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이 비싼 휘발유 가격을 쟁점화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고유가 논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 문제로 중동발 위기감이 고조돼 고유가 문제가 표면화된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세를 취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자금 모금 등을 위해 마이애미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유가가 전국에서 오르고 있는데,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며 "올해에는 좀 더 빨리 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애미대 학생 1천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그는 공화당의 '3단계' 유가 대책을 "첫 번째도 시추, 두 번째도 시추, 마지막도 오직 시추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이 어느 때보다도 유정 개발을 활발히 하고 신규 탐사도 준비하고 있다면서 국내 원유생산과 대체 에너지원 개발, 효율적 연비의 엄격한 기준 설정을 포함한 모든 관련 대책을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국내 원유생산이 아무리 늘어도 불안정한 중동 정세와 중국의 급증하는 에너지 소비 등 유가 상승 요인들을 상쇄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는 2010년에만 자동차 1천만대가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거나 적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최근 존 베이너(공화당) 하원의장은 같은 당 의원에게 비싼 휘발유 가격을 쟁점화할 것을 주문했으며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유가 상승 문제를 거론하거나 유가 인하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미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3.8ℓ)당 3.52달러까지 오른 가운데 일각에서는 4달러를 넘으면 그동안 인내하던 대중도 오바마 행정부에 등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휘발유 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공화당 측의 비판을 반격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말하는 방책이 신뢰도를 높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유가가 1년 전보다 12% 오른 점을 고려해 오바마 대통령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유가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존 매케인 당시 공화당 후보 진영은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시추 정책을 강조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