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시작되는 cKOSTA 강의를 준비하려고 책상에 앉아있다가
결국 고도원의 아침편지에 나오는 몇개의 글을 읽으며
지난 9개월동안 산호세에서 목회하며 느낀 내 마음을 솔직하게 정리해보았다.
목사 개인의 생각이기에 교인들의 생각과 많이 다를 수도 있음을 전제한다.


"우리는 너무나 아프지 않으려고
피하다가 아픔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맙니다.
근본을 위해 아파하고 그 아픔을 이겨내면 시시껄렁한 아픔은
사라질 것인데 그걸 못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 속담에"염통에 쉬 스는(구더기 생기는) 줄 모르고
손톱 밑에 가시든 줄은 안다"는 게 있지요.
지금도 우리는 이 경지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 전우익의《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중에서 -

개인이든 가족이든 민족이든 교회이든지 다 크고 작은 아픔을 겪는다.
아픔을 겪으면서도 아파할 줄 모른다면 그 사실이 가장 큰 아픔이다.
그리고 큰 아픔과 작은 아픔을 구별하지 못하면 더 큰 일이다.
시시한 아픔 때문에 더 큰 아픔을 가져오거나
그로인해 아픔의 근본을 놓쳐버린다면 이보다 다 큰 불행은 없다.
우리가 겪는 아픔이 작은 아픔인지, 큰 아픔인지를 생각해 본다.
그리고 진정 아파해야 할 문제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찾아야 한다.


"한 광고대행사의 사장인 찰스 브로우어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디어란 예민한 것이어서,
누군가가 하품을 하거나 비난하면 죽어버린다.
빈정거려도 칼에 찔린 듯 죽고,
눈살을 조금만 찌푸려도 그만 죽어버린다."

교회의 비전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Trinity Vision도 조직이 정지된채 여름방학을 맞아 불규칙하게 움직이고
한미봉사회와의 건물공유의 비전도 숨져버렸다.
시작에서부터 진행과정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이디어는 움츠려버렸다.
이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까..


"사랑과 친밀감은 우리의 수명을 연장시킨다.
애정이나 우정은 치유에 있어서 무척이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개인의 수명을 연장시킨다.
반면에 고독감과 단절감은 정확히 그 반대의 효과를 나타낸다.
"당신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당신이 가깝다고 느끼고,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돕고자 하고, 당신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만일 위의 질문에 대한 당신의 대답이 "아니오."라면,
당신은 일찍 사망하거나 온갖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예."라고 대답한 사람들에 비해 세 배 내지 다섯 배 이상 높다. "

- 기 코르노의《마음의 치유》중에서 -

교회의 수명도 친밀감과 사랑에 비례한다.
교인들 사이에 단절감이 증가될수록 교회의 예배와 사역은 쉽게 질병에 노출된다.
사람들은 단절감에 빠지는 것을 거부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쉽게 단절감에 빠뜨린다.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그분의 사랑과 친밀함은 확인되지 않는 듯이 보인다.
갈등은 단절감이 가져온 열매들이다. 단절감이 낳은 사생아들이다.


"현재의 내 모습이 미래의 내 모습을 형성하는
밑그림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되새김질하면서 살겠습니다."

- 이외수의 《사색상자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중에서-

이민교회가 현재의 모습처럼 갈등속에서 길을 잃고 간다면 미래의 모습은 어떨까...
낯선 땅에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낸 이민의 모험심과 탐험심이
신앙의 영역에서는 서로를 배척하는 원시적인 형태로 탈바꿈한듯이 보인다.
이민교회는 이민의 개척정신을 이어받지 못하고
겨우 이민자의 한숨을 토해내는 해우소가 되어버린 듯하다.
낯선 땅에서 삶의 발판을 마련했던 강한 의지와 정신과 도전 정신으로
이민교회를 만들어냈다면 이민교회의 미래는 새로운 사도행전을 이끄는 교회가 될수 있지 않을까..


"비즈니스의 성공은
얼마나 거창하게 예측을 잘하느냐에 달려있지 않다.
오히려 수시로 직면하는 변화들에
얼마나 빠르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느냐에 따라 그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 잭 웰치의《끝없는 도전과 용기》중에서 -

교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미국 이민교회는 그 변화의 중심에 서있다.
하지만 이민교회는 한국교회의 민속촌처럼 보인다.
교회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실험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바로 얼굴 앞에서 교회시대의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토네이도처럼 불고 있는데
미주 한인교회들은 그 바람소리조차 듣지를 못하고 있다.
강한 변화의 바람이 미국에서 한국을 건너 다시 미주 한인교회로 흡수되고 있다.
그나마 한국교회의 온갖 냄새가 잔뜩 배어버린 불량품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숲은 오늘도 내게 속삭인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라.
그것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이며,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 한상경의 《아침고요 산책길》중에서 -

이민목회 9개월이 지났다. 10개월의 첫 주일을 보냈다.
의욕적으로 교회의 비전과 조직을 세우고 앞으로 가아할 방향을 함께 설정했다.
처음엔 모두가 함께 공감하고 주님의 부르심에 동의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만의 상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언젠가 유치원 승합버스를 타본 적이 있었다.
아이들은 버스가 어디로 가는지, 어디를 가는지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인형갖고 놀고, 먹는게 즐겁고, 게임기구에 몰두하고, 아니면 옆에 아이와 싸우고..
내가 환영받지 못한 목사라는 것도 뒤늦게 알게되었다.
주님께서 인도하셨다는 한가지 사실만으로 무모한 결정을 한 셈이었다.


"한번에 모든 걸 다 생각하려고 하지 말아라.
잠시 발은 접어두고, 헤딩을 연습해보자.
잘 기억해라. 이마의 정 가운데 부분이다.
눈은 크게 뜨고, 입은 꼭 다물어라.
상체를 뒤로 젖힌 다음 곧장 앞으로 튀어나가 볼을 때려라.
가급적 상체를 뒤로 더 멀리 젖히고 앞으로 더 맹렬히
튀어나갈수록, 공을 더 멀리까지 받아칠 수가 있다.

- 펠레의《나의 인생과 아름다운 게임》중에서 -

축구황제 펠레의 말에 깊은 함축의 의미가 있다.
큰 승부일수록 더 큰 집중력이 필요하며 정확한 헤딩 슛 하나가 승패를 가른다.
공을 멀리 보내기 위해서는 머리를 더 뒤로 더 멀리 젖히고 정확하게 볼을 때려야한다.
지금은 자다가 깰 때가 되었다. 그리스도의 재림이 가까왔다.
대륙마다 부흥을 위한 간절한 기도가 소용돌이 치고 있다.
한국땅에도 Again 1907 기도회가 도시마다 큰 무리가 모이고 있다.
산호세 중앙교회가 마주서야 할 큰 승부는 무엇일까.
우리에게 맡겨진 정확한 헤딩 슛하나가 무엇인지 우리는 알고 있는걸까..


"모든 상처에는 흉터가 남는다.
그 흉터는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의 훈장이 될 수도 있고, 숨기고 싶은 창피한 흔적이 될 수도 있다.
내 딸아이는 어릴 때 심장수술을 받았다.
딸아이는 그 흉터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어느 날 나는 우울해하는 아이를 꼭 안으며 말해 주었다.
“그 흉터는 바로 네가 큰 병을 이겨냈다는 징표란다.
어린 나이에 그 큰 수술을 견뎌내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었어. 그래서 난 네 흉터가 오히려 자랑스럽단다.”

- 김혜남의 《어른으로 산다는 것》 중에서 -

산호세 중앙교회는 이미 흉터를 가졌다.
큰 어려움을 이겨냈다는 거룩한 흉터를 가진 자랑스러운 교회다.
삶의 훈장이 될지, 숨기고 싶은 창피한 흔적이 될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똑같은 흉터를 더 갖는다는 것은 평생 숨겨야할 흔적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 자녀들에게 삶의 훈장으로 보여주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대개의 이야기 안에는 감추어진 비밀이 들어 있어
깊이 귀를 기울이면 그 비밀의 문이 살며시 열린다.
이 이야기 안에는 진정 우리가 누구인지, 왜 우리가 여기에 살고 있는지,
삶에서 참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아는 비밀이 담겨 있다."

- 레이첼 나오미 레멘의《그대 만난 뒤 삶에 눈떴네》중에서 -

그냥 듣으면 감추어진 비밀을 찾을 수 없다.
깊이 귀 기울여야 비밀의 문이 열린다.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그냥 들으면 이야기거리일 뿐이다.
목사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도 많은가보다..
모든 말에 대해 구차하고 지루하게 변명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나눠야 할 이야기는 더 깊은 비밀들이어야 한다.
우리가 누구인지, 왜 우리가 여기 살고 있는지..
우리에게 참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아는 비밀을 나누고싶다.
주님은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고 이미 명령하셨고
누군가는 그명령에 순종해야만 한다.


"길은 항상 정해져 있다,
그러나 결코 운명론적인 의미는 아니다.
나날의 호흡이, 눈길이,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자기의 길을) 자연히 정하는 것이다."

- 요시모토 바나나의《키친》중에서 -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주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려 한다.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지금은 예배에만 최선을 다하며 주님의 뜻을 기다리려 한다.
미주땅에서의 비전도, 선교동원에 대한 꿈도, 개인적인 소망도 다 비웠다.
교인들이 원하면 더 있고, 아니면 다른 길을 찾겠다.
차라리 굶으면서라도 주님께서 주신 사명에 충실하게 살고싶다.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자신의 길을 자연히 정하는 것이라면
오늘 우리는 어떤 길을 만들고 있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