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오랜 우정과 연대를 지속해온 클린턴 가문과 대표적 흑인 의원인 찰스 랭글(민주·뉴욕) 하원의원 사이에 금이 가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내달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랭글 의원을 지지하지 않기로 했다고 클린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인용해 미국 언론들이 18일 보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2010년 선거 당시 랭글 의원이 윤리규정 위반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 지지 입장을 표명해 큰 힘을 보탰었다. 그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마저도 랭글 의원을 겨냥해 "명예롭게 정치생활을 매듭지어야 한다"며 지지를 철회하고 여론마저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지는 그에게 천군만마였다.


두 사람의 정치적 인연은 오래됐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이른바 `르윈스키 스캔들'때문에 탄핵위기에 몰렸을 때도 의회 내 영향력을 갖고 있던 랭글 의원은 클린턴 전 대통령 방어에 총대를 졌다.


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뉴욕에서 연방상원의원에 도전했을 때 뉴욕 표심을 몰아주는데 랭글 의원이 기여를 했고,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 때도 랭글은 클린턴 진영에 섰다.


21선의 랭글 의원은 뉴욕 할렘 출신으로 40년동안 흑인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하지만 이번 재선캠페인에서는 경선에서부터 발목이 잡혀 최대의 정치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들이다. 81세의 고령인데다 지역구 재조정으로 흑인 유권자 우위에서 히스패닉 비율이 높은 지역구로 변화되면서 경선 문턱을 넘기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강력한 원군으로 여겨지던 클린턴 전 대통령마저 등을 돌림으로써 랭글 의원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셈이다.


그러나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랭글이 싫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클린턴 전 대통령의 측근은 전하고 있다. 랭글 의원에 맞서 경선에 도전한 후보 중 한 명인 클라이드 윌리엄스가 클린턴 재단 및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했던 인물이기 때문에 랭글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게 여의치 않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