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관장 최병현)이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국내 유일본인 기산 김준근의 ‘텬로력뎡(天路歷程) 삽도’를 해제하여 영인도록을 발간했다.

<텬로력뎡>은 17세기 영국인 번연(John Bunyan)의 작품 ‘The Pilgrim's Progress’를 게일(G.S.Gale) 선교사가 번역해 1895년 발간한 종교적 우의소설이다.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 소장 ‘텬로력뎡삽도’는 텬로력뎡에 수록된 삽화 42장면을 뽑아 고서 판식으로 목판인쇄한 것으로, 조선후기 마지막 풍속화가로 일컬어지고 있는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이 붓으로 그린 작품을 목판으로 인쇄했다.

이 ‘텬로력뎡삽도’는 국내 유일본이자 현존하는 한국기독교미술의 시원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회화사, 특히 기독교미술연구의 중요자료이다. 김준근이 서양의 영문판 The Pilgrim's Progress의 삽도를 참고해 한국인에게 친숙한 조선풍의 이미지로 그려냈다.

이 ‘텬로력뎡삽도’는 등장하는 인물이 한복을 입고 갓을 쓰고 짚신을 신고 있으며, 천사의 모습 또한 한국 고전의 선녀 모습으로 표현하여 한국의 풍습과 문화에 맞춰 묘사하였다는 점에서 주체적인 기독교 수용사의 중요자료가 되기도 한다.

특히 삽도에는 현존하는 한국 최초의 예수상이 묘사돼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예수의 모습이 갓과 도포를 착용한 전형적인 한국인 형상으로 표현된 데에서 외래종교의 주체적 수용을 통한 한국적 토착화의 일면을 살펴볼 수 있다.

최병현 관장은 “텬로력뎡 삽도의 표현 방식은 외래 종교를 한국의 문화양식에 바탕하여 주체적으로 수용했다는 견해의 근거가 되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 근대 기독교미술 연구의 중요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