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에 겪는 어려움은 때로 극단적 선택을 낳아 주변을 안타깝게 한다. 최근 한국에서 잇따라 발생한 고등학생 자살 사건이 한 예다. 비슷한 예를 미국에서 찾아보면, 5년 전 버지니아텍 총기사건의 범인 조승희 학생이다. 그는 32명을 죽인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였다. 단지 공부를 잘 한다는 이유로 어린 시절부터 겪고 있었던 선택적 함구증과 정서 문제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이 그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조승희 학생과 같은 과 동기였고 현재 심슨중학생 상담교사를 맡고 있는 폴 김 씨는 “여전히 전인 교육이 아닌 공부만 강조하는 문화가 한인 아이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의 전인교육(지적, 사회적, 신체적, 도덕적, 정서적, 영적 발달)을 강조하며 한인 교회 및 다양한 단체에 컨퍼런스를 병행한 그룹 상담을 제공하고 있는 겨자씨세대(대표 조세핀 김 교수, Mustard Seed Generation, 이하 MSG)가 결성된 것도 버지니아텍 사건이 발단이 됐다. MSG 대표인 조세핀 김 교수(하버드대학원 교육대학원 교수, 매사추세츠 주정부-연방정부 지정 상담사)는 폴 김 씨의 친 누나이기도 하다.
폴 김 씨에게 MSG의 결성과 한인교회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이들이 꿈꾸는 동역을 들어봤다.
-MSG는 어떻게 결성됐는가?
2000년 초부터 청소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기도모임을 이어가고 있었다. 작은 교회를 위주로 일을 하면서 아이들의 상처가 많다는 걸 알게 됐고 말씀으로 치유도 해야 되지만, 전인적 치유가 필요하단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2007년 버지니아 텍 사건이 터진 것이다. 그 사건이 계기가 돼 목회 상담학자 및 전문 상담가를 중심으로 단체가 결성됐다.
-MSG가 하는 일은 뭔가?
요청이 들어오는 단체나 교회를 대상으로 컨퍼런스를 열어주는 것이다. 기본적인 형식은 전인 치유를 강조하는 강의와 소그룹 토론을 통해 개인적인 상황에의 접목을 돕고, 마지막 날 찬양예배를 드리는 것인데, 상황과 단체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바뀌지만 전체적인 틀은 같다.
특히 소그룹 토론에는 전문 상담가가 되려고 하는 인턴이나 전문가들을 2명 씩 배치해 두고, 컨퍼런스가 3일이면 적어도 5~6번 정도 진행하면서 전문적 상담을 받게 한다.
-조승희 같은 학생, 지금도 있을까?
당연히 있다. 한국문화의 특징이 있다면 대화 방법은 둘째 치고, 스트레스 해소법이 주어진 게 없다보니 해결하지 못하고 꾹꾹 참다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까운 것은 대화방법이나 스트레스 해소법을 몰라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에 대한 압박이 너무 강하다보니까, 올 A학생 들을 보면 아무리 상담자로서 다른 전인교육의 다섯 분야를 말하려고 해도 듣지 않고 말을 끊고 나가버리는 아이들도 많다. 그래도 미국 아이들은 문제가 있으면 떳떳이 말하고, 해결받으려고 하는 편인데, 한국 아이들은 눈치로 모든 것을 파악하고 문제가 있으면 참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나중에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조승희 사건 이후로 한인사회가 변화된 것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나?
한국 사회가 조금씩 인정하게 된 것 중 하나가 아이가 사회에서 무난한 생활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승희 학생은 성적이 우수했고, 버지니아텍에서도 좋은 성적을 가지고 있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릴 때부터 문제가 있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하지 않는 선택적 함구증(selective mutism)을 앓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옆에 있는 사람을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병이 있음에도 성적이 좋다는 것 하나 만으로 사회는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미 대학에 들어 왔을 때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조승희 학생과 같은 과 동기였는데, 그에 대해 기억하는 것이 있나?
마지막 학기에 같이 들었던 수업이 영어 과목이었다. 강의는 교수님이 여러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지는 대화 식이 많았는데, 조승희 학생에게 질문이 던져지면, 한 곳만 쳐다보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럴때마다 교수님이 재치있게 다른 학생에게 질문을 넘기기는 했었다.
학기 중 조승희 학생에게 들었던 말은 딱 한마디, 첫 강의 시간에 자신의 이름이 '조'라고 말했던 것 뿐이었다. 개인적으로 적어도 3번은 먼저 가서 인사를 하려고 그랬는데 인사를 하려고 말을 걸어도 보고 그냥 지나가기만 했다. 한번은 어깨를 건드려서라도 말을 걸어볼까 했지만 실례일 것 같아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타민족에 비해, 한국 아이들이 많이 하는 고민은 뭔가?
왜 공부를 하는 지를 모르고, 대학을 들어가야 되는 것은 아는데 어떤 전공을 해야될 지 모르고, 꿈을 모르겠다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부터 목표가 대학이다 보니까, 대학에 들어가면 ‘나우 왓?(Now, What?)”이라고 묻게 된다. 반면 미국 아이들은 6학년부터 자기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 지를 알고 부모님들이 계속 격려를 해준다.
얼마전 축구 선수 박지성이 쓴 책에서 크게 공감한 부분이 있다. 다른 나라에서 운동을 하다보니까, 축구를 잘하는 사람은 한 발이 다른 발에 비해 유난히 강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발이 강하지 않더라도 커버가 된다. 한국에서는 두 발 다 훈련을 시키고, 다른 나라는 자기가 원하는 한 발을 사용하되 정말 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한국 부모님들은 네가 하고 싶은 것들을 둘째 치고, 성적에 들어가는 모든 것들을 액셀런트 하게 하라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모든 분야를 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다 보니까, 다양한 것을 잘하면서 자라는 데 정말 잘하는 게 뭐냐고 물어보면 다 거기서 거기라는 대답이 나온다.
-교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부모와 자녀의 대화가 필요한데, 브릿지가 없다. 모든 사람이 문제라는 것은 알고 해결해야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막상 나서서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한인교회가 그 브릿지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다같이 기도합시다’에서 끝나지 말고, 전문적으로 상담을 공부한 사람들이 나서서 패밀리 카운슬링을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교회는 상담학 학위와 목회학 학위를 가지신 분들이 카운슬러가 되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인교회는 전문적 상담가를 세울 만큼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않은데, 다른 방법은 없나?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들을 이용해야 한다. 버지니아 만 해도 워싱턴 크리스천 상담 교육원(WCCI), 겨자씨세대(MSG), 워싱턴가정상담소(NIFC) 등에서 많은 세미나들과 컨퍼런스를 열고 있다. 거기서 베네핏을 얻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지?
왜 우리는 하나님을 영적인 하나님으로만 보고, 육체적, 도덕적인 하나님은 보지 못하는가? 왜 하나님을 작은 박스에 넣어놓고, 다른 모든 영역은 우리가 스스로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삶의 6가지 영역 ‘지적, 사회적, 신체적, 도덕적, 정서적, 영적’ 분야를 만드신 분도 하나님이시다. 6가지 분야 중에서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에게, 치유를 위해 말씀과 기도를 강조하면, 영적 성숙도는 커질수 있지만,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한인교회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들을 제시해 주고, 목회 상담가들에게 투자해야 한다. 계속 멘토가 되어 주고, 동역자의 개념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단체와의 동역이 절실하다.
겨자씨 세대 웹사이트) http://www.msgeneration.com/
▲조승희 학생과 같은 과 동기였고 현재 심슨중학생 상담교사를 맡고 있는 폴 김 씨는 “여전히 전인 교육이 아닌 공부만 강조하는 문화가 한인 아이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 |
청소년들의 전인교육(지적, 사회적, 신체적, 도덕적, 정서적, 영적 발달)을 강조하며 한인 교회 및 다양한 단체에 컨퍼런스를 병행한 그룹 상담을 제공하고 있는 겨자씨세대(대표 조세핀 김 교수, Mustard Seed Generation, 이하 MSG)가 결성된 것도 버지니아텍 사건이 발단이 됐다. MSG 대표인 조세핀 김 교수(하버드대학원 교육대학원 교수, 매사추세츠 주정부-연방정부 지정 상담사)는 폴 김 씨의 친 누나이기도 하다.
폴 김 씨에게 MSG의 결성과 한인교회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이들이 꿈꾸는 동역을 들어봤다.
-MSG는 어떻게 결성됐는가?
2000년 초부터 청소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기도모임을 이어가고 있었다. 작은 교회를 위주로 일을 하면서 아이들의 상처가 많다는 걸 알게 됐고 말씀으로 치유도 해야 되지만, 전인적 치유가 필요하단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2007년 버지니아 텍 사건이 터진 것이다. 그 사건이 계기가 돼 목회 상담학자 및 전문 상담가를 중심으로 단체가 결성됐다.
-MSG가 하는 일은 뭔가?
요청이 들어오는 단체나 교회를 대상으로 컨퍼런스를 열어주는 것이다. 기본적인 형식은 전인 치유를 강조하는 강의와 소그룹 토론을 통해 개인적인 상황에의 접목을 돕고, 마지막 날 찬양예배를 드리는 것인데, 상황과 단체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바뀌지만 전체적인 틀은 같다.
특히 소그룹 토론에는 전문 상담가가 되려고 하는 인턴이나 전문가들을 2명 씩 배치해 두고, 컨퍼런스가 3일이면 적어도 5~6번 정도 진행하면서 전문적 상담을 받게 한다.
-조승희 같은 학생, 지금도 있을까?
당연히 있다. 한국문화의 특징이 있다면 대화 방법은 둘째 치고, 스트레스 해소법이 주어진 게 없다보니 해결하지 못하고 꾹꾹 참다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까운 것은 대화방법이나 스트레스 해소법을 몰라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에 대한 압박이 너무 강하다보니까, 올 A학생 들을 보면 아무리 상담자로서 다른 전인교육의 다섯 분야를 말하려고 해도 듣지 않고 말을 끊고 나가버리는 아이들도 많다. 그래도 미국 아이들은 문제가 있으면 떳떳이 말하고, 해결받으려고 하는 편인데, 한국 아이들은 눈치로 모든 것을 파악하고 문제가 있으면 참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나중에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조승희 사건 이후로 한인사회가 변화된 것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나?
한국 사회가 조금씩 인정하게 된 것 중 하나가 아이가 사회에서 무난한 생활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승희 학생은 성적이 우수했고, 버지니아텍에서도 좋은 성적을 가지고 있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릴 때부터 문제가 있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하지 않는 선택적 함구증(selective mutism)을 앓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옆에 있는 사람을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병이 있음에도 성적이 좋다는 것 하나 만으로 사회는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미 대학에 들어 왔을 때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조승희 학생과 같은 과 동기였는데, 그에 대해 기억하는 것이 있나?
마지막 학기에 같이 들었던 수업이 영어 과목이었다. 강의는 교수님이 여러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지는 대화 식이 많았는데, 조승희 학생에게 질문이 던져지면, 한 곳만 쳐다보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럴때마다 교수님이 재치있게 다른 학생에게 질문을 넘기기는 했었다.
학기 중 조승희 학생에게 들었던 말은 딱 한마디, 첫 강의 시간에 자신의 이름이 '조'라고 말했던 것 뿐이었다. 개인적으로 적어도 3번은 먼저 가서 인사를 하려고 그랬는데 인사를 하려고 말을 걸어도 보고 그냥 지나가기만 했다. 한번은 어깨를 건드려서라도 말을 걸어볼까 했지만 실례일 것 같아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타민족에 비해, 한국 아이들이 많이 하는 고민은 뭔가?
왜 공부를 하는 지를 모르고, 대학을 들어가야 되는 것은 아는데 어떤 전공을 해야될 지 모르고, 꿈을 모르겠다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부터 목표가 대학이다 보니까, 대학에 들어가면 ‘나우 왓?(Now, What?)”이라고 묻게 된다. 반면 미국 아이들은 6학년부터 자기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 지를 알고 부모님들이 계속 격려를 해준다.
얼마전 축구 선수 박지성이 쓴 책에서 크게 공감한 부분이 있다. 다른 나라에서 운동을 하다보니까, 축구를 잘하는 사람은 한 발이 다른 발에 비해 유난히 강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발이 강하지 않더라도 커버가 된다. 한국에서는 두 발 다 훈련을 시키고, 다른 나라는 자기가 원하는 한 발을 사용하되 정말 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한국 부모님들은 네가 하고 싶은 것들을 둘째 치고, 성적에 들어가는 모든 것들을 액셀런트 하게 하라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모든 분야를 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다 보니까, 다양한 것을 잘하면서 자라는 데 정말 잘하는 게 뭐냐고 물어보면 다 거기서 거기라는 대답이 나온다.
-교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부모와 자녀의 대화가 필요한데, 브릿지가 없다. 모든 사람이 문제라는 것은 알고 해결해야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막상 나서서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한인교회가 그 브릿지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다같이 기도합시다’에서 끝나지 말고, 전문적으로 상담을 공부한 사람들이 나서서 패밀리 카운슬링을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교회는 상담학 학위와 목회학 학위를 가지신 분들이 카운슬러가 되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인교회는 전문적 상담가를 세울 만큼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않은데, 다른 방법은 없나?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들을 이용해야 한다. 버지니아 만 해도 워싱턴 크리스천 상담 교육원(WCCI), 겨자씨세대(MSG), 워싱턴가정상담소(NIFC) 등에서 많은 세미나들과 컨퍼런스를 열고 있다. 거기서 베네핏을 얻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지?
왜 우리는 하나님을 영적인 하나님으로만 보고, 육체적, 도덕적인 하나님은 보지 못하는가? 왜 하나님을 작은 박스에 넣어놓고, 다른 모든 영역은 우리가 스스로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삶의 6가지 영역 ‘지적, 사회적, 신체적, 도덕적, 정서적, 영적’ 분야를 만드신 분도 하나님이시다. 6가지 분야 중에서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에게, 치유를 위해 말씀과 기도를 강조하면, 영적 성숙도는 커질수 있지만,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한인교회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들을 제시해 주고, 목회 상담가들에게 투자해야 한다. 계속 멘토가 되어 주고, 동역자의 개념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단체와의 동역이 절실하다.
겨자씨 세대 웹사이트) http://www.msgeneration.com/
© 2020 Christianitydaily.com All rights reserved. Do not reproduce without permi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