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이민 1세들은 가족의 밝은 미래를 꿈꾸며 미국에 가면 자녀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고 출세 가도를 달릴 것이라 기대한다. 지금도 많은 이민자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미국 땅을 밟고 있다.

▲최혜련 상담사ⓒ김브라이언 기자

그러나 타국에서의 삶은 기대한 만큼 그리 녹록하지 않다. 부모들은 자녀의 학업을 위해 낮선 환경 가운데서도 밤낮 없이 일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지만 정작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일만 열심히 하면서 자녀들의 필요를 채우면 된다는 부모의 생각은 자녀들을 외롭게 하는 결과를 내고 있다.

많은 한인 1.5세 2세 학생들이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주류 사회에서 영향력을 나타내고 있지만 그들이 겪은 문화 충격과 인종 차별로 인한 어려움은 어디서도 해결 받지 못하고 있다.

이민 가정의 정신건강 분야에서 10년째 상담사로 일하는 최혜련씨는 이민 사회의 문제 해결은 가정에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정은 사회를 이루는 가장 핵심적인 구성단위이며 실질적인 사회 변화를 가져오는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민 가정의 행복과 자녀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부모와 자녀에게 필요한 사항으로 '△한미 양국의 문화적 차이 이해 △서로간 진정한 사랑의 관계 확립 △올바른 자아 정체성 형성'을 꼽았다.

최혜련 정신 건강 상담가는 한인 1.5세로 타코마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스미스 컬리지 심리학, 종교학, 하버드대학 신학석사를 거쳐 현재 시애틀 대학교 심리학 박사 과정에 있으며 가정 정신건강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상담 과정 중 알게 되는 한인 1.5세 2세들의 어려움은 무엇인가?

“한인 자녀들은 한국과 미국 두개의 문화 가운데 혼란을 겪게 됩니다. 집에서의 삶과 집 밖에서는 삶은 전혀 다릅니다.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문제는 자녀들에게는 이런 문제를 이해해주고 의지가 될 대상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부모님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기 때문에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채 한국식 문화와 사고방식을 고집하는 것도 자녀들이 부모를 멀리하는 이유가 됩니다.

부모님들이 ‘내 아이는 괜찮을거야’라는 생각으로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녀들은 괜찮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사춘기,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문제가 생겼을 때 이야기 할 사람이 없다보니 마약으로 빠질 수도 있고 나쁜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한인 부모들이 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인가?

“자녀들이 살고 있는 미국의 문화를 잘 알아야 합니다. 부모가 유교식 문화적 배경으로 자녀를 양육하면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은 결국 부모 곁을 떠나게 됩니다. 자녀들은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미국 문화를 접하고 있는데, 부모 세대가 강압적으로 교육하거나 문화를 주입하는 것은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킵니다.

한인 1.5세 2세들이 알게 모르게 겪는 인종차별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사는 것이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가정 간에 대화가 사라지면 자녀들은 자신을 이해해주고 알아주는 사람에게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자녀들을 받아주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자녀들이 언제든 찾아와도 받아줄 수 있는 그런 안식처 같은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자녀가 A를 받던지 F를 받던지 자녀의 존재 자체를 인정해주고 사랑해 줄 부모의 모습이 필요합니다.”

-한인 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은 미국 땅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민 오시는 이유 가운데 자녀 교육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드시 좋은 대학에 가는 것만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좋은 부모의 역할은 아이의 꿈을 키워주면서 화목한 가정환경 가운데 자녀와 소통하면서 사랑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쌓는 것도 분명 필요합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청소년들을 살펴봤을 때, 좋은 대학교를 못 간다 하더라도 부모와 관계 형성을 잘 맺고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자아 정체성이 분명한 아이는 자신의 인생을 훌륭하게 만들어 갑니다.

부모의 압력에 못 이겨 일류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자신의 비전이 정리되지 않고 여러 가지 심리적 불안감으로 학교를 떠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럴 경우 벌써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성인이 되어 버리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2세들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어떤 조언을 해주나?

“미국에서 태어난 2세라고는 하지만 한국 문화에 대한 경험이 좋으면 자신은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반대로 한국 문화에 대해 상처를 받았다면 미국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삶을 택합니다. 하지만 어느 문화가 더 좋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문화에 의해 형성된 내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자기 정체성 확립입니다. 어떤 환경적 배경에 의해서 형성된 나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개체로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정 상담 문의 최혜련 상담사 : hsohol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