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목회의 가장 큰 아픔 중 하나인 나뉘어짐을 경험했지만, 다시 일어서 지역사회에, 복음을 듣지 않는 이들에게, 상처가 많아 하나님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다가가는 교회가 있다. 버지니아 버크 지역 소재 은혜장로교회. 2006년 12월 24일부터 새롭게 출발해 부흥의 불씨를 지피고 있는 손기성 목사를 만나보았다.

"작년 3월까지 한 넉 달 동안 대인기피증에 시달릴 정도였어요."

2005년 8월 첫 주 주사랑은혜교회라는 이름을 걸고 공동목회의 형식으로 힘차게 사역하던 손목사는 함께 공동 목회를 하던 목회자와, 그리고 성도들끼리 서로 불협화음이 생기다가 결국 교회가 나뉘어지는 아픔을 경험했다. 2006년 12월 교회가 나누어진 이 때는 손목사가 앞으로 계속 목회자의 길을 갈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한 시기였다.

그러나 이 때는 하나님께서 믿었던 사람에게 실망하고 상처 받아 숨어있던 손 목사를 다시 세우시는 시간이기도 했다. 한국의 이름만 대면 아는 대형 교회의 부목사, 파이디온과 디모데성경연구원의 총무 등등의 타이틀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높아진 마음, 말 많고 아픔과 상처 많은 이민사회를 넓은 품으로 끌어 안지 못했던 부족함. 그 모든 것들을 깨닫고 부서져 철저히 주님의 손으로 다시 빚어지는 시간들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두려워 숨어 있던 저를 다시 사람을 통해 끄집어 내기 시작하셨습니다."

설교 때 쓸 마이크조차 없이 정말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몇 남아있지 않았던 성도들은 한 명 씩 자기의 것들을 내어놓기 시작했고 끊임없이 손 목사를 찾아와 위로하고 힘을 주었다. 어떤 집사님은 사비를 털어 음향시스템 전체를 마련하기도 했고, 차를 도네이션 한 이도 생겼다. 2007년 1월 부터 다시 '은혜장로교회'라는 이름으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바닥부터 다시 시작한 것이다.

"목회자는 누군가의 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친구가 되어주고 어려운 길을 함께 걸어가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손 목사는 이민자들이 가정적, 경제적 문제로 인해 더욱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예전에 한번은 어느 아이에게 '아버지를 많이 닮았구나'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어요. 그 아이의 부모가 이혼했다 재혼해 친 아버지가 아니었거든요."

청년들에게 '혼기가 찼는데 왜 시집, 장가를 안 가느냐'고 물어볼 때도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라고 한다. 이미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다가 이혼해 혼자 사는 경우를 여럿 보았기 때문이다.

상처가 많은 이들은 쉽게 마음의 문을 열기가 힘들고, 다른 이에게 쉽게 상처를 주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이 이민자들이 신앙의 뿌리가 깊어지기 힘들고 갈등을 일으키는 이유 중의 하나인 것이다.

현재 워싱턴 지역의 한인 이민자들이 18만을 넘어 20만에 이른다고 한다. 그 중에 교회를 다니고 있는 숫자가 4만에 채 이르지 못한다고 한다. 손 목사는 4만명 이외의 한인 모두가 교회를 한번도 가보지 못했거나 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민사회의 특성상 초기 이민자들이 정보를 얻고 관계를 형성하는 곳이 교회라는 사실은 누구나가 아는 일이다. 그렇다면 20만에서 4만을 뺀 남은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 것인가?

"아마도 교회에 한 번은 왔겠지만 그들이 받은 상처 때문에, 교회 안에서 보여지는 은혜롭지 못한 모습 때문에 떨어져 나간 분들이 상당할 겁니다. 저희 교회가 먼저 경험한 상처, 치유의 과정들이 이 분들을 끌어 안는데 있어 좋은 밑거름이 될 것 같습니다."

상처 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로서 이민사회의 상처를 보듬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고 귀한 영혼들로 만나도록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돌린다는 손 목사. 이민사회에 흩어져 있는 주님의 잃어버린 상처 입은 영혼들이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곳, 그런 교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하나님은 은혜장로교회를 깨우셨다고 말하는 손기성 목사는 교회가 나뉘어진 아픔의 1년을 맞으면서 '우리 교회를 다시 일으키신 하나님께서 앞으로 부어주실 수 많은 영혼과 사역들을 기대하면 마음이 밝다고 한다.

은혜장로교회는 2008년 새 해에 3가지의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기로 했다. 첫번째는 '0880'. 08년도에 성인 80명을 전도하자. 두번째는 '한 가정이 한 가정을'. 각 가정이 한 가정씩을 전도하자. 세 번째는 'Finding Promise Land'. 교육, 예배적 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사가자 이다.

2월 6,7,8일에는 '구약의 파노라마'라는 주제의 만나축제를 계획하고 있으며, 5월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진료봉사, 여름에는 전교인 수련회 및 유학생을 위한 위로 만찬 등이 열릴 예정이다. 가을에는 성경 통독 수련회, 새생명 축제, 무료 독감주사, 12월에는 크리스마스 까페가 계획되어 있다. 손 목사는 작은 교회지만 섬기고자 하는 마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하기에 주님께서 잘 감당케 하실거라 확신한다고 한다.

손 목사는 함께 어려운 길을 믿음으로 걸어 온 성도들과 더불어 아내와 두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3년간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지하방에서 살면서도, 10년이 넘는 신학공부 뒷바라지를 하면서도, 몇 푼 되지 않는 쥐꼬리 만한 사례를 받는 전도사 시절부터 늘 함께 이 길을 걸어온 아내 박정현 사모, 그리고 가난한 목회자의 자녀로서 불만스러운 것도 있을 테지만 누구보다도 밝고 정직하고 반듯하게 자라준 두 아이들(손수아(16,아들), 손하은(14,딸))이 저의 든든한 버팀목 이지요."

손목사의 바람대로 작년의 나뉨의 아픔이 오히려 약이 되어, 이민자들과 마음에 상처입은 영혼들을 어우르고, 감싸는 복이 되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한 사역들이 아름다운 열매가 되어 지역 사회와 하나님의 나라에 아름답게 쓰여지길 바란다.

"이 자리에서 감히 품어보는 비전이 있습니다. 저희 은혜장로교회가 주님의 은혜로 버지니아 지역의 모델이 되는 교회가 되자는 것입니다. 분명 이 꿈을 이룰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