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수십년 간의 군부 통치를 종식한 미얀마 민간 정부의 민주화 정책이 종교 분쟁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2일 BBC 등에 따르면 미얀마 서부 라카인 주(州)에서는 지난주 불교도와 이슬람교도 간에 종교 분쟁이 발생해 최소 7명이 숨지고 500여채의 가옥이 파괴됐다.
이슬람교도 3명이 지난달 말 불교도인 소녀를 성폭행하고 불교 신자들이 이에 대한 보복에 나서면서 양측 간 유혈사태로 확산됐다. 미얀마 정부는 라카인 주의 종교 분쟁이 확산될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지난 10일 이 지역에 비상사태를 발령했다.
미얀마 전문가들은 군사정권 당시에는 군부의 탄압으로 종교 분쟁이 발생하지 않았으나 최근 미얀마 내에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그동안 잠복해 있던 종교 간, 민족 간 갈등이 분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불교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라카인 주에 거주하는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은 무국적자들이다. 유엔은 로힝야족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차별을 받는 민족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다.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을 방글라데시에서 건너온 불법 이주민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미얀마 주민 대부분도 로힝야족을 적대시하고 있다.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은 비상사태 선포 당시 "종교 분쟁이 계속되면 미얀마의 민주화와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도 민족 간, 종교 간 자제를 촉구했다.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해 왔던 국제 사회도 이번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라카인 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종교분쟁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모든 당사자들이 자제심을 발휘해 폭력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은 라카인 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구호 요원들 가운데 비필수 인력을 안전지대로 피신시켰고 미얀마 정부에 구호 요원들에 대한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