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Photo : 기독일보) 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프랑스 남부와 스페인 북부 사이에 나바라 왕국이 있었습니다. 나바르 왕국을 다스리는 퍼디낸드(Ferdinand)왕은 성실한 통치자였습니다. 왕은 나라를 잘 통치했고 덕분에 나라는 태평성대를 누렸습니다. 니바르 왕국은 안정되고 평화로우며 부유했습니다.

나라를 잘 다스리고 싶었던 퍼디낸드 왕은 학문에 관심이 많아 학술원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더 많은 연구를 통해서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를 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왕은 학문에 관심이 많은 세 명의 궁신, 즉 베론느, 롱가비유, 듀메인을 뽑았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앞으로 3년간 연구에 몰두하기로 했습니다.

왕을 포함한 네 사람은 앞으로 3년간 모든 욕망을 끊고 연구에 몰두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규칙을 정했습니다. 첫째, 3년 동안 여인을 멀리하고 오락도 금한다. 둘째, 7일 중 하루는 금식하고, 나머지는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 셋째, 매일 세 시간만 자고 낮에는 절대로 졸거나 하품을 하지 않는다. 이런 세 가지 규칙을 절대 준수하기로 맹세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국왕을 대신하여 프랑스 공주가 두 나라 간의 중요한 업무를 논의하기 위해 나바라에 왔습니다. 혼자 오지 않고 세 시녀 로잘라인, 머라이어, 캐더린을 거느리고 왔던 것입니다. 나바라의 퍼디낸드 왕과 학술원을 지키던 신하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여인을 만나지 않겠다고 굳게 맹세했던 것은 물론 금욕과 절제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베론느가 일장 연설로 프랑스 공주 일행을 만나야 할 이유와 무리한 언약을 파기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였습니다. 그의 명쾌한 논리에 왕과 대신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굳은 맹세를 접고 공주 일행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프랑스 공주 일행을 보자마자 그녀들에게 반했고 그들이 반했다는 사실을 그녀들도 눈치챘습니다.

각각 두 나라의 남녀 네 사람은 만남을 즐깁니다. 그들은 각각 짝을 지어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선물을 주고받고 여인들은 받은 선물들을 품평합니다. 나바라의 왕과 대신들도 여인들을 만나는 설렘과 흥분이 있었지만, 프랑스의 공주와 그 일행도 새로운 만남에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두 나라의 왕과 공주 그리고 대신들과 공주의 수행원인 시녀들이 흥미진진한 사랑놀이를 합니다. 사랑인 듯 게임인 듯 놀이를 즐깁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각각의 남녀 네 쌍은 서로에게서 사랑을 확인하고 사랑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서로 사랑에 빠진 것입니다.

이때 생각하지도 못했던 소식이 프랑스로부터 들려 옵니다. 프랑스 왕이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비보였습니다. 프랑스 왕실의 상황은 공주가 여왕으로 등극해야 할 처지라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공주가 왕으로 즉위하는 좋은 소식임에도 불구하고 나바라 퍼디낸드 왕은 맥이 빠졌습니다. 왕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신들도 맥이 빠졌습니다.

퍼디낸드 왕은 떠나는 공주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떠나기 전에 나의 질문에 답하고 가시오! 지금까지 우리는 장난처럼 사랑극을 하였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소! 이 사랑을 고백하며 청혼하니 부디 확실한 대답을 주고 가시길 바라오! 공주! 세 명의 여인들도 우리 대신들에게 답을 주고 가시게 말해주시오."라고 왕은 진심을 담아 공주에게 부탁했던 것이었습니다.

이는 갑자기 떠나야 하는 공주에 대한 섭섭함의 토로이기도 하지만 왕의 진심이었습니다. 왕이 공주를 사랑하는 것처럼 대신들도 공주의 시녀들을 사랑하였습니다. 그들의 사랑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공주가 왕에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왕이여! 저에게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저를 진심으로 사랑하신다면 일 년 동안 금식과 기도로 수행하시고, 물과 빵으로만 사시겠다고 저의 손을 잡고 약속하세요. 그것을 견디면서도 저를 사랑하신다면 그때 저를 찾아와 저의 손을 잡고 다시 사랑을 고백하시면 영원히 당신의 사람이 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공주는 시녀들에게도 자신들을 사랑하는 대신들에게 꼭 같은 말을 하게 했습니다. 캐서린은 뒤멘에게, 마리아는 롱가비유에게 공주가 시키는 대로 말했습니다. 하지만 로잘린은 베론느에게 다르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재치가 넘치고 사람들을 웃기는 재주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도를 닦는 대신 매일 아픈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을 웃기세요. 병원을 찾아가서 아프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계속 도와주세요."

이 말을 들은 베론느는 "죽어가는 사람을 웃기라고요? 불가능합니다. 죽는 사람이 무모하고 남을 무시하는 농담을 듣고 어떻게 웃겠습니까?" 로잘린이 "그러니까요. 좀 더 신중하고 마음이 동하는 농담을 연구하라는 말씀입니다. 매정하게 남을 비꼬는 농담은 그만두세요. 일 년 동안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당신과 결혼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왕과 신하 둘은 수도자의 삶을 작정하고 베론느는 병원에서 환자를 웃기는 익살꾼 노릇을 하면서 1년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공주와 세 여인은 섭섭하지만 일 년 후에 올릴 결혼식과 프랑스와 나바라가 맺을 굳건한 동맹을 꿈꾸면서 프랑스로 돌아갑니다.

셰익스피어의 명량 희극 <사랑의 헛수고>의 줄거리입니다. 특이한 것은 사랑의 결실이 보이지 않은 상태로 연극이 끝납니다. 이 작품은 왕과 대신들의 굳은 결심이 프랑스 공주와 시녀들을 만나면서 허물어집니다. 사람의 결심과 다짐이 허망하고 무기력한 것을 웅변합니다. 우리 다짐과 결심의 허망함을 알 때 신앙인은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게 됩니다.

이 작품의 제목 <사랑의 헛수고>는 나바라의 왕과 대신들이 국가를 위한 공부와 수행을 제쳐두고 몰두했던 사랑놀이가 헛된 것임을 암시합니다. 이 유쾌한 연극이 주는 메시지는 우리 인간들의 수고가 헛됨을 암시합니다. 이 흥미진진한 작품은 인생의 본질을 꿰뚫습니다. 일찍이 솔로몬이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고 일갈했습니다. 인생의 헛됨을 아는 것이 삶을 헛되게 살지 않는 비결일 것입니다.

i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