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3일 김용(Jim Kim) 다트머스대 총장을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한 이유를 밝혔다.

“세계은행의 목적은 개발도상국가들에게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제공해 이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이라며 “짐은 20년 이상 전 세계 개도국 사람들의 건강 향상을 위해 일해왔다. 의사로, 인류학자로 그는 ‘파트너스 인 헬스(Partners in Health)’를 설립했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일하며 HIV/AIDS 환자 3백만명을 치료했다. 이런 경험과 봉사는 그가 적임자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5세에 한국에서 이민 온 그는 고등학교 회장, 풋볼팀 쿼터백, 농구팀 포인트 가드로 활약했다”며 “그의 이야기는 이 나라의 위대한 다양성과 누구든지 다른 사람을 위해 열심히 일하면 여기까지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이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을 역임한 로렌스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 수잔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 등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뽑힌 이유다.

한국에서 태어나 다섯살 때 미국으로 온 김 총장은 중남미 등 빈민지역에서 결핵퇴치를 위한 의료구호활동을 벌였고 2004년에는 세계보건기구 에이즈 국장을 맡았다.

하버드 의대 국제보건*사회의학과정을 역임한 그는 2009년 다트머스대 제 17대 총장으로 선출된 아시안계 최초로 아이비리그(동부 명문 8개대) 대학 총장이 되었다.

그는 2006년 타임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에 선정되었고 2005년에는 US뉴스앤월드앤리포트에 의해 ‘미국 최고 지도자 25인’에 뽑히기도 했다.

타임지는 당시 김 박사가 남미에서 약품내성이 있는 결핵퇴지를 위해 노력하고 WHO에이즈 국장으로 감염성 질환 근절에 앞장섰다며 현 시대에 위대한 사상을 제공한 ‘과학자와 사상가’ 분야의 유력인사로 그를 소개했다.

한인 이민자의 아들로 그는 어떻게 이런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부모의 영향이 컸다.

그는 2009년 9월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북한에서 17살 때 홀홀단신으로 이남했다. 아버지는 한국에서 치과의사였는데 미국에서 다시 치대를 다녔다. 어머니는 미국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어머니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을 읽어주며 항상 우리가 이 사회와 세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씀해오셨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버지는 실용적인 사람이었다. 브라운대 1학년 때 아버지에게 철학을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이 나라에서 아시안계 미국인으로 성공하려면 한가지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자신을 먹여살릴 기술을 먼저 가진 뒤 하고 싶은 것을 하라며 반대하셨다”

김 총장의 선택은 의사가 되는 것이었고 하버드 의대를 진학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 깊이 있던 사회와 세계에 대한 책임은 의대 친구인 폴 파머와 함께 1987년 '파트너스 인 헬스'를 설립하게 했다.

단체의 주된 활동은 남미와 아프리카 등에 만연한 약품내성이 강한 결핵의 퇴치였다. 그 때부터 개도국을 다니며 결핵과 에이즈 치료 등 지구적 건강문제 해결에 나섰다.

하버드 의대 교수인 폴 파머는 “짐은 보스턴 도심 빈민지역에서부터 페루의 슬럼, 하이티, 르완다, 시베리아 감옥소까지 함께 갔다”며 “지난 30년동안 짐은 전 세계 가난과 질병의 악순환을 부수기 위해 헌신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2009년 다트머스대 총장이 되었다.

“한 사람이 많은 것을 할 수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지도자 군대를 양성해서 이들이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다. 소수의 헌신된 사람들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젊은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들이 더 위대한 것을 할 수 있다고 동기를 부여하고 싶었다" 총장직을 수락한 이유다.

3년이 지난 지금 그는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되었다. 세계은행 총재는 통상 미국인들이 맡아왔다. 이를 두고 일부 국가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김 총장의 총재후보 지명에 대해 개도국들은 환영하고 있다.

아프리카 르완다의 폴 카가메 대통령은 “그는 아프리카의 진정한 친구다. 10년 간 르완다의 효과적인 건강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우리를 도와았다”며 “그는 의사일 뿐 아니라 가난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도자이자 정말 훌륭한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김 총장은 한 한인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신학과 철학을 공부해서 일찌기 ‘이상’을 꿈꾸게 했다. 내가 보기에 많은 한인이민자들은 편한 삶만 꿈꾸는 것 같다. 한인사회는 이미 ‘잘먹고 잘 사는’ 수준을 넘었다. 이제는 소외된 곳과 우리의 역량이 필요한 곳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내가 아프리카 등에서 공중보건에 앞장설 수 있었던 것은 이민 1세들이 땀과 노력으로 기본적인 경제기반을 세웠기 때문이다. 차세대 한인들은 이제 세계인을 위한 일 찾아서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케이아메리칸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