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음와이 키바키 현 대통령의 재선에 반발한 유혈 시위가 격화 양상을 보임에 따라 세계 교회 지도자들이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3일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성공회 데스몬드 투투 주교는 라일라 오딩가 후보를 포함한 케냐 야당 지도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로 인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투투 주교와의 회동이 이뤄진 3일 오딩가 후보가 이끄는 오렌지민주운동(ODM)은 정부의 집회 금지령에도 불구, 나이로비 시내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었으나 정부가 최루탄과 물폭탄을 사용한 저지 계획을 밝히자 다음주로 일정을 연기했다.

투투 주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케냐 지도자들에게 더 이상의 학살을 막기 위한 노력을 당부하러 왔다”고 밝혔다. 그는 키바키 대통령측과도 만날 예정이나, 정확한 일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투투 주교와 더불어 WCC 사무엘 코비아 총무도 케냐의 양측 지도자들에 화해를 촉구하고 나섰다.

케냐인인 그는 “지금은 당파적 입장을 내려놓고, 국가와 주변 지역의 안전을 염려할 때다”고 강조했다.

코비아 총무는 또한 케냐 교회에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알리고 종족 간 화해를 위해 힘써 줄 것을 요청했으며, 세계 교회에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케냐인들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당부했다.

사태는 지난 달 27일 치러진 대선에서 키바키 대통령이 개표 초반 당선이 유력시됐던 오딩가 후보를 막판에 근소차로 누르면서 재선에 성공하자 야당 지지자들이 이에 반발해 시위를 벌이면서 시작됐다.

시위는 점차 키바키 대통령을 지지하는 키쿠유족과 오딩가 후보를 지지하는 루오족 사이의 종족 분쟁 양상으로 번져 현재까지 3백 명 이상이 사망하고 7만5천여 명이 피신하는 등 근 25년간 최악의 유혈 사태가 빚어졌다.

특히 케냐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안정적인 정치 및 경제 체제를 갖춘 국가로 알려져 있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충격은 더 크다. 현재 유엔을 비롯해 유럽연합과 미국, 영국 등 강대국들은 선거 부정 의혹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폭력 중단과 조속한 사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