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미국 연방법원 배심원단이 삼성전자와 애플사(社) 사이의 특허 분쟁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준 이후 이 평결이 정보기술(IT) 업계 등에 미칠 다양한 문제점이 속속 지적되고 있다.


애플의 '안방'인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방법원에서 내려진 평결에 대해 미국 언론들도 처음에는 평결의 기본 취지인 '혁신에 대한 존중'을 강조했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제기되는 우려의 목소리가 언론 보도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늘어났다.


26일 IT전문지 씨넷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가장 먼저 불거진 우려는 '과연 이번 평결이 애플의 승리로 귀결되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들고 나온 다른 기업들도 애플처럼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계(OS) 프로그램을 사용한 스마트폰의 경우 독창적인 사용 환경을 제공해 이번 애플의 특허분쟁과 무관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윈도'폰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집계에 의하면 지난 2분기 출하량 기준으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쓴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은 68%, 애플의 'iOS'는 17%였지만 '윈도'폰은 3.5%에 그쳤다. 이 기간 출하된 '안드로이드'폰의 44%는 삼성 제품이었다.


더 큰 문제는 애플의 특허가 단말기 디자인 담당자는 물론 단말기에서 사용되는 응용프로그램(앱) 개발자들에게 '지뢰밭'이 될 가능성이다.


캘리포니아주의 디자인회사 텍토닉의 빌 플로라는 NYT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평결에서 애플의 멀티터치 화면 크기 조정(pinch-to-zoom) 기능이 삼성에서 침해한 특허 중 하나로 인정받았지만, 수많은 터치스크린 제품이 이미 이 기능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기능이 "자동차의 원형 운전대와 같다"며, 이 기능을 쓰지 않는 터치스크린 제품은 세모나 네모꼴 운전대를 자동차에 달아야 하는 상황과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마이크로소프트 임원 찰리 킨들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각종 특허를 보호하려다가 앱 개발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앱 개발자들은 여러 OS는 물론 이미 화면 비율이 각양각색인 단말기에 맞추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그동안 다른 IT 대기업에 비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유리한 업계 환경을 조성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번 평결을 내린 배심원단이 IT업계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과연 법원의 지침이나 소송 당사자들이 제출한 자료를 제대로 검토했는지도 논란이다.


배심원단에 특허 신청 경험자나 IT업계 종사자들이 포함돼 전문성은 충분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그럼에도 평의 시작 22시간 만에 평결이 이뤄진 점은 배심원단이 수많은 쟁점을 얼마나 충실히 다뤘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대표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씨넷은 한 배심원의 말을 인용해 논의 과정에서 배심원들 사이에 의견 대립이나 충돌이 분명히 있었다고 전했다.


법률분쟁 컨설팅업체 DOAR의 로이 퍼터먼 이사는 IT전문지 PC월드에 기고한 글에서 배심원단이 "심사숙고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사건의 내용이나 평결 양식이 매우 복잡했던 것과 비교하면 평결이 빨리 이뤄진 데 놀랐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법조 전문 블로그 '어버브 더 로'에 "평결 양식을 숙지하는 데에만 사흘이 걸릴 사건"이었다며 배심원들이 "동전을 던져서" 평결을 내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씨넷은 이런 견해들을 소개하며 평결 내용이 판결에서 뒤집힐 가능성마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