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가 횡령 혐의로 수감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 이후 첫 주일, 성도들 모두 겸허한 자세로 ‘내 탓이오’를 외치며 조용히 참회의 기도를 드리고 있으리라 기대한건 이제까지의 사건 전개상 ‘망상’이었을까.

4일 제자교회는 영적 아버지를 잃은 성도들의 ‘회개의 현장’이 아니었다. 대신 육적 아버지를 잃은 두 아들이 유산을 자기가 차지하겠다며 서로 친척들에게 유세를 벌이는 모습 같았고, 마치 전쟁터에서 아군과 적군이 고지(高地)를 먼저 점령하려 벌이는 처참한 전투 현장을 보는 듯 했다. 전쟁통에도 예배는 드려지지만, 평온했던 이날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교회에 찾아온 수천명의 성도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교역자들은 찾아온 성도들에게 “오늘은 다른 곳에서 예배를 드리시라”고 권했다.

이들에게 ‘고지’는 본당이다. 마치 국회의원들의 ‘본회의장 점거 혹은 사수’를 따라하듯, 최근 잇따른 교회 분쟁에서 본당 진입은 최종 목표가 됐다. 주일 대예배가 드려지는 거룩한 장소를, 자신들의 이익 실현을 위한 투쟁 장소로 타락시켜버린 것이다. 천주교의 성당이나 불교의 대웅전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일을 들어본 적이 없다.

양측은 모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주님의 뜻’, ‘현재의 고난은 장차 다가올 영광과…’ 등을 내세웠고, 찬송과 기도 소리를 상대방 주장이 들리지 않도록 하는 도구로 만들어버렸다. 상대편은 ‘사탄의 종노릇 하는 자들’이므로 이야기를 들을 필요조차 없다. 문제는 이러한 일이 여러 곳에서 반복되다 보니, 우리 모두가 여기에 둔감해졌다는 사실이다.

이날 제자교회 한 부목사는 성도들에게 다음과 같이 설교했다. “아이를 사랑한다면서 아이를 할퀴고 때린다면 이를 사랑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교회를 사랑한다면서 교회에 상처를 주고 교회를 망가뜨리려 한다면 이를 사랑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본당 기습을 위해 도구를 사용해 철제 셔터문까지 부숴뜨리고 같은 교회 성도들을 폭행하는 이들에게 이런 말은 이미 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날 만난 성도들은 이미 끝없는 싸움에 지쳐가고 있었고, 주민들은 연일 계속되는 분쟁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원하던 ‘담임목사 징역형’까지 이뤄냈는데도 멈추지 않고 본당 점거를 위해 주일예배까지 기꺼이 포기하는 이들을 보면서, 이들은 무엇을 위해 이토록 싸웠는지 의문이 생겼다. 또 제자교회 바로 옆의 조용한 성당과 사찰을 보면서, 성도들이 ‘다른 교회’ 대신 이곳으로 피신한다 해도 과연 말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까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