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古稀)를 앞둔 노인의 40일간 금식기도는 좀처럼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뜨거운 햇볕이 내려쬐는 여름, 냉방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은 산중턱 공사현장에서 백운형 목사(성현교회·68)는 그렇게 침묵으로 불법과 맞서 싸웠다.

단식투쟁 마지막 날을 맞이한 15일 백 목사는 앰뷸런스를 타고 국회의사당 앞에 도착했다. 갑작스런 움직임에 우려를 표한 의료진에게 검사를 받은 후 지팡이에 의지해 힘겨운 발걸음으로 국회 정문을 향했다.

하지만 국회 정문 앞에서는 어떠한 집회나 기자회견도 가질 수 없다는 국회 관계자의 제지로 예정했던 기자회견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백 목사가 국회를 등지고 무언(無言)의 시위를 한 시간은 고작 1분여. 그 사이 뒤편에는 수십 명의 전경들이 정문을 가로막았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예장 합동 부총회장 서정배 목사, 총무 이치우 목사, 총회 부서기 남태섭 목사, 총신대 총장대행 정훈택 교수(송전탑사태대책위원회 위원장), 총신대 운영이사장 황원택 목사 등 총회 및 학교 관계자들과 기독교사회책임(대표 서경석 목사)도 참석해 함께 목소리를 냈다.

“42호기 옮기기 전엔 어떤 타협안도 수용할 수 없어”
총회 비상대책위 및 신대원생들 금식기도 이어가기로


백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합법적이었다면 국책사업이므로 협조를 해야 하지만 총신 69회 졸업생으로서 한전이 부당하게 불법공사를 하는 것을 보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금식기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백 목사는 “한국교회 목회자와 기독교 지도자의 산실이요 요람인 총신대 신대원 위로 76만 5천 볼트의 초고압 송전 선로를 설치하기 위해 세워진 불법 송전탑으로 학생들이 불안해하고 학교의 계속적인 존속이 어려워졌다”며 “마땅히 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백 목사는 현재 국회에서 조직된 진상조사단에 대해 “철저하고 공정하게 진상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송전 선로의 최적 노선은 누가 봐도 직선 선로인 금호그룹 아시아나 골프장 쪽으로 설치되어야 함에도 90도 가까이 꺾이어 우회하는 부당한 선로를 택하여 전력과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 목사는 “비록 노무현 정부가 한 것이지만 현 정부에서 너무나 부당하게 설치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여 가장 정의롭고 최적의 장소로 이설해주길 바란다”며 “42호기 송전탑을 옮기지 않고는 어떤 타협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현재 합동은 총회차원에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했으며 비대위와 총신대 신대원생들이 백 목사의 금식기도를 이어 계속하겠다고 결의함과 동시에 백 목사의 건강을 우려해 금식을 중단할 것을 요청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