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과마음선교회(이사장 최덕순 목사)가 발행하는 계간 <손과마음> 제5호에 실린 글이다. 손과마음선교회는 변화와 해방을 꿈꾸는 북한 동포들에게 생명과 자유와 희망을 안겨주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인도적 구호단체다.
북한 사람들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감옥 속에서 태어나 단 한 번도 자유 세상을 경험하지 못하고 불운한 생애를 마감한다. 이것이 북한 사람들의 공식적인 일생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들에게도 외부 소식이 들려온다. 봄바람처럼 남쪽에서 불어오는 자유의 소식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서해와 동해가 접해진 북한 땅 연안에서는 육지와는 또 다른 자유의 틈새들이 있다. 그 틈새는 보위부와 경비대도 막을 수 없다. 어로 작업을 하다 바다 위에서 만나는 자유의 소리를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다. 뉴스를 듣고 케이팝을 들으며 목사님의 설교와 찬송을 듣는다. 바다 위에서 보내는 길고 긴 무료한 시간, 지금 이 시간에도 수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자그만 FM라디오를 통해 자유의 봄바람을 체험하고 있다.
어로작업 중 남한 방송 들어
최근 신의주에서 온 한 탈북형제를 만났다. 남한에 온지 3년이 됐다는 천상철 씨(가명, 42). 그는 고향을 그리며 재미있는 경험을 털어놓았다. 고기잡이를 좋아하는 그는 평북 선천에 출장을 갔다가 한 제대군인을 만났는데, 군관 출신의 이 남자도 고기잡이를 무척 좋아해서 서로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친해졌다고 한다. 제대군인은 천씨를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자기 가족까지 허물없이 소개해주었다. 천씨는 그로부터 또다른 공통점을 발견하고 더욱 가까워졌다고 한다. 그 공통점이란 ‘라디오로 남한 방송을 즐겨 듣는 것’이었다. 그날 밤에도 제대군인은 가족들과 함께 남한방송을 듣는 대담함을 보여 천씨를 놀라게 했다고 한다.
제대군인이 남한 방송을 애청하게 된 것은 제대 후라고 한다. 군에서 군관이라는 고위직을 지내기는 했지만 제대를 하고 나니 막상 할 일이 없고 생계가 막연하여 시작한 일이 고기잡이라고 한다. 대나무 발과 그물로 잡은 고기를 장마당에 내다 팔아서 입에 풀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에는 고기가 많아 많은 사람들이 고기잡이를 하는데, 그중에는 남의 그물을 훔치는 사람도 있어 자기 그물은 자기가 지키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밤을 새워 그물을 지키느라 잠을 자지 않는다고 한다. 찰싹거리는 물소리만 들으며 온 밤을 새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는 자연스럽게 작은 라디오를 구입해 주파수를 찾아가며 여러 방송을 청취하게 되었고 점차 남한방송에 익숙하게 되었다.
그물을 지키기 위해 비를 가릴 정도의 비닐 움막을 만들어 그 속에서 남한방송을 청취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고 한다. 그 제대군인은 선천 지역 기독교 박해역사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히 기독교 방송에 관심을 가지고 극동방송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놀랍게도 그의 방송청취 습관은 그에게만 있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인근 움막에서도 흔히 목격되는 일임을 알고 천씨는 또 한번 놀랐다고 한다.
바다에서 드리는 ‘선상예배’
제대군인의 얘기에 따르면 어업에 종사하는 바다 사람들은 대개 남한방송을 많이 듣는 편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기상예보를 듣기 위한 것이다. 북한의 ‘기상예보청’은 옛날부터 거짓말 잘 하는 곳으로 유명하여 누구도 그 기상예보를 믿지 않는다고 한다.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기상예보는 남한의 뉴스 시간에 들려주는 날씨정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부들이 배를 타고 나갈 때는 경비대에게 돈을 먹여서라도 라디오를 갖고 나가 날씨정보를 듣고 풍랑에 대비한다.
동해는 대개 오징어잡이를 하는 작은 목선들이 출어를 하지만, 서해에는 큰 목선들이 출어한다. 어군 탐지기와 같은 현대적 어로장비가 없는 배들에 있어 유일하게 현대화된 장비는 반도체로 된 조그만 라디오가 유일하다. 바다 날씨를 예측하지 못하면 어느 순간 풍랑에 배가 좌초되고 전복되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라디오는 곧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 방송을 들어온 일부 선원들이 의기가 투합하여 배 위에서 ‘선상(船上)예배’를 드리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 됐다고 천씨는 말했다. 바다에서는 어느 곳보다 방해 전파가 없어 라디오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고 한다. 그래서 라디오에서 나오는 예배에 모두 함께 참여할 수 있다. 더구나 망망대해에서 누구도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모양의 예배 행위도 허용되는 것이리라. 함께 기도하고 함께 찬송하지만 거기에는 보위부도 경비대도 없는 가장 안전한 곳이 아닌가?
‘볶음 말씀’을 듣고 헌금도 해
더욱 놀라운 것은 북한 어투로 ‘볶음(복음을 북한 어투로는 된 소리로 발음한다-편집자 주) 말씀’을 들으면서 배 위에서 헌금을 한다는 사실이다. 말씀을 듣고 나서 모자를 중앙에 놓으면 저마다 몇 푼의 돈을 집어넣는데, 이것이 헌금 시간이다. 대체로 어로 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다른 직종에 비해 비교적 여유가 있어 헌금이 가능하다.
선교사들에 의해 한국에 기독교가 가장 먼저 들어온 선천 지역은 김일성의 지독한 박해에도 불구하고 대대로 지켜온 기독교의 전통이 지역민들의 뼛속에 스며있다. 겉으로는 기독교가 소멸되었지만, 선천 땅에 흐르는 순교자들의 피는 선천 지역이 하나님의 거룩한 땅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천씨는 증언했다.
그는 끝으로 이렇게 말했다. “북한과 이제는 미디어 전쟁을 벌여야 합니다. MP3, MP4, CD, DVD, UBS 그리고 라디오 등을 열심히 북한 땅으로 들여보내야 합니다. 성경 말씀과 찬송 그리고 복음의 영화 등이 담겨진 온갖 미디어들이 들어가면 북한 사람들의 의식은 더욱 밝아지고 어둠의 굴 속에서 광명의 천지로 나아올 것입니다. 바다 위에서 강가에서 들판에서 들려오는 자유의 소리를 김정일 일당은 결코 막지 못할 것입니다.”
/손과마음선교회 제공
북한 사람들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감옥 속에서 태어나 단 한 번도 자유 세상을 경험하지 못하고 불운한 생애를 마감한다. 이것이 북한 사람들의 공식적인 일생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들에게도 외부 소식이 들려온다. 봄바람처럼 남쪽에서 불어오는 자유의 소식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서해와 동해가 접해진 북한 땅 연안에서는 육지와는 또 다른 자유의 틈새들이 있다. 그 틈새는 보위부와 경비대도 막을 수 없다. 어로 작업을 하다 바다 위에서 만나는 자유의 소리를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다. 뉴스를 듣고 케이팝을 들으며 목사님의 설교와 찬송을 듣는다. 바다 위에서 보내는 길고 긴 무료한 시간, 지금 이 시간에도 수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자그만 FM라디오를 통해 자유의 봄바람을 체험하고 있다.
어로작업 중 남한 방송 들어
최근 신의주에서 온 한 탈북형제를 만났다. 남한에 온지 3년이 됐다는 천상철 씨(가명, 42). 그는 고향을 그리며 재미있는 경험을 털어놓았다. 고기잡이를 좋아하는 그는 평북 선천에 출장을 갔다가 한 제대군인을 만났는데, 군관 출신의 이 남자도 고기잡이를 무척 좋아해서 서로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친해졌다고 한다. 제대군인은 천씨를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자기 가족까지 허물없이 소개해주었다. 천씨는 그로부터 또다른 공통점을 발견하고 더욱 가까워졌다고 한다. 그 공통점이란 ‘라디오로 남한 방송을 즐겨 듣는 것’이었다. 그날 밤에도 제대군인은 가족들과 함께 남한방송을 듣는 대담함을 보여 천씨를 놀라게 했다고 한다.
제대군인이 남한 방송을 애청하게 된 것은 제대 후라고 한다. 군에서 군관이라는 고위직을 지내기는 했지만 제대를 하고 나니 막상 할 일이 없고 생계가 막연하여 시작한 일이 고기잡이라고 한다. 대나무 발과 그물로 잡은 고기를 장마당에 내다 팔아서 입에 풀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에는 고기가 많아 많은 사람들이 고기잡이를 하는데, 그중에는 남의 그물을 훔치는 사람도 있어 자기 그물은 자기가 지키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밤을 새워 그물을 지키느라 잠을 자지 않는다고 한다. 찰싹거리는 물소리만 들으며 온 밤을 새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는 자연스럽게 작은 라디오를 구입해 주파수를 찾아가며 여러 방송을 청취하게 되었고 점차 남한방송에 익숙하게 되었다.
그물을 지키기 위해 비를 가릴 정도의 비닐 움막을 만들어 그 속에서 남한방송을 청취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고 한다. 그 제대군인은 선천 지역 기독교 박해역사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히 기독교 방송에 관심을 가지고 극동방송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놀랍게도 그의 방송청취 습관은 그에게만 있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인근 움막에서도 흔히 목격되는 일임을 알고 천씨는 또 한번 놀랐다고 한다.
바다에서 드리는 ‘선상예배’
제대군인의 얘기에 따르면 어업에 종사하는 바다 사람들은 대개 남한방송을 많이 듣는 편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기상예보를 듣기 위한 것이다. 북한의 ‘기상예보청’은 옛날부터 거짓말 잘 하는 곳으로 유명하여 누구도 그 기상예보를 믿지 않는다고 한다.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기상예보는 남한의 뉴스 시간에 들려주는 날씨정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부들이 배를 타고 나갈 때는 경비대에게 돈을 먹여서라도 라디오를 갖고 나가 날씨정보를 듣고 풍랑에 대비한다.
동해는 대개 오징어잡이를 하는 작은 목선들이 출어를 하지만, 서해에는 큰 목선들이 출어한다. 어군 탐지기와 같은 현대적 어로장비가 없는 배들에 있어 유일하게 현대화된 장비는 반도체로 된 조그만 라디오가 유일하다. 바다 날씨를 예측하지 못하면 어느 순간 풍랑에 배가 좌초되고 전복되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라디오는 곧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 방송을 들어온 일부 선원들이 의기가 투합하여 배 위에서 ‘선상(船上)예배’를 드리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 됐다고 천씨는 말했다. 바다에서는 어느 곳보다 방해 전파가 없어 라디오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고 한다. 그래서 라디오에서 나오는 예배에 모두 함께 참여할 수 있다. 더구나 망망대해에서 누구도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모양의 예배 행위도 허용되는 것이리라. 함께 기도하고 함께 찬송하지만 거기에는 보위부도 경비대도 없는 가장 안전한 곳이 아닌가?
‘볶음 말씀’을 듣고 헌금도 해
더욱 놀라운 것은 북한 어투로 ‘볶음(복음을 북한 어투로는 된 소리로 발음한다-편집자 주) 말씀’을 들으면서 배 위에서 헌금을 한다는 사실이다. 말씀을 듣고 나서 모자를 중앙에 놓으면 저마다 몇 푼의 돈을 집어넣는데, 이것이 헌금 시간이다. 대체로 어로 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다른 직종에 비해 비교적 여유가 있어 헌금이 가능하다.
선교사들에 의해 한국에 기독교가 가장 먼저 들어온 선천 지역은 김일성의 지독한 박해에도 불구하고 대대로 지켜온 기독교의 전통이 지역민들의 뼛속에 스며있다. 겉으로는 기독교가 소멸되었지만, 선천 땅에 흐르는 순교자들의 피는 선천 지역이 하나님의 거룩한 땅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천씨는 증언했다.
그는 끝으로 이렇게 말했다. “북한과 이제는 미디어 전쟁을 벌여야 합니다. MP3, MP4, CD, DVD, UBS 그리고 라디오 등을 열심히 북한 땅으로 들여보내야 합니다. 성경 말씀과 찬송 그리고 복음의 영화 등이 담겨진 온갖 미디어들이 들어가면 북한 사람들의 의식은 더욱 밝아지고 어둠의 굴 속에서 광명의 천지로 나아올 것입니다. 바다 위에서 강가에서 들판에서 들려오는 자유의 소리를 김정일 일당은 결코 막지 못할 것입니다.”
/손과마음선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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