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주간 동안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다녀왔습니다. 다양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새로 부임한 목회자, 한국에서 오신 목회자, 미국에서 오신 목회자, 이민 초기에서 정착하신 이민 사회 원로들, 교회의 충성된 직분자들, 사업에 성공하여 사회의 영향력도 얻고 여유 있게 지내시는 분들부터 2세대가 되기까지 경제적인 어려움을 떨쳐 내지 못하시는 분들, 아주 최근에 이민으로 오거나 유학으로 온 젊은이들 등등 참 다양한 분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모든 이민자들과 그 후세대가 공통적으로 가진 마음의 짐이 있었습니다. 아주 소수를 제외하고는 현지를 자신이 영주할 곳으로 여기지 않고 있습니다. 한때 이민의 터전을 함께 일구던 친구들과 친지들이 미국으로 재 이민 가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지에 남아있는 분들도 늘 마음 한 구석에는 떠나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담고 사는 것 같았습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는 한 세기 전에 지하철을 만들고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본 떠서 세운 극장과 시설 물들이 즐비합니다. 한때 세계 10대 걍국이었던 나라답게 아르헨티나 곳곳에서 거대한 부의 흔적과 웅장한 문화의 흔적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백인 유럽계가 주류를 이루는 아르헨티나와 비해서 브라질은 첫눈에 분위기가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미국이 다민족 국가라고 하지만 브라질에 비교할 수 없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길거리에 오고 가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마치 한 개인이 또는 한 가족이 하나의 인종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본토 친척을 떠나서 수백 년 전에 이민 온 유렵인들이 자기들이 두고 온 본국보다 더 부강한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 피 흘리고 땀을 흘린 흔적들을 보면서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낯선 땅에 신천지를 이루기 위해서 개척의 삽을 들었던 초기 개척자들의 후대가 대륙의 한 조각을 차지하는 거대한 나라를 일구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이민의 장래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미국은 조금 낫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민의 역사가 이제 2세와 3세를 보는 시기에 우리 한인 이민 사회는 정착하고 뿌리 내리는 노력에 소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백 년을 앞서서 정착하여 그 땅의 주인이 된 사람들의 이민 역사를 보면 땅을 차지하는 일이 핵심이었습니다. 땅을 획득하고 땅을 개척하고 땅에서 산물을 얻고 땅에 세우는 집과 기념비를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아득하게 넓은 땅의 지주 가문으로서 대대로 정치와 경제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그 땅을 떠나려고 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비해서 한국 이민 사회는 정착을 위한 사업보다는 아무 때라도 뜰 수 있는 사업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남미에서 한인들이 많이 하고 있는 사업인 의류 사업도 그렇습니다. 패션에 민간하게 대응해야 하는 의류 사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끊임없이 경쟁에서 앞서 가지 않으면 한두 해에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사업입니다.

이민의 일 세대가 후대를 위해서 땅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정착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의류 장사를 하면서도 매장이 들어 있는 건물의 주인이 되고, 농업과 축산업을 기반으로 무역과 금융에 진출하더라도 드넓은 초지를 소유하거나 방대한 가공 시설을 소유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한국과 미국에서 찾아오는 한인들에게 관광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더라도 작은 모텔 하나라도 인수하는 등 땅에 투자하는 일을 서둘러야 합니다. 우리의 다음 세대가 여차하면 짐을 싸서 떠날 생각을 하는 대신에 세계 일류의 교육을 앞 선 나라에서 받은 후 이민의 부모 세대가 사는 곳으로 돌아오게 하려면 땅을 기반으로 하는 정착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남미에서 만난 분들 중에서 가장 큰 감동을 주었던 분들은 남미를 자신의 고향으로 삼은 분들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와 함께 이민 가서 살다가 브라질을, 아르헨티나를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여기고 자신이 사는 그 곳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꿈을 가지고 뛰는 분들입니다. 떠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는 분들보다는 대대로 뿌리 내릴 수 있는 살기 좋은 땅을 이루는 일을 하나님이 주신 소명으로 삼은 충성된 하나님의 일꾼들에게 도뭄이 될 수 있는 길을 찾아 봐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돌아 왔습니다. 100년을 내다 볼 수 있는 역사 의식, 100년을 바라볼 수 있는 꿈, 100년을 내다 볼 수 있는 하나님이 계획을 함께 나누는 기화가 열리면 좋겠습니다.

<위 칼럼은 지혜와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인 '연우포럼'(www.younwooforum.com)과 합의하에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