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교회 박종화 목사가 루터의 ‘두 왕국론’에 대해 “하나님의 공의로운 통치의 기준이자 실체인 그리스도의 현존을 교회영역에 국한시킨 결과가 됐다”며 기독교인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독려했다.

박 목사는 13일 오전 화평교회(담임 안만수 목사)에서 ‘정치에 대한 교회의 자세와 역할’을 주제로 열린 한국복음주의협의회 4월 월례발표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교회로서의 공동체적 책임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목사는 발표 가운데 기독교 정당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박 목사는 발표에서 그동안 교회들이 정치를 논외의 것으로 바라본 것에 대해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개인주의화 시킴으로 인하여 개인구원이 아닌 세계구원의 역사를 제외시켰다”며 “하나님이 개개인의 구원자요 동시에 사회의 구원자이심을 신앙으로 고백하는 한, 교회의 공동체적 책임을 방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루터의 ‘두 왕국론’에 대해 “현실적으로 이원론적인 정교분리로 귀결되면서 신앙과 교회를 개인적 차원 내지 영적 차원으로 축소해 버리는 결과를 빚어냈다”며 “또 루터에 따르면, 교회에서는 ‘그리스도인’으로 행동하며 정치에서는 ‘세속인’으로 행동하면서 쌍방통행을 해야 하는데, 역할분담을 넘어 부도덕한 ‘이중윤리’를 배태하고 만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목사는 “결론적으로 교회의 정치참여는 선교의 중요한 영역으로서 복음에 입각한 제사장적 위로와 예언자적 비판의 결합이라는 형태를 띠어야 한다”며 “다만 정당 구성을 통한 참여는 오히려 복음의 정치적 타락을 가져올 공산이 훨씬 크다는 서구사회의 정치실험 결과를 유념하여 비정당적 내지 정책 대안적 참여를 취함이 바람직하다”고 교회의 정치참여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박 목사는 ‘두 왕국론’의 긍정적 측면에 대해서도 “영적 통치영역은 신앙과 복음에 의해 움직이며 세속적 통치영역은 칼과 율법에 의해 움직인다고 봄으로써 교회의 정치화와 정치의 교회화라는 잘못된 틀에서 해방시킨 점은 분명히 공헌에 속한다”며 “동시에 악마의 통치에 대항한 역할분담이라는 점도 수긍할 만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 목사는 기독교 정당에 대해서도 “교회가 나름대로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면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 본다”며 “이런 경우 ‘기독교’라는 이름을 뺀 그리고 기독교적 색채를 주장하지 않는 정책정당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박 목사는 “정치참여가 반드시 정당 정치적 참여일 필요는 없으나 그렇다고 그러한 참여를 거부하거나 막을 이유도 없다고 본다”고 긍정하고 “교회가 최선으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정책실현을 위해 특정정당과 연대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반면, 이날 함께 발표한 김명혁 목사(강변교회·한복협 회장), 김영한 교수(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장),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 등은 교회와 정치와의 엄격한 분리를 강조했다.

김명혁 목사는 “예수님께서 고대 세계의 정치 사회 문화 구조를 바꾸어 놓으신 것은 정치적인 또는 군사적인 행동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십자가에 나타난 용서와 사랑과 속죄의 행위에 의한 것”이라며 “교회의 정치참여는 매우 위험하고 불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신자 개인으로서는 정치에 직접적으로 얼마든지 개입하고 참여할 수 있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구조의 변혁을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그러나 정치는 절대적인 사안이 아니고 본질상 부패할 수밖에 없는 상대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교회의 이름이나 목회자의 신분으로 정치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목회자들이 정치에 깊이 관여하거나 정권을 거머쥘 때 교회는 반드시 타락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영한 교수 또한 교회의 정치참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국가와 사회의 도덕적 양심을 지키고 세우는 일은 교회가 해야 한다. 교회는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되어야 하고, 사회의 부패를 막는 소금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도덕적 책임수행을 강조했다.

또 김 교수는 “이 세상사에 대한 간여(干與)는 교회의 구성원인 신자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하는 것이고 목회자도 시민으로서 이 세상사에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의 근거하여 참여할 수 있다”며 “그러나 강단은 여야의 상대적인 관점을 떠나 항상 하나님의 뜻을 선포하는 초월적인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