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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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나 교회의 감독 폴리갑은 사도 요한의 제자로 알려져 있다. 서머나 교회는 사도 요한이 기록한 계시록에 등장하는 소아시아 일곱 교회 중의 하나이다. 서머나는 지금의 튀르키예 이즈미르로 튀르키예지역 성지순례 여행의 필수 코스다. 이즈미르에는 서머나 교회의 예배당이 남아서 역사를 보여준다.

서머나는 ‘몰약’이라는 뜻이다. 이 서머나(이즈미르)는 튀르키예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이 도시에는 오래전부터 헬라인들이 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로 유명한 헬라의 시인 호머가 서머나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폴리갑은 본래 안디옥 출신 노예였다고 한다. 구전에 의하면 서머나의 어느 과부가 노예로 폴리갑을 샀는데, 너무 똑똑해서 그녀가 죽게 될 즈음 자유인으로 풀어 주었다고 한다. 그는 사도 요한의 가르침을 받으며 신앙 지도자로 성장하였고, 2세기 초의 교회 지도자가 되어 복음을 전했던 사람이다. 폴리갑은 이그나티우스가 순교한 후 약 50년이 지났을 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치하에서 사형당하여 순교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스토아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다. 그는 자신의 철학적 사색을 담은 명상록으로 유명하다. 그는 전쟁 중에도 빠지지 않고 명상록을 남기고 인자한 왕으로 알려졌지만, 말년에 잔인하게 기독교를 박해한 폭군으로 변신했다. 일설에 의하면 그는 초기에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인자한 왕이었지만 미신을 믿는 점성가들에 빠지면서 폭군이 되었다고 한다.

폴리갑의 생애에 대한 기록들은 많지 않다. 이그나티우스가 남긴 편지로 폴리갑의 삶과 사역을 짐작할 수 있다. 폴리갑 생애의 후기에 관하여는 폴리갑의 제자인 이레네우스의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AD 202년에 참수형으로 순교했던 이레네우스는 서머나 출신으로 폴리갑 감독의 지도로 성장한 초대 교회 지도자다. 이레네우스는 ‘폴리갑은 사도들의 제자이며 주님을 직접 본 사람들과 함께 살았다.’라고 전하고 있다.

이레네우스가 로마의 장로 플로니누스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적혀 있다.

“나는 복된 폴리갑 감독이 앉았던 자리와 가르쳤던 자리, 드나들던 장소, 그의 모든 행동과 외모, 사람들 앞에서 행한 설교를 당신에게 설명할 수 있다. 그가 요한과 주님을 본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교제하고 그들의 말을 어떻게 인용하였으며, 주님의 기적과 가르침에 관하여 그들에게서 무엇을 들었는지도 설명할 수 있다. 폴리갑은 ‘로고스’의 삶을 목격한 사람들로부터 모든 것을 전해 들었듯이, 성서와 일치하여 이야기하였다.”

이레네우스는 폴리갑이 많은 권고와 훈계의 서신들을 교회들과 개인들에게 썼다고 전하지만 이레네우스가 예증하는 유일한 서신은 <폴리갑이 빌립보 교회에 보낸 서신>으로 남아 있다. 빌립보 교회에 보내는 폴리갑의 편지는 유세비우스도 언급한다. 보존이나 편집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폴리갑 감독이 빌립보 교회에 보내는 서신의 존재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폴리갑이 빌립보 교회에 보낸 편지는 고난 가운데서 믿음을 지키는 빌립보 교회 성도들에게 두 번에 걸쳐서 보낸 편지다. 현재 남아 있는 편지는 합본이다. 폴리갑 사후에 편지의 보존을 위해서 누군가가 합한 것이거나 혹은 우발적으로 합쳐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해지는 폴리갑의 편지는 14장 35절로 구성되어 있다. 13장과 14장은 첫 편지 일부로 알려진다. 폴리갑의 첫 편지는 이그나티우스의 사망 전에 기록된 편지로 이그나티우스 편지와 함께 보내진 것으로 추정한다.

“여러분이 요청한 대로, 우리는 이그나티우스가 우리에게 보낸 서신들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에 의해서 쓰인 다른 서신들을 여러분에게 보내 드립니다. 이 서신에 그것들을 동봉합니다(폴 빌13:2 상).”

반면에 1장부터 12장은 빌립보 교회가 겪는 위기를 보면서 기록한 편지로 보인다. 이 편지에 위기를 겪는 교회와 성도들을 향한 폴리갑의 처방들이다.

이 편지는 “폴리갑과 그와 함께 있는 장로들이 빌립보에 있는 하나님의 교회에게, 전능하신 하나님과 우리의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오는 자비와 평화가 여러분에게 더해 가기를 기도드립니다.”라고 시작하고 있다. 이미 서두를 읽을 때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이 편지는 사도바울의 서신들과 논조가 아주 유사하다.

폴리갑의 편지는 읽자마자 익숙한 표현과 익숙한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특별히 복음서의 가르침과 바울 서신의 내용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사도바울의 용어와 표현법 그리고 사도바울의 메시지와 유사한 가르침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울러 복음서와 유사한 표현들(6회), 빌립보서와 유사한 표현들(7회) 그리고 기타 바울 서신과 유사한 표현들이 현저하게 많다. 바울의 어투, 단어, 인사 방식 그리고 메시지가 유사하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폴리갑의 서신은 짧지만, 이 짧은 서신에서 폴리갑의 사람 됨됨이가 잘 드러나고 있다. 폴리갑은 단순했고, 겸손했고 솔직했다. 어떤 교활함도 허세도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폴리갑의 존재를 잘 나타내 준다. 폴리갑은 노예 출신이어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 그가 남긴 편지는 그의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헬라어로 기록된 서신은 단순하고 독자적 표현도 없고, 수사학적인 표현도 없는 평범한 문체로 구성되어 있다.

폴리갑은 편지에서 스스로 밝히는 대로 구약 성경에 정통하지 못한 것 같다. 반면 그는 당시 유통되는 기독교 문서들을 많이 읽었고, 그 문서들을 자신의 편지에 인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비교적 신약성경 복음서와 서신서들에 정통했던 것 같다. 곳곳에서 복음서 내용이 인용되고 서신서들의 표현이 담겨 있다.

폴리갑은 이 편지에서 중요한 신앙의 원칙을 강조한다. 바울이 쓴 빌립보서와 공통된 부분만 정리해 본다. 첫째로 그리스도 중심의 신앙을 권한다. 둘째로 그리스도가 본을 보여주셨음을 강조했다. 셋째는 성도가 하늘나라의 시민권자라고 표현한 부분이다. 이런 표현들은 바울의 빌립보서와 폴리갑의 빌립보서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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