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감사절 전이었습니다. 지역의 공공 단체를 방문했는데, 로비 한쪽 벽면에 “당신은 무엇이 감사한가요?”라는 타이틀 밑으로 많은 쪽지들이 적혀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떤 내용이 있나?라는 호기심으로 한 수십 장의 내용들을 차근 차근 읽어보았습니다. 대개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어서 감사하다는 것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는 웃음을 자아내고 나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는 글 귀들이 있었습니다.

“Sunny Days”, “No school on Thanksgiving Day” 등 무엇이 있고 없어서 고맙다는 재치있는 유머도 보였다. “내가 주저 앉고 넘어졌을 때 꾸준하게 나를 일으켜 준 동료에게 감사한다”는 말과 “나의 아들이 출산할 때, 생명을 살려준 심장혈관병원에 감사한다”는 말에는 이 내용을 적은 이들의 감사의 무게가 전해지는 것 같아 큰 배움이 있었습니다. 감사는 할 수만 있다면 표현해야 하는 것임을,,,
‘나는 올해 무엇이 정말 감사한가?’라는 말을 감사절 아침에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러던 중 전화를 받았습니다. “박목사님, 저 00목사입니다. 오늘 그동안 우리 교우들이 모은 동전통을 훼더럴웨이 00식당에 갖다 놓겠습니다.” “목사님,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곧 찾도록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다음에 내려갈 일이 있을 때 갈까? 지금 다녀올까?를 망설이다 워싱톤주 끝자락에서 26통을 가져오신 성의가 고마워 차를 몰았습니다.

자신들의 식당을 좋은 일하는 데에 사용해 주어서 오히려 고마워 하시는 주인 권사님과 장로님의 배웅을 뒤로 하고 아이들에게 동전을 세는 알바를 시켰습니다. ‘아빠 이렇게 많은 것을 오늘 다 못세겠는데…ㅎㅎㅎ’ 아들녀석들이 힘겨워하는 눈치도 왠지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어느 통에는 보기 드문 50센트 짜리 동전들로 가득 채워있기도 했고, 어느 통에는 동전대신 $1짜리가 꼬깃 꼬깃 채워져 있었습니다. 아주 드물게는 캐나다,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의 동전과 함께 어릴 적 손 바닥에 소중하게 쥐었던 10원짜리 우리나라 돈도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방과후 교문 앞에서 10원짜리 동전하나로 뽀끼와 벤데기 등으로 즐거웠던 추억이 잠시 되살아 났습니다.

이 모든 분들이 동전 하나 하나를 저금통에 넣을 때의 아름다운 심정들이 느껴지고 이를 통해 생명을 되찾게 될 이북의 동족어린이들의 모습이 중복이 되면서 저의 마음은 ‘우리민족을 회복하실 주님의 뜻을 보는 감사의 메시지’로 수놓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제가 사무실에 없을 때, 모두 1불짜리 동전을 가득 넣은 통 2개($250)를 두고 가신 어느 젊은 엄마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아무런 메시지도 이름도 남겨놓지 않아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누굴일까?’라는 궁금한 마음보다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려는 그녀의 겸손함에 흐뭇한 고마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손수 어린자녀들에게 불쌍한 동족 어린이들을 돕는 산 교육을 시켜주심에 깊은 보람을 느끼게 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많은 동전을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모아지는 동전 속에서 동족사랑의 쌓여짐을 보게 하여 주심에 후원자님들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드립니다.

2009년 감사절에 지부장 목사 박상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