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어느 곳을 가든지 포도 농원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북 버지니아 만해도 수 없이 많은 Vine Yard가 있어 찾아 가 보면 대부분 포도주를 위한 아주 작은 포도로 달지 않은 시큼한 들 포도와 같다. 우리가 한국에서 맛보던 안성포도나 거봉포도처럼 그렇게 달고 시원한 포도가 아니다. 겨울철에 포도나무를 보면 무슨 나무라고 할 것이 없는 말라비틀어진 등걸에 불과해 열매를 맺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 쓸모가 없다. 궤짝 하나 짤 수 없으며 화목(火木)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반면에 동남아에서 나는 오크나무는 얼마나 미끈하게 잘 빠졌는지 그 자체가 미목(美木)이려니와 그 재질(材質)이 얼마나 튼실한지 교각(橋脚)으로 사용하여도 문제가 없고 가구(家具)로서는 최상으로 친다 한다. 그러나 이 포도나무에 새 순이 나는 봄을 지나 열매가 달리는 여름이 오면 그 양상이 달라진다. 대부분 사람 키 밑의 작은 나무이지만, 그 앙상하던 가지에 달리는 포도송이를 보면 풍성(豊盛)하다는 단어는 바로 이 모양을 두고 만들어 졌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주렁주렁 열리게 된다. 세상에 그 어떤 과일이 이처럼 한 송이에 풍성한 알맹이들을 달고 있을까? 포도 외에는 없다. 포도나무는 그 열매로 제 값을 다하는 것이다.

포도주에 Ice Wine이라는 것이 있다. 뉴욕주 제일 북쪽에 있는 버팔로에는 여름에 달린 포도를 그대로 두었다가 한 겨울 가장 추운 날 동틀 무렵에 따서 포도주를 만든다고 한다. 그 맛이 일품이다. 물론 그 값은 좀 비싸지만 말이다.

산전수전 이주원 목사님이 타계하신지도 어연 8년이란 세월이 흘러간다. 이 어른에게 가끔 좋은 포도주를 선물하면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아침저녁으로 한잔씩 상복하셔서인지 꼭 백세수하셨다. 포도에는 포도당, 비타민이 특히 풍부해 배고픔을 달래고 기운이 나게 할 뿐아니라, 추위를 타지 않게 하고 이뇨작용이 있어 오줌을 잘 나오게 하며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특히 포도 씨앗은 암 예방에도 효력이 있다는 연구 발표가 있어 실제 포도 씨를 원료로 한 건강식품이 불티난 듯 팔리고 있다 한다. 포도의 영양은 껍질과 씨앗에 전부 들어 있는데 포도 껍질에 들어있는 레스베라트롤 이라는 물질은 항산화 작용, 항암작용, 항염증 작용 등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니 얼마나 좋은 과일인가!

최근 러시아의 한 연구팀이 45세 이상의 중년 여성들에게 포도껍질과 씨 추출물을 섭취하게 한 후 2시간 만에 검사해보니 세포 내 콜레스테롤 농도가 최고 700% 감소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포도나무를 두고 예수님은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아 “내가 참 포도나무요”라고 말씀 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