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관리인으로 일하는 제임스에게 라이드를 줄 일이 있었습니다. 뒷자리에 앉아서 차를 타고 가는 내내 난해한 영어를 사용하면서 질문과 대화를 했습니다.

먼저 무슬림이 나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무슬림 중에도 좋은 무슬림이 있고 나쁜 무슬림이 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이제는 기독교인들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다시 기독교인들 중에서도 좋은 기독교인들이 있고 나쁜 기독교인들이 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래도 기독교인들이 더 좋다는 것입니다. 자기는 그래서 기독교인으로 살고 싶다고 합니다. 계속 이어서 기독교인들, 특히 남자 기독교인들이 좋은 사람인 이유를 대 주었습니다. 기독교인 남자들은 술 안 마시고 담배 안 피고 여자 두들겨 패지 않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종교에 대한 선호와 사람에 대한 좋고 싫음이 너무도 단순하게 결정이 됩니다.

종교로 대화를 시작한 제임스는 정치로 주제를 바꿉니다. 빈 라덴이 나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비겁한 사람이랍니다. 왜 못 잡고 있는지 모르겠답니다. 그러더니 불쑥 오바마 대통령이 좋은 사람이냐고 묻습니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라고 답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좋은 사람이냐고 묻습니다. 다시 부시 대통령도 좋은 사람이라고 답해 주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부시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말합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도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누가 오바마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더냐고 물었습니다. 자기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그러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임스도 그렇게 생각하냐고 했더니 자기고 오바마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 때부터 상당히 길게 그 이유를 설명을 합니다. 오직 한가지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이민법 개혁입니다. 새로운 법을 만들고 통과시키는 것이 지연되고 늦어지는 이유와 배경, 그에 관련되는 문제점 등을 짧은 영어로 늘어놓으면서 설명을 했습니다. 내년에 들어서 늦지 않고 통과되어야 하는데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아 보인다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불법체류자 사면이나 이민 문호 개방과 같은 문제들을 지적하면서 조목조목 비판합니다.

정치인을 평가하는 것도 아주 단순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자신과 관련되는 문제를 제대로 풀어주느냐 아니냐가 전부였습니다.

특별히 제임스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 한국 사람과 앉아서 이민 문제에 관련돼 이렇게 “심도” 있는 대화를 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통령을 새로 뽑아다 놓고 그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이민법의 상황과 여건을 달라질 것이고 그에 따라 당장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커다란 변화가 생길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다지 큰 관심이나 적극적인 의사 표현 없이 지내는 우리의 모습이 답답하게 다가왔습니다.

사회의 외진 곳, 가장 낮은 처지에서 살아가는 제임스 같은 사람들이 앞장서서 이민의 문호가 열리고 사면의 길이 열릴 때 덕 보는 처지가 될 것 같습니다.

자신의 삶에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더 나아가 천국의 시민으로서 요구할 것을 요구하고, 기대할 것을 강력하게 기대하면서 누릴 것을 누리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