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호산나교회를 은퇴한 최홍준 원로목사는 목양장로사역을 남은 일생의 사명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장로의 본질이 목양에 있음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김진영 기자 |
부산 호산나교회 최홍준 원로목사의 말이다. 나들목교회(담임 박원영 목사, 강남구 도곡동 소재) 세미나 강사로 얼마 전 서울을 찾은 그를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최 목사는 지난 해 7월 후임 홍민기 목사에게 강단을 물려주고 지금은 목양장로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목양장로사역은 ‘장로의 본질 회복’을 목적으로 그가 남은 평생 사명으로 삼은 일이다. “이웃 교회 성도 근처에도 안 간다”는 그와 호산나교회, 목양장로사역, 한국교회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장로의 본질은 행정 아닌 목양에
-은퇴 후 집중한다던 목양장로사역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금까지 총 11번의 세미나를 가졌다. 국내에서 8번, 국외에서 3번 했다. 감사하게도, 참석자들 모두 ‘이런 세미나는 없었다’는 반응이다. 그리고 세미나를 경험한 장로들이 ‘지금까지 잘못 살았다’고 하나같이 고백하더라. 한국교회 가장 큰 갈등이 목회자와 장로 사이에서 발생하는데, 목양장로사역이 그 갈등을 푸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로의 본질 회복이란 뭔가.
“장로란 원래 목양이 그 주된 사명이다. 양을 사랑으로 돌보고 그들을 위해 희생하는 목자와 같은 자리다. 그런데 지금 한국교회에서 장로들의 활동은 대개 행정과 정치 영역에만 머물고 있다. 목양장로사역은 장로의 본질이 목양에 있음을 알리고, 장로들로 하여금 부모, 목자의 마음을 품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홍민기 목사, 미국서 한 고생이 목회 밑거름
-최근 홍민기 목사가 부산 호산나교회 담임이 됐다. 애초 그를 염두에 두고 있었나.
“나는 그를 몰랐다. 은퇴를 결심하고 후임자를 찾는 과정에서, 그는 유일하게 지원하지 않은 추천자였다. 그만큼 평이 좋았다. 하지만 그를 후임으로 결정할 생각은 없었다. 원래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하나님의 뜻인지, 그로 결론났다. 마치 이새의 아들 중 사무엘의 안중에 없었던 다윗이 왕으로 뽑힌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홍 목사는 서울에서 목회 중이었다. 그를 청빙하는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
“공동의회를 거쳐 홍 목사가 최종 후임에 결정되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와 통화하면서, 공동의회에서 교인들의 90% 이상이 찬성했으니 어서 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구하라고만 했다. 그게 홍 목사도, 그리고 그가 시무하던 교회 교인들의 마음도 움직인 것 같다. 자신들의 담임목사를 기꺼이 보내준 교인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부임 후 5개월이 지났다. 지켜보니, 후임 홍 목사는 어떤가.
“우리와 다른 세대 사람이라 생각하는 게 다르더라. 어떨 땐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홍 목사가 새로 담임이 되면서 호산나교회도 많이 변했다. 물론 긍정적인 면에서. 교인도 많이 늘었고.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홍 목사가 이른 나이에 미국에 건너가 살면서 참 고생을 많이 했다는 점이었다. 그 부친께서도 목회자로 미국에서 개척교회를 하셨는데, 4번이나 옮겨다니며 교회를 개척하셨단다.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짐작이 간다. 그러면서 홍 목사도 미국에서 안 해본 일이 없을 만큼 산전수전 다 겪었다 들었다. 그가 이제 40을 갓 넘은 젊은 목회자임에도 목회를 잘 할 수 있는 건, 젊은 시절 고생한 경험이 밑거름이 됐기 때문인 것 같다. 홍 목사가 이런 말을 하더라.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모르고서야 어떻게 그들에게 힘내라 할 수 있겠느냐고.”
교회, 한류에 관심 가져야… 타종교와의 관계는 지혜롭게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왜 그럴까.
“90년대 후반 유럽교회를 방문하면서 텅 비어버린 교회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었다. 스스로 그 원인을 고민하면서 내린 결론은, 신앙계승에 실패했다는 것이었다. 요즘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건 기성 세대의 배려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옛날 그들의 방식으로 목회를 고집하니 젊은이들에게 꿈과 비전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류 열풍에 교회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런 문화들을 어떻게 선교에 활용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봉은사 땅밟기, 동국대 논란 등 불교와의 관계에서 기독교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불교세가 큰 부산에서 사역한 목회자로서 이를 지켜본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나는 기독교 외에 구원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아마 대부분 기독교인들이 그럴 것이다. 다만 불교 또한 우리가 구원해야 할 대상이라고 했을 때, 보다 지혜롭게 대처해갈 필요는 있다. 지나치게 도전적으로 나가면, 그들은 마음을 닫아 버린다. 그렇다고 너무 친화적으로만 가면 다원화로 흐를 위험이 있다. 지킬 건 분명히 지켜야 한다. 타협해선 안 될 게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단월드와 싸우면서 한 치도 물러나지 않았다. 불의에 눈감는 건 비겁한 일이다.”
-부산 성시화 운동에 앞장서고 계신다.
“대형집회 뿐만 아니라 작은교회 돕기, 일터사역, 지도자 대회 등을 통해 꾸준히 성시화에 애쓰고 있다. 그런 작은 노력들이 최근 부산 광복동의 ‘크리스마스 트리 문화축제’라는 결실로 맺어져 매우 보람을 느낀다. 매년 11월 30일부터 이듬해 1월 10일까지 40일 동안 거리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고 각종 기독교 문화행사를 선보이는 축제인데, 이번까지 3회를 치렀다. 성시화도 성시화지만 축제 기간 주변 상가의 매출이 40%나 증가하면서 ‘교회가 좋은 일 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러면서 축제가 열리는 거리에 교회도 지을 수 있었다. 교회와 지역사회가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홍민기 목사를 포함한 후배 목회자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인간적이지 말라는 거다. 소명 없이 단순히 비지니스 차원에서 목회에 접근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인간의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물론 얼마간은 효과를 볼 수 있겠지. 하지만 결국엔 빛을 잃게 마련이다. 오늘날 젊은 목회자들을 보면 공부도 참 많이 했고 전략적인 면에서도 번뜩이는 것들이 있어, 자주 놀라곤 한다. 그러나 공부를 많이 할수록, 전략이 다양할수록 성경도 그 만큼 많이 봐야 한다. 결국엔 성령이 역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학식과 세상적 지식이 하나님의 능력을 가로막는 것이 될 수 있다. 목회는 복잡하지 않다. 복음이 단순하듯이.”
최홍준 목사는
동아대학교 법경대학 상학과와, 합동신학원(현 합동신학대학원대학)을 1회 졸업한 뒤 R.T.S.(Reformed Theological Seminary) 목회학 박사학위(D. Min)를 취득했다. 서울 장성교회 교육전도사를 역임하다 서울 사랑의교회에서 부목사로 시무하며 제자훈련 정립과 보급에 앞장섰다. (사)호산나복지재단 이사장, (사)하이패밀리 이사장, 팻머스 문화선교회 이사장, 부산성시화운동본부 제5대 본부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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