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네 가족이 함께 조용한 물가에 가서 쉬고 왔습니다. 안식년을 두 번 가져야 할 기간에 쉬지 않고 지내온 것을 생각하면 늘 쉼이 아쉬울 때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들이 작을 때 휴가를 가면 모든 것이 아이들 중심이 됩니다. 즐거운 여행과 놀이가 중심이 됩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휴가를 가게 되면 아이들의 방학일 뿐 부모는 아이들에게 맞춰 주는 수고만 하게 됩니다. 가족 휴가를 다녀오면 부모가 쉬는 기간을 한 번 더 갖게 되기도 합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더 이상 아이들이 아니어서 그런지 가족이 함께 한 주간을 보내는 동안 그럭 저럭 온 가족이 함께 하고 함께 즐기는 내용이 더 많아 진 것 같습니다.

물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한 주간 동안에 전에 하지 않았던 일을 시도했습니다. 반 바지를 입고 지내는 것입니다. 수영복을 입어야 할 때를 제외하고 밖에 나갈 때는 늘 긴 바지를 입고 지냈습니다. 아무리 더워도 긴 바지를 입었습니다. 심지어 운동을 할 때도 항상 발목까지 덮히는 긴 바지를 입었습니다. 특히 야외에 나갈 때는 쉽게 풀독에 걸리고 모기에 유난히 잘 물리는 탓에 덥고 땀 나도 항상 긴 바지를 입었습니다. 이번에는 하루 종일 무릎까지 오는 반 바지를 입기로 했습니다. 큰 아이 반 바지 중에 하나를 빌려서 두 아들과 함께 같은 패션으로 지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지내고 문득 샤워를 하면서 다리를 보았습니다. 발목부터 무릎 밑에까지 햇볕에 그을러 짙은 갈색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며칠 반 바지를 입고 다니면서 전혀 눈에 띄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 많이 탄 것 같습니다. 발목 아래 타지 않은 하얀 부분과 비교되자 검게 탄 것이 눈에 띈 것입니다. 반 바지를 입고 다니는 사이에 여기 저기 모기에 물린 자국들이 불룩 불룩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인생에도 하나님의 은혜라는 햇살에 노출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때로는 체면 때문에 때로는 노출되면서 경험하는 불편함 때문에 노출하지 않고 덮어 두는 부분이 있습니다. 재정 생활, 부부 관계, 사업, 자녀 양육, 개인적인 취향과 취미, 학문이나 직업 등 우리 삶의 어떤 한 부분은 하나님의 관심과 손길에 노출되지 않도록 꼭꼭 덮어 둡니다. 덮어 둔 부분은 모른 채 하고는 내가 노출 한 부분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깁니다. 그 동안 하나님께 드러내지 못하고 드리지 못한 부분을 은혜를 경험한 부분과 비교해 보지 않습니다.

감추어 둔 부분을 노출시키면 하나님께서 직접 다루시고 만지십니다. 하나님께서 만지시고 다루시는 손길이 때로는 불편하고 때로는 아프기도 합니다. 때로는 거친 일을 당하기도 합니다. 잠시의 아픔으로 인해 잠시 노출시켰다가 다시 덮어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노출되어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부분과 그렇게 하지 않은 부분을 비교해 봐야 합니다.

햇살을 피할 수 없는 노출의 계절에 우리의 신앙적인 피부가 더 많이 노출되기를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