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 한두 자루의 녹슨 듯 銃砲가 걸려
어딘가에 비낀 햇빛을 받아 외로움으로 비친다.
사막의 땅

언젤까 퍼부은 폭우 자국으로
할퀴어나간 비탈의 급경사
날카롭게 패이고
흙 바위가 드러난 뼈대
마른하늘에 걸려 있다

굽이굽이 해갈된 강바닥이었을 신작로를 따라
한 나절 내려왔을 때
사막은 펼쳐지고,
멀리에 하얀 플라스틱 지붕이 화학공장이라 했다
파아란 소금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고.

쏟아지는 태양 햇살로 염분 물에 멱 감을 때
黑진흙 해변에 발 미끄러지듯
바닷물에 몸이 잠긴다.

저려 저려 다시
떠 받쳐 올리는 묵직한 소금 끼 덩어리가 등에 치받쳐
몸은 공중에 떠 있나
희한한 부유(浮遊)로 황홀함으로 스칠 때
내 몸속으로 새로이 박혀, 녹아져
아홉 가지의 맛이 나는 열매로 영글어 가거라.

떠 오른, 지나 온 날들의 작은 眞實들이
마음 구석구석으로 퍼져서
발도 닿지 못하는 부유로
나를 떠밀어 온, 그렇게 흘러 온 세월이여

어디 멘가 정착(定着)으로,
나를 붙들어 놓았어야 했음에도
뿌리 뿌리 내리지 못했던
또 죽어 던져질 수도 없는 부유의 樹木이 되어
긴 고독 품고서
이 동네, 저 도시로
떠돌며 돌아 돌아 온 마을들이
이제 사 여기에서, 뿌리 내릴 것이려니...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 하시다. 이 참 험난한 세상에 그 맛 좀 냈으면 좋으련만, 사막 같은 생애였으리라. 스스로 되뇌면서, 그렇게 나는 내 모습을 제대로 되돌아보지도 않고서 내 달려온 생애려니, 생각해 본다. 제 몫도 제대로 세워놓아 본 적 없으면서도 허잘 것 없는 공중에 건성 매달린 銃砲처럼 외로워만 하였다. 그런데, 여기가 그 소금바다란다. 물기야 다 증발시켜 보낸 몇 천 년의 太古를 받아드리기만 하면서, 찌꺼기로 남아 있는 것은, 짜고 짠 소금덩어리들. 바닥은 차라리 시커먼 미끄러지는 뻘. 뿌리 하나 내리지 못하던, 浮遊하여 定着 없는 해(年)들을 보내오면서, 나에게도 남아 찌꺼기로 채워온 작은 眞實은 있으려니, 참 기대하고 주변에 소리치면서, 한편 다소곳이 기도하며 뛰어오긴 하였는데, 비록 부유하는 樹木이 되어서라도, 빠득빠득한 물 뿌리(根)는 내려서, 주변 세상에 그래도 아름다움을 그려갈, 화학품 바닥 공장의 비료 찌꺼기로라도 되었으면 좋겠네, 되었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