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탈 성전환자입니다. 2015년 3월 1일 지인의 인도로 교회에 갔고 예수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제 인생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제 인생은 예수 믿기 전과 믿은 후, 이렇게 둘로 나뉩니다. 제 마음은 공허하다 못해 무의미로 살고 있었습니다. 제 인생의 목표는 '남자가 되는 것' 그거 하나뿐이었습니다. 그 당시 많이 좋아하고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지만, 그 사람과 행복하게 사는 것보다 '남자가 되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맹목적이고 무모한 질주였습니다. 마치 법을 다 어기고 결승점을 향해 질주하는 불법 카레이서 같았습니다. 29년을 그렇게 살았던 저는 예수님을 만나고 성난 염소에서 순한 양이 되었습니다.

저는 무관심한 아버지와 다혈질인 어머니 밑에서 굉장히 예민하고 스스로 억압하는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7살 때 동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대학생 청년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나서 부모님이 나의 안전한 울타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고, 그때부터 권위자에 대한 불신과 대적이 시작됐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쯤에는 부모님의 불화가 심해졌고, 어머니의 불면증과 우울감으로 인해 저는 방치되었습니다. 사춘기 때부터 동성에게 강한 끌림을 갖게 되었는데, 그땐 그것이 성폭행으로 인한 남성 혐오로 왜곡되고 삐뚤어진 감정이란 걸 알 수 없었습니다. 참 외롭고 괴로운 사춘기를 보냈습니다. 그때 제게 누군가 예수님을 전해 줬다면, 성경적 성교육을 받았더라면 어땠을까요.

많은 동성연애자와 트랜스젠더가 사춘기 때 다른 이성애자 청소년들과 달리, 저처럼 괴로워하고 힘들어했을 것입니다. 그 시절의 저는 '내가 남들과 다르게 동성을 좋아하고 이성의 옷차림을 하고 이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으로 저를 누르고 억압했습니다. 부모님, 친구,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감정을 속이고 사춘기를 보냈습니다. 2차 성징이 찾아오고 그때부터 성 정체성에 혼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여자였지만 생김새가 여성스럽지 않았습니다. 성격이 털털하고 자전거와 총싸움을 좋아하다 보니 점점 남자처럼 옷을 입고 다녔고, 여성성을 드러내는 옷을 입는 것에 굉장한 혐오감과 수치스러움을 느꼈습니다. 2차 성징까지 시작되면서 제 몸과 외모를 혐오하고 더욱 남성스럽게 되길 원했습니다. 월경이 시작되면서부터는 저 자신을 싫어하게 된 데다, 동성에 이끌리는 마음까지 들면서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스스로 억압하기만 했던 사춘기를 보내면서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흡연과 패션문화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에서는 패션디자인과로 진학하며 해체주의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억압되었던 동성애와 성전환증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방에 살던 저는 서울로 취업을 했고, 첫 직장 대표는 바이 섹슈얼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저도 동성애에 대한 합리화가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내가 잘못된 게 아니란 생각이 점점 커졌습니다. 옷도 점점 더 중성적으로 입게 되었고, 온몸에 문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체주의 패션과 문화 선두에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주변에는 게이와 트랜스젠더 친구들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어느 날 트랜스젠더 친구에게 제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데, 여자로서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 나는 싫다.' 그렇게 말했더니 그 친구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나랑 같은데? 너도 나처럼 몸을 잘못 가지고 태어난 거야. 너의 영혼은 남자고 몸은 여자로 잘못 태어난 거야." 그 대답에 저는 정말 정답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인터넷에 FTM(Female to Male)을 검색했고 FTM들과 저의 증상이 같았습니다. 어떻게 성전환을 하는지 설명도 잘 나와 있었습니다. 그 후 정신과에 가서 '성 정체성 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때 제가 갔던 정신과 병원에서는 이상심리사가 과거 성폭력 당한 적 있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 부분을 상담으로 치료받았다면 지금 달라졌을 것입니다. 한국의 정신과와 성 정체성 치료를 하는 병원들이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 후에 정신과 진단서를 가지고 가정의학과 병원에 가서 남성호르몬을 맞기 시작했습니다. 3개월에 한 번씩 피검사를 했고 남성 기준의 수치로 검사했습니다. 남성 기준의 수치로 검사했으니 당연히 여자의 몸으로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는데, 아무도 그 심각성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2014년에 남성호르몬을 맞기 시작했고 1년 만에 겉모습이 100% 남성화가 되었습니다. 제가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제가 여자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 모습으로 교회에 가게 되었고,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예수님은 인간에게 어떠한 죄의 모습이 있을지라도 자신을 찾는 자를 만나주십니다.

첫 교회인 빛의자녀교회에서 김형민 담임목사님의 설교가 제 마음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설교 제목이 '인생 뭐 있다'라는 것을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저는 이제껏 '인생 뭐 없다. 남자로 사는 것이 목표일뿐이다'라며 공허하게 살고 있었는데, 그 말씀이 제 마음을 흔들기 시작했고, 궁금했던 제 인생의 퍼즐이 맞춰졌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또 듣고 싶어졌습니다. 교회를 처음 경험하다 보니 예배가 뭔지, 설교가 뭔지, 말씀이 뭔지, 담임목사님이 뭐 하는 분인지 몰랐지만 '저 사람이 이야기하는 게 맞다!'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어 인도자로부터 평일 새벽예배도 있으니 나오라는 말을 듣고, 다음 날 바로 생전 처음으로 새벽예배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때에도 말씀이 너무 꿀같이 달고 좋았습니다. 인생의 궁금증을 2주 동안 계속 알려주셨고, 너무 좋았습니다. 속이 시원해졌습니다.

그렇게 교회 생활을 시작했고 그때 당시 제 담당 목자였던 배우 최강희 씨가 제게 새벽예배 때 하나님께 뭐든 기도해보라고 권면해주었습니다. 그렇게 단순히 집이나 자동차를 달라고 기도하고 있는데 갑자기 환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7살 때 성폭행 당했던 기억을 시멘트로 덮어 뒀는데, 예수님이 망치로 그곳을 깨부수고 계셨습니다. 그 상처의 기억을 외면한 채 살고 있었는데, 다시 직면하게 되니 너무 놀라고 마음이 힘들고 아팠습니다. 기도하려고 하면 그 장면이 계속 생각이 나서 괴로웠습니다. 이것을 누군가에게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저를 전도한 지인에게 말하려 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입을 떼는데 살면서 그렇게 울어본 게 처음이었습니다. 그땐 그게 성령님이신 줄도 몰랐는데, 갑자기 성령님께서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겠냐'라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순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네. 용서할게요.'라고 대답했고, 그렇게 성령님께서 제게 오셨습니다.

그 후에 성령 집회에 참석해 기도 가운데 방언의 은사도 받게 되었습니다. 성령님이 함께 하시면서 제가 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주일예배와 새벽예배 때 말씀으로 양육을 받고 기도로 하나님과 교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제가 죄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성경 말씀이 맞고 내가 틀렸다'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정죄감이 심했습니다. 동성애, 성전환이 죄임을 성경 말씀으로 알게 되면서 괴로움이 시작되었습니다. 29년을 성폭행의 트라우마로 만성 불쾌감과 남성 혐오증, 또 그로 인한 동성애와 성 전환증은 성령을 받았다고 해서 바로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하나씩 하나씩 저를 이해시켜주시면서 저를 다듬어 주셨습니다. 하나님과 관계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습니다. 자상한 아버지상이 없던 저에게는 사랑의 하나님이 와 닿지 않았는데 예배 때 은혜로, 찬양 때 은혜로 저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시고 저를 위로해주셨습니다. 참 많이 울었습니다. 성령님의 초자연적인 은혜를 경험하면서 믿음이 더욱 커지고 말씀으로 하나님의 사랑과 성품을 알게 되면서 하나님과 가까워졌습니다. 동성애도 계속하고 있었는데, 하나님과 가까워지고 사랑할수록 점점 동성애에 대한 마음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동성애도 끊어져 가고 있는데 어느 날 기도 중에 주님이 이렇게 저에게 조용히 말해주셨습니다. '네가 동성애를 하면 그 상대방도 죄짓게 하는 것이다.'

'아! 내가 또 다른 사람도 죄인을 만드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회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동성애가 끊어지게 되었습니다. 내 마음의 컵 속에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넘치면 죄는 저절로 사라집니다.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은혜로 되어 집니다. 동성애가 끊어지고 그 다음은 성전환이 남았습니다. 사람의 죄성이 이렇습니다. 동성애는 안 할 테니 남자로 계속 살고 싶다고 기도를 하는데, 점점 기도가 바뀌어 가고 있었습니다.'언젠가 여자로 돌아갈 테니 지금은 안돼요.'
그러다 몸에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남성호르몬을 맞으면 생리도 끊기게 되는데 갑자기 부정출혈(하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건강 상태도 너무 안 좋아졌습니다. 부정출혈을 막는 피임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멈추질 않았습니다.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사에 말에 초음파를 찍었는데 4년 정도 남성호르몬을 투여하면 수축되어야 하는 자궁이 너무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모든 생명은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것을 느꼈고 선을 더 넘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성경을 읽다가 로마서 5장 19절의 "한 사람이 순종하지 아니함으로 많은 사람이 죄인 된 것같이 한 사람이 순종하심으로 많은 사람이 의인이 되리라"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내가 이 모습으로 계속 있으면 부모님 전도를 못 하겠다는 마음이 생겼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은 그 주에 사역자님께 말씀드렸고 탈 성전환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유년 시절부터 남자애 같이 살았고 남자의 모습으로 성전환을 했었기 때문에 여성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다시 찾으려고 하니 참 쉽지 않았습니다. 남성호르몬으로 이미 턱, 콧수염이 많이 자랐고 목소리도 변해있고 몸에 근육이 발달해 누가 봐도 남자였습니다. 그중 가장 큰 문제가 화장실 문제였습니다. 남자 화장실을 가기 싫었는데 그렇다고 여자 화장실을 갈 수도 없었습니다. 몰래 사람들이 없을 때 다른 층 여자 화장실을 사용하며 점점 지쳐 갔습니다. 피해의식이 생겼습니다. 남성호르몬 부작용으로 이틀에 한 번씩 몸살을 앓았고 그 당시 다니던 회사에 한 달에 몇 번씩 병가를 내곤 했습니다. 사람의 몸에는 여성호르몬이나 남성호르몬 둘 중 한 가지는 꼭 있어야 하는데 저는 그간 맞아온 남성호르몬 과다 투여로 여성호르몬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남성호르몬도 맞지 않다 보니 호르몬 불균형이 생겼고 면역과 근육 신경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남성호르몬 덕에 단련해온 근육이 남성호르몬이 없어지니 점점 녹으면서 고통이 심해졌습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르는 모습에 자존감도 떨어지고 육체적으로 지쳐 갔습니다. 기도할 때는 '내가 지은 죗값이야.' 이렇게 저 자신을 정죄하고 눈물로 기도하기를 몇 달이 지났습니다.

기도할 힘도 없어서 예배당에 그냥 앉아서 있었는데 주님이 저에게 '내가 너를 내 딸이라 했고, 완벽한 여자로 만들었는데 왜 그렇게 기도하니?'라고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그때 제 생각이 확 바뀌면서 내가 자신을 여자로 아직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저를 먼저 사랑하셨고, 제가 하나님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사랑하는 저를 제가 사랑하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남들이 남자 같다고 하든지 말든지 하나님이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는 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제 영혼의 모든 결박이 완전히 풀렸고, 온전히 자유 해졌습니다. 성폭력의 상처로 남성 혐오와 권위자에 대한 반항적인 성향도 하나님의 사랑으로 부드럽게 다듬어 주셨고 동성애, 성 전환증에서 태어난 그대로 여성으로 다시 회복되었습니다. 회심하는 동안 너무 외롭고 힘들었고 하나님께 원망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모든 과정이 저를 살리시기 위한 하나님의 사랑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저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주님께서 저를 돌이키신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나를 바꾸신 예수님을 알리라는 사명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내게 주신 모든 은혜를 내가 여호와께 무엇으로 보답할까 내가 구원의 잔을 들고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며 여호와의 모든 백성 앞에서 나는 나의 서원을 여호와께 갚으리로다. 시편 116:12~14).

사단 마귀는 성과 가정을 파괴하며 하나님을 대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제가 겪은 고통 가운데 있는 다음 세대 아이들과 청년들을 위해 하나님의 말씀으로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고 양육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부족하고 죄도 많이 지었던 저이지만, 그런 저의 과거와 죄를 통해 하나님께서 저를 다음 세대를 보호하는 도구로 쓰신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저를 살리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또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대로, 다음 세대를 살리는 일에 정진하며 쓰임 받는 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효진 전도사(빛의자녀교회 실습 전도사)

*본 글은 월드뷰 4월호에서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