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한국으로 돌아가신 이태휘 교우님이 여기 계시던 한 일 년여 전에 이태휘 교우님 부모님들이 방문하신 적이 있는데 아들이 한국에 있을 동안에는 주일에 예배도 가끔 드리더니 이곳에 와서 나름대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도 고맙고, 더욱이 오랫동안 기다리던 손주를 여기에 와서 얻게 된 것이 너무 고마워서 저녁식사를 대접해 주고 싶다고 하시면서 그 대신에 이 지역에서 스테이크를 아주 맛있게 하는 음식점을 소개해 달라고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아는 레스토랑 중에서 베데스다에 있는 루스 크리스(Ruth's Chris)라고 하는 곳을 언젠가 가본 적이 있어서 그곳을 소개했더니 좋다고 하시기에 함께 가서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날 레스토랑 정한 테이블에 앉아 메뉴를 보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서브하고 있는 웨이트레스의 목소리가 하도 상냥해서 쳐다보니 동양인 웨이트레스인데 자그마한 키에 얼굴도 예쁘고 손님들을 대하는 자세며 말씨도 얼마나 친절한지 옆에서 듣는 것도 좋아서 조금 더 유심히 보니 우리 교회 김막단 권사님 딸인 혜영이와 아주 닮아 보이는 아가씨였습니다. 레스토랑의 조명이 그리 밝지 않아 비슷하게 보이겠거니 하곤 식사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바로 제 옆에서 “목사님, 안녕하세요!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기에 깜짝 놀라 쳐다보니 바로 우리 테이블을 서브하고 있던 그 웨이트레스였습니다. “저, 혜영이에요” 하고 웃는데 정말 그 아가씨가 혜영이었습니다. 그날 우리는 혜영이 덕분에 맛있는 디저트를 공짜로 얻어먹었습니다.

그 다음날, 교회에서 김막단 권사님을 만나 혜영이 만난 이야기를 했더니 권사님도 혜영이한테 얘기를 들었다고 하면서 언제 한번 같이 가시자고 하시기에, “권사님, 그 레스토랑이 맛있기는 한데요. 생각보다 음식 값이 많이 비싸요” 했더니, 혜영이가 쉬는 날 혜영이하고 같이 가면 직원들에게 주는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매주 화요일마다 혜영이가 쉬니까 언제 시간을 맞춰서 한번 꼭 가자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몇 차례 권사님과 함께 갈수 있는 화요일 시간을 맞춰봤지만 저나 집사람 스케줄이 잘 맞지를 않아 몇 달을 미루다가 드디어 지난 주간에서야 시간을 맞출 수가 있었습니다.

그날 저는 집사람과 김 권사님, 그리고 혜영이와 함께 참 기분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물론 훌륭한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그것도 절반 가격으로 먹은 것도 기분 좋았지만 비단 음식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혜영이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자리에 앉자 우리를 맡아 서브하는 웨이터로부터 시작해서 레스토랑의 매니저에 이르기까지 그곳에서 혜영이와 함께 일하는 동료 여러 명이 와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데 혜영이에 대한 칭찬도 칭찬이지만 혜영이 때문에 함께 간 우리에게까지 정중하게 그리고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함으로 환대를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이제 목회를 30년 넘게 하다 보니 사람들을 대해보면 대충 그 사람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감이 옵니다. 아무리 듣기 좋은 말을 해도 마음이 담기지 않은 말과 진심에서 우러나와 건네는 말의 차이 정도는 몇 마디 들어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 그날 레스토랑에서 혜영이 때문에 받은 인사와 환대는 참 마음에 와 닿는 따스함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혜영이가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한테서 좋은 인사를 받아서 기분이 좋았지만 제가 기분이 좋았던 것은 따스한 인사 때문만도 아니었습니다.

정말 기분이 좋았던 것은 그들이 혜영이에 대해서 해준 말 때문이었습니다. “앤(혜영이 영어이름)은 우리 레스토랑에서 Best of Best다” “앤이 여기서 다른 동료들을 얼마나 많이 돕는지 아마 너는 상상할 수도 없을거다” “앤이 나를 너무나 잘 도와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등등.. 그냥 인사로 건네는 빈말이 아니라 정말 혜영이가 고마워서 하는 말이라는 것은 들으면서 금새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기분이 좋았던 것은 바로 그 말들이었습니다. 혜영이가 자기 삶의 터전에서 참 잘 살고 있기에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그런 말을 듣는 거라는 생각이 저를 기분 좋게 했습니다. 혜영이가 그들에게 저를 자기 목사라고 소개를 하자 “아, 그러냐!고 하면서 저를 보는 눈길에 반가움이 담겨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가끔 교우들이 일하는 직장에 가서 저를 자기 동료들에게 소개해 줄때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대개는 그분이 거기서 어떻게 지내는지 감을 잡을 수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반갑게 대하는 것은 저 때문이 아니라 저를 소개하는 바로 그 사람 때문이고, 반대로 저에 대해 시큰둥하거나 건성으로 인사를 하는 것도 저 때문이 아니라 저를 소개한 바로 그 사람 때문이라는 것쯤은 이제 쉽게 감이 잡힙니다.

그날 반가운 인사를 받고 따뜻한 환대를 받은 것은 혜영이 때문이었습니다. 혜영이가 잘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참 기분 좋은 저녁 나들이었습니다.
지난주간 받은바 은혜를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