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One World, One Dream)’을 슬로건으로 65억 지구촌을 하나로 모았던 2008 베이징 올림픽이 24일 폐막식을 끝으로 그 성대한 막을 내렸다.

여느 올림픽과 다름없이 베이징 올림픽은 그 슬로건처럼 전 세계인을 지구상에서 가장 큰 스포츠 축제로 초대하며 국가와 인종, 성별, 나이를 초월해 ‘하나됨’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의 ‘하나됨’은 또한 다른 의미에서의 ‘하나됨’으로 드러났다. 개최국인 중국의 인권과 자유 상황에 대한 우려 속에 시작된 이번 올림픽은, 향후 중국의 변화에 대한 자유세계의 일치된 기대와 소망 가운데서 치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후진타오 주석 내외가 올림픽 참관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내외와 만남을 가진 모습. 올림픽 폐막 직후 후진타오 주석의 방한에 맞춰 한국에서는 탈북자 강제북송 저지 집회가 계획돼 있다. ⓒ청와대


국제사회에서 인권과 자유 탄압국가로 분류된 중국이 올림픽을 개최하기까지는 순탄치 않은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국외로는 수단 다르푸르 사태 개입, 티베트 독립운동 탄압, 북한 난민 강제송환 외에도 국내 지하교회와 반체제인사, 소수민족에 대한 박해 등 중국 정부의 심각한 인권과 자유 탄압 실상이 국제사회의 심판대에 올랐다. 세계 전역에서 중국 정부에 인권과 자유를 촉구하는 시위가 일었고, 올림픽 개최권 획득시 중국 정부가 약속했던 인권과 자유 상황 개선에 진전이 보이지 않자 올림픽을 불과 몇 개월 남겨두고 국제인권단체 네트워크와 유럽의회와 같은 국제기관 차원에서 올림픽 보이콧 내지는 개최국 변경 운동이 일기도 했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같은 국가를 대표하는 지도자들이 공개적으로 개막식 불참을 선언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올림픽 개막식 예술고문을 맡았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고문직을 돌연 사퇴했다. 올림픽 이후에도 후진타오 주석의 방한에 맞춰 탈북자 강제북송 저지를 위한 집회가 계획돼 있다.

이렇듯 베이징 올림픽은 올림픽 역사상 전례가 없는 논란 끝에 힘겹게 막을 올렸다. 올림픽 기간 중에도 중국 정부에 인권과 자유의 보호를 호소하는 시위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등 세계 전역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줄을 이었다. 이같은 움직임은 미디어로 드러난 선수들의 화려한 경기와 열띤 승부, 역경의 드라마와 같은 올림픽의 감동 이면에 인권과 자유의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실제로 올림픽 전부터 국내 인권운동가들과 가정교회 지도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외국인 선교사와 기독교단체, 기업을 추방하면서 베이징 시내 ‘청소’에 임해 온 중국 정부는 올림픽 기간에도 어김없이 베이징을 중심으로 소위 반체제인사에 대한 단속을 진행하며 인권운동가들과 가정교회 지도자들을 계속적으로 적발, 구금해 왔다. 심지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 시내의 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종교 자유의 메시지를 전할 때조차 교회로 진입을 시도하던 인권운동가들이 체포됐다 풀려나는 사건이 있었다.

일찍이 중국 정부가 몇 번의 입장 번복 끝에 허용한 올림픽 기간 종교 자유 부분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의 규제 완화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올림픽 경기장과 선수촌이라는 제한된 지역 밖의 종교 자유는 여전한 탄압 아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중국 정부의 허용 아래 올림픽용으로 제작된 성경과 세계적 복음전도자인 루이스 팔라우 목사의 저서 ‘어느 무신론자와의 대화’가 올림픽 경기장과 선수촌 주위에서 배포됐으며, 종교를 가진 선수들과 경기 임원들이 선수촌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시설이 마련됐고 예배를 인도할 성직자들이 해외에서 초빙돼 왔다. 베이징 시내 관영교회들에서는 올림픽 기간 계속해서 예배가 드려졌다. 그러나 올림픽용이 아닌 외국에서 반입된 성경은 세관에 압수되는 상황은 계속됐으며, 중국 기독교 인구 4천만 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가정교회 교인들과 1천여 개로 추정되는 베이징 시내의 가정교회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니 올림픽을 맞아 한층 더 강화된 단속 아래 숨죽여야 했다.

그러나 이토록 끝없이 어두워만 보이는 그림자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올림픽은, 일부 회의적인 시각 가운데서도 대체적으로 중국의 인권과 자유 상황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로 받아들여져 왔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올림픽은 그 개최국에 전환점이 되어 왔다. 아시아 첫 올림픽이었던 1964년 도쿄 올림픽과 이어 1988년의 서울 올림픽은 양국의 개방과, 국력 및 세계적 위상 상승에 큰 전환점을 제공했다. 베이징 올림픽 역시 어떻게든 향후 중국의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물론 ‘올림픽 효과’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오히려 중국 정부를 자극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겠지만, 전 세계 204개국이 함께 치러낸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인들의 시각은 좀 더 세계적인 가치관을 지향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는 중국 내 인권과 자유에 대한 인식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한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많은 부분 가려져 있었고 알려져 있지 않았던 중국의 현실이 드러났으며, 지속적인 국제사회의 관심 속에 놓이게 된 점이다. 국제사회가 이처럼 단결해서 중국의 인권과 자유 상황에 한 목소리를 내고 한 마음이 되어 기도한 것도, 세계 언론이 이처럼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보도한 것도 올림픽 이전에는 없던 일이었다.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인의 눈과 귀는 중국의 인권과 자유로 향하게 됐다.

▲올림픽 기간 중 주목받았던 부시 미 대통령의 중국 삼자교회 방문. ⓒ백악관


특히 이번 올림픽 기간 방중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베이징 시내의 관영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그곳에서 종교 자유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이외에도 방중 기간 여러 차례 중국의 인권과 자유 탄압에 대한 우려를 전하고 중국 정부의 개선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보는 국제사회의 관심을 크게 모으며 중국의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는 효과를 가져 왔다.

물론 이러한 모든 요소들이 중국 정부에 즉각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볼 수는 없으며, 중국의 인권과 자유는 얼마의 시간을 더 어둠의 터널을 통과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내부로부터의 변화에 대한 갈망과 외부로부터의 계속되는 문제 제기와 압력에 중국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언제까지고 등한시할 수만은 없게 될 것이다. 올림픽 개최권을 따내던 순간의 약속은 중국도, 세계도 잊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비록 이번 올림픽 때와 같은 형식적이고 제한적인 개선이 될지라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 분명하다.

‘하나의 세계’를 꿈꿨던 베이징 올림픽은 이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가 보여 줬던, 하나님이 모든 인류에게 공평히 베풀어 주신 가치인 인권과 자유에 대한 염원은 올림픽이 남긴 무수한 추억 속에서도 더 오래 우리 모두에게 남아 기억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