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충격의 자기혐오로 트랜스젠더 결심
20만원에 맞바꾼 진단서... 남성호르몬 투여
5년간 남성으로 살았던 탈트랜스젠더 이효진 전도사가 "진정으로 성소수자들을 위한 일이라면 남자면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살아갈 수 있게 치료와 교육을 받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 전도사는 30일 '의학적 올바름-트랜스젠더에 대한 의학적 고찰'을 주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럼에서 마지막 토론자로 나서, 지난날의 고통을 전하고 성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이들을 위한 관심을 호소했다 .
이 전도사는 "직접 온몸으로 성전환을 경험한 사람이다. 경험이 좋았다면 이곳에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그 어느 누구도 이것이 잘못된 선택임을 알려준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7살 때 성폭행을 당한 후부터 남성 혐오가 생겼다. 성폭행을 당할 때 거부하지 못한 제 자신에 대한 혐오도 생기게 되었다"며 "내가 남자였으면 성폭행을 당하지 않았을 거란 왜곡된 판단으로 줄곧 남성이 되는 것을 갈망했고, 결국 트렌스젠더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이어 "여자인 제가 남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정신과에서 상담 및 검사를 통해 이상심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받고 진단서를 받아야 한다. 상담 과정에서는 성폭력 경험 유무 등에 대하여 질문을 하게 되어 있는데, 만약 그런 경험이 있다면 진단서 발급이 불가함은 물론, 충분한 숙려 기간을 갖도록 하거나 추가적인 상담을 진행해야 함에도, 제게 그것을 물어봐 주거나 알려주는 임상심리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이 전도사는 "저는 단돈 20만 원 정도 되는 돈을 주고 '성정체성 장애가 있다'는 진단서를 너무 쉽게 발급받았다. 20만 원과 맞바꾼 정신과 진단서를 들고 가정의학과병원에서 남성호르몬을 투여하며, 단 1년 만에 완벽한 남성의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며 "누가 봐도 남자의 외모를 가졌지만, 제 정신과 속의 장기들은 병들어 갔다"고 전했다.
남성호르몬 부작용, 아무도 심각성 안 알려줘
심각한 여드름, 간수치 이상, 생식기 부정출혈
남성화 목소리 회복 안 돼... 거친 수염도 여전
그는 "완벽하게 성전환을 하려면 성염색체를 바꿔야만 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여자의 몸으로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는데도, 역시 아무도 그 심각성을 말해주지 않았다. 검사 결과 간수치는 여성의 기준치를 넘었고, 몸이 항상 피곤했으며, 생각은 점점 단순해지면서 감정이 없는 로봇 같아졌다"고 했다.
이어 "남성호르몬으로 인해 얼굴과 등에 여드름이 심각하게 생겨났고, 여드름 때문에 독한 피부과 약도 함께 먹게 되자 간수치는 점점 높아졌다. 그러다 생식기에서 부정출혈까지 하게 되었다. 생식기 쪽에 통증도 생겼다"고 했다.
▲이효진 양이 5년간 남성으로 살던 당시 모습. ⓒ이효진 양 제공 |
▲다시 여자로 돌아온 이효진 양의 모습. ⓒ이효진 양 제공 |
또 "정신적인 영향은 더 엄청났다. 남성 호르몬으로 겉모습이 남성화가 되면 정신적인 안정감을 갖게 될 줄 알았지만, 제 분리장애가 더 악화되어갔다"고 했다.
이어 "저는 다행히 가슴절제수술과 자궁적출수술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남성호르몬으로 목소리가 남성화되어, 여자의 목소리로 완벽하게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며 "수염도 레이저 제모 시술을 수십 번 해야 했고, 아직도 저녁이면 거친 남성형 수염이 자란다"고 말했다.
자살한 트랜스젠더에게 관심 가져 주었더라면...
남자·여자답게 살도록 돕는 게 성소수자 위한 길
그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트렌스젠더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결국 뼈저린 후회와 절망을 하며 자살을 선택했다"며 "조금만 더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숙려 기간과 혹은 상담시스템과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누가 그에게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일언반구 언급이라도 해주었다면, 아깝게 스러져가지는 않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성소수자들을 위한 일이라면 그들이 건강하게 남자면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살아갈 수 있게 치료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