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자신의 인생이 ‘쿨’(cool)하다 여기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누구와도 진지한 관계를 맺지 않는다. 그는 “사람의 눈을 볼 때, 상대방이 내 영혼을 보는듯한 기분 알아? 난 몰라!”라고 외친다.

그의 이름은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 직업도 서늘하다.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해고 전문가라는 독특한 직업을 갖고 있다. 12살 때 이미 할머니가 양로원으로 들어가는 걸 보면서 ‘사람은 혼자 죽는다’는 걸 깨달았다. 오지랖 넓은 누나의 잔소리를 용케 피해가며 여동생의 결혼식에서도 손은 잡아주지 않을 예정이다.

당연히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다. 그의 직업 특성상 그건 거의 불가능하다. 1년 322일,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보다 더 먼 거리를 날아다니며 미국 전역을 여행하기 때문이다. 남들은 싫다는 출장 생활도 집보다 훨씬 편하다. 원치 않든 원하든 완벽한 짐싸기와 비행기 여행은 그의 특기가 됐다. 그가 가진 유일한 삶의 목표는 천만 마일리지를 모아 세계 일곱번째로 플래티넘 카드를 얻는 것이다.

쿨한 인생답게 서늘한 직업을 가졌지만, 그 누구보다 침착하고 품위있게(?) 해고를 통보한다. 구조조정이 난무하는 시대, 해고통지를 차마 자기 입으로 직접 하지 못하는 마음 약한 경영자들을 위해 정중하면서도 매너있게, 하지만 칼같이 차갑게 할 말 다 한다.

부업으로 라이언은 ‘당신의 여행가방에는 뭐가 들어있는가?’라는 주제의 강연도 펼친다. 그는 강연을 통해 “배낭 속에 온갖 물건을 넣고 못 움직일 정도로 짐을 넣고 걸어가는 게 삶이며 삶의 가장 무거운 부분은 인간관계이지만, 그것을 모두 다 들고 다닐 필요는 없다”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그러던 어느날, 목적지 없이 여기저기 방황하는 나그네 같은 그의 고요하고도 ‘쿨’한 삶을 뿌리채 흔든 두 여자가 등장한다. 당돌한 신입사원 나탈리(안나 켄드릭)와 자신과 비슷한 쿨한 관계와 자유로운 연애를 추구하는 여인 알렉스(베라 파미가)다.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똑똑한 신입사원 나탈리는 비용절감을 위해 온라인 해고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제안을 하고, 해고대상자를 만나기 위해 전국을 여행하는 삶을 즐기던 라이언은 더 이상 그 삶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해고통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은 그 무엇보다 품위 있게 전해져야 하건만……. 햇병아리 신입사원 나탈리에게 매너있는 해고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라이언은 생애 최초로 동반여행을 허용한다.

라이언에게 생애 최초의 사건은 이 뿐만 아니다. ‘여자 라이언’이라 불러달라는 쿨한 여인 알렉스를 여동생 결혼식까지 초대하는 등 생애 처음으로 진실한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게다가 결혼이 두렵다고 소동을 벌이는 여동생 남자친구에게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항상 다른 누군가와 함께 그 기쁨을 나누지 않았냐”라면서 결혼을 설득하기에 이른다.

서늘하고 차가워만 보이던 라이언에게도 영혼은 존재했는지…….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확고한 자신만의 가치관을 전수하던 강연도 포기하고, 여생을 자신과 닮은 여자 알렉스와 함께하길 꿈꾼다. 게다가 오랫동안 고집했던 매너있는 해고방식을 바꿔 온라인 시스템을 사용하길 결심한다. 여기저기 떠돌던 라이프스타일도 청산하고 여자친구 알렉스의 집을 찾아갔지만, 뜻하지 않은 좌절을 맞이한다.

또 다시 해고통보를 위해 공항으로 나선 라이언. 아픔을 겪은 후에 성숙해진다 하던가. 세련된 겉모습은 그대로지만, 변화된 내면을 소유하게 된 그는 이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질문할 수 있게 됐다. “당신의 인생은 괜찮은가?”, “당신의 삶은 아름다운가?”, “목적지 없이 떠도는 당신의 인생은 괜찮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