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저녁에 양용은 선수가 우승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보다 늦어진 PGA 챔피언십 최종일 경기를 중계하느라 방송도 예정보다 거의 1시간을 넘게 연장을 하면서 중계방송을 해 주었습니다.

최종일에 공동 2위로서 골프계의 타이거 우즈와 동반 경기를 하게 된 양용은 선수가 마지막 승부를 결정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정말 흥분과 감동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골프는 단체 운동이나 기록운동과 달리 개인의 경쟁과 겨루기를 담고 있는 스포츠입니다. 권투처럼 같은 격투기처럼 한 개인이 또 한 사람과 실력을 겨루는 치열한 공방 끝에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 중에서도 골프는 아주 특별한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구촌의 가장 가난한 동네에서 관광지 골프장에서 공 줍는 일을 하는 어린이들로부터 최고 권력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포츠로서 지위와 명예를 누리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즐기고 폭넓은 관심을 모으는 스포츠입니다. 그러기에 역사에 남을 만한 극적인 승부를 연출하면서 한국 선수가 최정상에 오른 것은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감격과 충격입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들여왔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생 역전을 언급하는 것이 바로 한국의 현대사의 기록이 된다고 할 만큼 현대사의 “거목”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다양한 공과를 언급하고 그 분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현대사를 가장 잘 표현하는 3김 시대가 끝났다는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젊은 민주화 투사로서 정치에 뛰어 들어 1971년 4월 27일 실시된 7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서 94만표 차이로 떨어졌습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게 도전해서 근소한 차이로 떨어진 김대중 후보를 한국의 권력은 그냥 두지 않았습니다. 그 때까지 야당의 젊은 지도자로서 승승장구하는 인기 정치인의 인생이 그 날로부터 인동초 인생으로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7대 대통령 선거일로부터 9개월 후 혼란스러운 한국 정치의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제주도에서 양용은이 태어납니다. 양 선수도 극한 가난과 역경을 통해서 인동초처럼 꽃을 피웠습니다. 며칠 사이에 지나가는 한 시대와 열리는 새로운 시대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건이 펼쳐 졌습니다.

오래전 한국의 답답한 정치 현실에 대해서 울분을 토하던 후배에게 이렇게 이야기 해 준 적이 있습니다. “가장 강력한 개역의 세력은 바로 시간이다. 세월이 가면 권력을 누리던 정치인도, 권세를 행하던 성직자도 다 사라진다. 그들을 서둘러 몰아내려고 하지 말자. 빈자리가 생길 때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준비하자. 오늘의 세대의 역할은 내일 주어진다.”

서거하신 고인을 기리고 남은 유가족들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애통의 시간이 지나면 이제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서 오늘을 써야 합니다. 과거에 잡히면 안 됩니다. 과거의 기억은 마음 속에 담을 뿐 손에 담을 필요가 없습니다. 거목으로 현대사의 획을 그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시대는 지나고 이제 온 세계가 열광하는 신 한국인의 시대가 열립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변화의 세력인 시간을 두려워하면서 내일을 바라보면서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