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규 목사는 60년 여 전 6·25 전쟁서 백마고지 전투에 참전했고 육군소령으로 명예 전역했을 만큼 노장(老將)이다. 10년 전에는 자신이 개척한 시애틀 중앙침례교회에서 은퇴했으며, 지난 7월 29일에는 자신의 여든 번째 생일도 맞았다. 주위에서는 쉼과 여유를 가지라고 말하지만 황 목사의 사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후원자와 선교사를 1대 1로 짝지어 매달 1백 달러를 후원하는 GSM(Good Shepherd Mission 선한목자 선교회)가 10년을 맞았다.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도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주님의 뜻과 선교를 위해 살겠다’는 황 목사의 의지는 GSM 선교회의 창립을 이끌었고, 현재 60개국 465명의 선교사를 후원하고 있다.
황 목사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면 오늘 하루 더 생명을 연장시켜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하나님께서 나게 맡기실 사역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다”며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GSM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이 부족하고 연약한 종이 하나님의 선교 역사에 쓰임 받았다는 사실이 너무도 감사하다. 언제 생을 마감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생명과 건강을 보전해주시고 주의 선하고 아름다운 일에 나처럼 무능한 자를 사용해 주신 것이 영광스럽다.
지난 10년 동안 GSM 선교회를 통해 일선에서 사역하는 선교사와 후방에서 지원하는 후원자가 아름다운 동역사역을 이뤘다는 것도 감사의 제목이다. 원래는 올해까지 GSM 700(선교사 300명 후원자 400명)이 목표였는데, 주께서 (선교사 465명 후원자 503명으로)넘치도록 채워주시는 은혜에 더욱 감격스럽다.
-GSM의 시작은 어떠했나?
2002년 7월, 담임 목회에서 은퇴했을 당시 폐암 말기 상태였다. 마지막 생명을 주께 드리고자 선교를 시작했다. 첫해에 15명에게 월 100달러를 후원했다. 100달러가 가장 값지게 사용될 수 있는 선교지에서 전도를 위해 쓰이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후원자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혼자서 매달 15명의 선교사에게 후원금을 보낼 수 있었다. 왜냐면 6.25 참전 중에 큰 부상을 당했는데 그때 상이용사에게 보상금으로 매달 50만원이 지급됐다. 그리고 시애틀 중앙침례교회에서 매달 은퇴 지원금으로 990달러를 보내줬다. 이 돈이 가장 값지게 쓰일 곳은 선교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15명에게 매달 100달러를 후원하면서 시작했다. 아들 집에 얹혀살고 있었기 때문에 생활비가 별도로 생활비가 필요했던 것도 아니다.(웃음)
-시작 당시 지금과 같은 선교회 규모를 생각했었나?
당시 폐암 말기로 의사가 살 수 있다고 예상한 기간도 훨씬 지나 하루하루 생명이 연장된 삶을 살았었다.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생명을 이어주실 때까지 계속 하겠다고만 생각했었다.
하루하루 생명이 연장돼서 한 3년 정도 더 살 것 같다는 마음이 들긴 했지만 이렇게 10년이 될 줄은 몰랐다. 그동안 주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그리스도와 생명을 전하는 일에 매진했는데, 지금도 살아 있는 것을 보면 주께서 아직 나를 통해 하실 일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주안에서 형제 자매된 모든 이들이 그의 가족이다. 특히 선교사들은 황 목사를 아버지라 부른다.ⓒ김브라이언 기자 |
-GSM 후원자들의 간증도 많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후원자들 중에는 한 구좌만 하는 것이 아니라 10구좌 어떤 분들은 20구좌, 어떤 분들은 50구좌 70구좌까지 하신다. 소액으로는 50달러하시는 분도 있다. 모두 다 귀한 선교헌금이다. 한 80대 권사님께서는 월 300달러 생활비 가운데 교회 십일조와 각종 헌금을 내시고 선교비로 또 50달러를 보내온다. 과부의 두렙돈이 바로 이런 헌금이 아니겠나 싶다. 나도 생활비 없이 지내지만 이런 헌금을 받을 때마다 마음이 겸허해진다. 일선 선교사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란다.
후원자들에게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설명하자면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많다. 내가 하나님의 일을 할 때, 하나님께서 내 일을 책임져 주신다는 간증과 고백이 이어진다.
또 무엇보다 후원자들이 선교 일선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어 감사하다. 열악한 환경 가운데 사역하는 선교사님들을 위해 물질과 기도로 협력하려는 마음이 너무도 귀하다.
-GSM 선교사들 가운데는 선교사가 다른 선교사를 후원하는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
선교지의 선교헌금은 어느 곳이나 매우 귀하게 사용된다. 특정 교단이나 교회의 지원이 있다면 여러 가지 사역도 추진하면서 효과적으로 선교할 수 있다. 그러나 마땅한 선교 지원이 없는 선교사들은 정말 자신의 삶을 다 내어놓고 생명을 드려 사역하고 있다.
GSM 선교사들 가운데 대다수가 그렇다. 그중에 계속 GSM에서 후원을 받던 선교사 한 분이 선교지에서 하게 된 비지니스가 하나님의 은혜로 성장해 다른 선교사들을 후원하고 있다.
자신의 선교뿐 아니라 자신이 후원함으로 다른 선교사가 복음을 전하게 된다면 그것 역시 선교이기 때문에 자신도 100구좌를 목표로 삼고 후원 선교사가 되겠다고 했다.
-GSM 선교회의 장점을 꼽는다면 무엇인가?
첫째로 모든 재정이 투명하게 집행된다. 전자 장부를 사용해 대표와 행정 간사 미국 회계와 한국 회계 전자장부 관리자가 함께 관리하면서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둘째로 선교비 중단이 없다. 후원자들 가운데 약정했지만 도중에 어려움으로 후원금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럴 경우 선교사들에게 어려움이 미치지 않도록 1년 동안은 계속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셋째로 후원자들의 후원금이 100% 선교지로 전달된다. 선교 단체를 운영하려면 인건비와 사무실비용 사무경비, 송금 비용 등 각종 부대비용이 발생하고 대부분의 선교기관에서는 후원금으로 이것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GSM은 모두가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어 인건비가 들지 않고, 선교관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어 임대료가 들지 않는다. 각 종 사무용품이나 송금 수수료는 후원자 가운데 별도로 지원하는 분이 있어 선교비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선교사 선정 기준은 어떻게 되나?
가장 우선하는 것은 복음을 전하는데 열정이 있는 선교사로 특별히 생명을 구원하는 일에 100달러에 효용가치를 둔 선교사를 후원한다.
미국 교단을 보면 한 선교지에 1년에 4만에서 7만 달러까지 후원하는 경우도 있다. 또 한 교회로 부터 파송 받아 매달 3천 달러씩 선교 후원을 받는 선교사도 있다. 이런 분들에게 100달러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100달러가 가장 값지고 무엇보다 더 많은 생명을 구원하는데 사용되는 선교지를 찾는다.
선교사를 선정하는데 있어 대표나 스텝들의 개인적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다. 학연과 지연, 혈연, 교단 등 모든 관계적 요인은 선정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
선교사 선정은 편파심이나 세상적 판단 기준이 아니라 언제나 기도하면서 겸허한 마음으로 주님의 뜻을 구하는 중에 선정한다. 주께서 선교사를 선정하시면서 후원자도 예비해두시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선교회의 모든 방향은 주님께 맡기고 있다.
-처음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매달 15명의 후원을 지속하고 있는가?
아니다. 지금은 25명을 후원하고 있다. 내가 소원하기는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매달 30명 선교사를 후원하고 싶다.
-앞으로 선교회의 비전은 무엇인가?
지금까지는 GSM 700이란 비전을 가지고 왔지만 앞으로 10년은 GSM 3000(선교사 1000명 후원자 2000명)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나아간다.
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해서 목표를 하향 조정하거나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잡게 되면 선교는 퇴보하게 마련이다. 기독교 역사를 봐도 마찬가지다. 현실에 안주하고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할 때부터 후퇴하게 된다. 부지런히 계속 전진할 때 열매가 있고 그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사역이다.
선교지 가운데는 앞으로 유럽도 포함이 된다. 아시아 사람이 백인들에게 선교한다면 잘 이해하지 못할 분들도 있겠지만 유럽과 영국이 선교 대상국이 됐다. 유럽 지역 선교사들 가운데 100달러의 가치가 효과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 지원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