서 사모에게 이야기 하니 오히려 저보다 더 담대하게 그렇게 하자고 하더라고요. 모이는 수는 적지만 참 감사하고 행복합니다”라고 개척의 과정을 설명했다.
강윤구 목사는 ‘개척’에 대해 겉으로는 ‘회의론자’였고 속으로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미 많은 교회들이 있는데 한 개 더 개척할 필요가 있냐고 말은 했지만 사실은 두려움도 없잖아 있었다고. 청빙받아 담임 목회를 할 때와 개척하는 지금과 마음 가짐의 차이는 별반 없다면서도 개척을 하면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일을 하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고 한다.
“공부 하면서 전도사로 섬기던 시절이나 부 목사로 있으면서 경제적인 부분을 위해 일을 할 때는 그 수입이 우선은 나의 생활을 위한 것이었어요. 그런데 개척을 해보니 ‘파트 타임 목사’는 있을 수 없어요. 무슨 일을 해도 항상 제가 목사인 것을 당당하게 밝히고, 자연스레 상담도 하고 전도도 했는데, 그것이 세상 가운데 하나님께서 보내신 목회라는 걸 경험했습니다. 전도라는 것이 사람을 데려다 놓는 것만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 나의 삶을 보면서 예수님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일하면서 얻은 수입이라면 모두 헌금하고 목회자로서 사례비는 교회에서 정한 대로 받는 것이 맞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라도 풀 타임 목사로 사는 것이죠.”
▲주은혜교회 예배당 |
영원하신 그 분께 ‘소망의 닻’을 내리도록 돕는 예배
주은혜교회에서는 매 주일 성찬식을 한다. 설교도 교회력을 따라 정해진 본문을 읽고, 그 안에 준비해 두신 은혜의 샘물로 메마른 영혼을 채우게 하는데 초점을 둔다. 이제 막 태동된 교회인 만큼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개신 교회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말씀과 성례전을 충실히 지켜 그 기본의 틀 가운데 두신 ‘신령과 진정’을 성도들 스스로 맛볼 수 있도록 인도하고자 하는 의도다.
“교회력에 따라 매주 구약, 신약, 시편, 서신서를 성도들과 함께 읽고 이 중에 본문을 정해 설교를 준비해요. 역동적인 면은 조금 떨어질 수 있지만, 설교를 준비하고 전하면서 많은 제가 많은 은혜를 받아요. 가끔은 정말 설교하기 어려운 본문도 있는데 그걸 포기하지 않고 말씀과 씨름하면서 하나님께서 열어주시는 것만 바라보고 기도하게 되니까요. 또 성찬이라는 하나의 형식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예수님의 찢기심을 매주 묵상하게 됩니다. 이를 지켜 행하라고 하신 뜻이 무엇인지 찾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부어주시는 은혜를 담는 그릇이 되는 듯합니다.”
강윤구 목사는 예배가 고착화된 ‘형식주의’에 매여서는 안되지만 그 틀 가운데 경험할 수 있는 은혜의 세계가 있기에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조금은 딱딱해 보일 수 있지만 타성에 젖지 않고 그 본질을 구하고자 한다면 교회력을 따르는 설교나 성례식이 감정이나 형편에 치우치지 않고 ‘영원하신 그 분께 소망의 닻을 내리는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하신 말씀 따라서
“오병이어 기적에서 거기 모인 이들을 먹이려면 이백 데나리온의 돈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말씀 하시죠. 우리가 가진 것이 작고 적더라도 우리가 가진 것으로 주길 원하십니다. 주은혜교회는 작지만 어떤 모습이든 실질적으로 마시우고 먹이는 사역을 해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노숙자 사역입니다. 교회가 성장하면 하려고 하면 못하게 되요. 처음부터 재정의 10% 이상을 선교에 사용하기로 정했고, 작은 것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주은혜교회의 외적 사역은 노숙자 사역을 비롯해 입양인 문화 사역, 남성기독합창단 후원을 통한 문화 사역, 비정기적인 신학생, 목회자 후원 사역 등이다. 이제 막 시작한 교회가 감당하기에는 벅차지 않을까 싶지만, 예수님의 말씀처럼 주은혜교회가 가진 것을 나누는 일이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한다. 특히 노숙자 사역은 매주 애틀랜타 다운타운으로 나가는데, 한 달에 두 번은 연합장로교회 노숙자 사역팀과 함께 음식을 준비해 육적인 배고픔을 달래주고, 강윤구 목사가 설교를 준비해 영적인 배고픔까지 채워주고 있다. 나머지 두 번은 강 목사 가족들끼리 시원한 음료를 준비해 다운타운에서 목마른 이들에게 미소와 함께 목을 축이게 해주는 일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상담’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강윤구 목사인 만큼 언제 어디서든 상담이 필요한 경우 주저 않고 달려간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늦은 개척이니 조급하지 않냐는 기자의 우문(愚問)에 강윤구 목사는 “내 일이 아니라 주님의 일이기 때문에 복음을 전하는 일에 대해 조급할 뿐이지 언제 성장할까라는 걱정은 없습니다. 그것이 관심이면 시작도 안 했을 거에요. 만일 하나님께서 너는 그 정도 사이즈 교회를 허락했다고 하시면 ‘예 맞습니다 주님’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는 받아들여짐, 평안함 가운데 성도들을 양육하고 밖으로는 섬김과 선교 사역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라고 현답(賢答)했다.
미주성결교단 애틀랜타 주은혜교회는 주일 오전 10시 30분, 수요일 오후 6시, 월~금요일 오전 5시 30분 예배드리며 청소년 주일모임을 주일 오전 10시, 어린이 주일모임을 주일 오전 11시 15분 갖고 있다. 교회는 960 Scales Rd, #130 Suwanee, GA, 30024에 위치해 있으며 문의는 678-862-3085, pastorkang@hotmail.com으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