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접어든 현재 가장 비복음화된 집단을 들라 하면 청각 장애로 인해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는 농인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미국, 호주, 일본에서는 수어성경번역이 어느 정도 진행 중에 있지만 한국은 농인선교가 시작된지 61년이 흘렀지만 아직 시도도 못해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농인들의 영적 귀가 열려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듣고, 영적 입이 열려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찬양하고 고백하며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자녀로 변화시키고자 설립된 ‘에바다농인선교연구소’가 농인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성경 ‘수어성경번역’을 위해 샘플링 작업을 하고 있어 찾아가 보았다.

‘에바다농인선교연구소’에서는 농인인 황창호 목사와 강주해 목사 그리고 농인사역에 경험이 많은 청인인 임연숙 전도사가 함께 일하고 있다.<편집자주>


▲에바다농인선교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황창호 목사, 강주해 목사, 임연숙 전도사(왼쪽부터) ⓒ조요한 기자


수어성경번역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황창호 목사 – 제가 미국에 온지 16년이 지났지만 그 동안 수어성경번역을 위해 준비만 할 뿐 착수하지 못했습니다. 이 번역 작업은 함께 헌신할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고 촬영과 편집작업, 홍보 및 후원활동을 농인인 제가 감당하기엔 너무도 어려운 일이고 또한 일반인들의 관심 부족으로 수어성경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강주해 목사 - 그래도 황 목사님이 촬영장비부터 시작해 DVD장비, 조명장비 등을 틈틈히 마련해서 빈약하지만 스튜디오를 만들고 한국수어 기본단어, 대화문, 관용수어, KSL 수어사전, ASL-KSL 수어사전, 수어찬양 등을 CD로 제작했습니다. 물론 최종목표는 수어성경번역입니다.

황창호 목사 - 무엇보다 먼저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먼저 샘플링을 만들어 성서공회 같은 기관에 보내 지원을 받는 것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수어성경이 제작되고 있는 스튜디오 ⓒ조요한 기자


수어성경번역사업이 왜 중요한가요?

강주해 목사 - 농인들은 귀가 안 들려 언어소통이 안 됩니다. 특히 날 때부터 농인이 된 사람, 어릴 때 농인이 된 사람은 언어습득이 쉽지 않습니다. 어휘력과 문장력이 아주 약합니다. 농아의 지능은 보통 사람과 비교할 때 손색이 없는데 왜 성경을 읽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가?

예를 들면 찬송가 177장에 나오는 구절 중에 ‘예수여 비오니(Jesus, come and fill me now)를 농아 고등학생이 ‘예수여 비오니(rain)’로 표현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 정도로 어휘력과 문장력이 약합니다. 그러니 성경을 읽어도 잘 이해를 못하고 자연스럽게 성경을 멀리 하게 됩니다.

이 말씀을 바로 전달하기 위해서 수어번역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재정적인 뒷받침이 없어서 시작하기도 힘들었지만, 마침 임연숙 전도사(한국 영락농인교회)가 미국에 오면서 이렇게 셋이 모이게 되고 같이 힘을 합치자고 마음이 모아져서 소수의 인원과 부족한 장비지만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한국수어성경 제작 현장 ⓒ조요한 기자


현재 진행중인 샘플링 작업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세요

황창호 목사 - 대한성서공회에 연락했는데 샘플을 만들어 보내달라는 연락이 와서 지금 준비 중에 있습니다. 현재는 3명이 작업을 하고 있지만 수어성경을 만들려면 촬영과 편집, DVD 제작 과정을 할 수 있는 사람까지 적어도 농인과 청인을 합하여 5명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작에 필요한 장비도 부족합니다. 현재는 저가의 캠코더와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데 보다 좋은 촬영장비와 편집 프로그램, 조명 장비 등이 지원된다면 훨씬 나은 수어성경을 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샘플링에는 신약(마가복음 7장 31-37절), 구약(창세기 1장1-5절), 찬송가 350장이 들어갑니다. 수어 동작에 따른 자막위치도 고려 중에 있으며 찬송가는 수어동작에 따라 가사(자막)가 진행되도록 제작하고 있습니다. 농인들은 들을 수 없기 때문에 가사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박자로 알아듣습니다. 소리가 안 들려 감정 전달이 잘 안 됨으로 수어동작과 함께 얼굴표정, 몸 동작으로 감정을 잘 표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강주해 목사 - 성경번역과 수어찬송가를 통해서 농인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알게 하고 위로를 받고 치유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성경번역을 통해서는 말씀을 먹고 찬양을 통해서는 호흡할 수 있게 말입니다. 앞으로는 수어성경강해, 수어설교뿐만 아니라 책을 읽어도 그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농인들을 위해 책 내용을 요약해 수어로 번역하는 작업도 할 예정입니다.

▲마침내 한국수어성경 샘플 제작이 완료됐다. ⓒ조요한 기자


수어번역성경을 제작하는 데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시나요?

일본의 경우는 12년 전부터 수어번역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마가복음, 누가복음, 창세기 등 성경 66권 중 약 7권 정도가 번역되어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은 30년 전부터 번역을 시작했으며 시편과 요한계시록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번역이 완료됐습니다.

한국수어의 경우도 아마 평생 사업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못하면 다음세대에서 완성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일본어수어자료(좌)와 영어수어성경(우) ⓒ조요한 기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강주해 목사 - 농인 선교는 일반선교차원에서 비교해 볼 때 아주 부진합니다. 많은 농인 영혼들을 구원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농인선교에도 젊은 사역자 양성이 필요합니다. 사역자를 양성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워싱턴 침례대학에 이번 봄학기부터 농인들을 위한 ESL, ASL반과 관심 있는 청인들을 위한 KSL반을 개설하여 가르치려고 합니다.

농인들은 사회적으로 약자고 소수집단이며 능력도 부족하지만 농인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존귀한 영혼입니다. 이들에게도 복음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듣지 못하는 이들이기에 많은 기회들이 제한되어 있고 문장력과 어휘력도 약해서 직접 읽어도 뜻을 파악하지 못합니다. 하나님께서 농인을 위해 수어를 주셨기 때문에 복음을 전할 수 있습니다. 농인 선교를 위해 일반교회에서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황창호 목사 – 농인은 외모가 정상인과 똑같아 장애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도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마가복음 7장에 예수님께서 농인을 만나시는 장면이 나오는데, 무리 가운데서 따로 세우시고 농인을 치료하실 때 예수님이 손으로 입과 귀에 대시며 하늘을 우러러 ‘에바다 (열리라)’하고 외치셨습니다. 주님께서 농인들의 깊은 아픔과 듣지 못하는 이들에게 복음이 가로 막혀 있음을 아시고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시는 것 같습니다.

강주해 목사 - 미국도 농인 선교비율은 2%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 98%는 누가 복음을 전해야 합니까? 일반 장애인들은 장애를 호소라도 할 수 있지만 농아인들은 호소도 잘 안 됩니다. 그래서 늘 내적인 스트레스가 쌓여 우울증이나 인격장애 등 정신적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들에게 제대로 된 시각적 영상매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교회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농인 선교에 관심 있는 일반 교회는 농인목회자(황창호 목사, 강해주 목사)를 초청해서 주일 오후나 수요예배시 설교할 수 있는 시간을 배려해 주면 농인 선교에 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있다.

문의 : 410-660-7936(임연숙 전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