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프로라이프 이봉화 상임대표(바른인권여성연합)가 낙태죄 폐지와 관련,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낙태를 경시했는가. 정부도 이에 대한 책임에서 가볍지 않다"며 정부가 내놓은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상세히 지적했다.
진정한 평등을 바라는 나쁜 차별금지법 반대 전국연합(진평연)은 26일 오후 6시 서울역 회의실에서 언론위원회 하반기 정기회를 갖고, 최근 차별금지법과 제정과 낙태죄 폐지 움직임의 문제점과 대응 방침을 논했다.
정기회에서는 전북기독언론협회 임채영 사무총장(전 도민일보 기자, 뉴스전남 편집국장),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이명진 소장(명이비인후과, 의사평론가),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대표 주요셉 목사(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 공동대표) 등이 순서를 맡았다.
낙태 2018년 50만 건 추정돼... 지난해 출산은 30만 건
보건복지부 차관을 역임한 이 상임대표의 발표에 따르면, 한 해 낙태 건수는 출산 건수를 훨씬 웃돈다. 낙태 건수에 대해 정부는 한 해 5만 건(2018년),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017년 110만 건과 2018년 50만 건으로 추산하고 있어 그 차이가 크다. 지난 2019년 출생아수는 약 30만(303,100) 명이었다. 이 상임대표는 "낙태죄 폐지 시 한 해 100만명까지 낙태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개정안은 임신 14주 이내에는 무조건 임신을 중지할 수 있으며, 이후부터 24주까지는 강간·준간강 등과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있을 경우 낙태가 허용된다. 상담 후 숙려기간은 24시간에 불과하다.
이 상임대표는 정자와 난자의 수정 후 19일부터 심장이 뛰기 시작하며, 임신 6주부터는 태아의 심장 박동소리를 들을 수 있고, 임신 10주부터는 약물이 아닌 임산부에게 건강상 큰 부작용을 주는 방법으로만 낙태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임신 22주부터는 태아의 독자 생존이 가능한 시기로, 2000년 일본 조사에서는 임신 21주에서 23주 사이에 태어난 태아 중 40%가 생존했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2주 미숙아를 살려낸 사례가 수 차례 보고되었으며, 산부인과 교과서에서 임신 20주 이후 태아가 자궁에서 나오는 것을 '분만'이라고 이미 가르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어 "현재 낙태가 시행되는 시점이 4주 이하가 31.5%, 8주 이하가 84%, 12주 이하가 95.3%"라며 "14주 이내 낙태 허용은 사실상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대부분의 낙태는 사회·경제적 사유(사회생활 33.4%, 경제 문제 32.9%, 자녀 계획 31.2% 등)로, 24주 기준에 이를 포함시킨 것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개정안, '태아 생명보호, 여성 자기결정권' 취지 위배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이 야만의 나라로 갈까 두려워"
▲진평연은 26일 오후 6시 서울역 회의실에서 언론위원회 하반기 정기회를 열었다. ⓒ송경호 기자 |
이 상임대표는 특히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개정안 자체가 지난해 '태아의 생명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 실현'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벗어났다"고 했다. 그는 "정부 개정안은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를 강간에 의한 혹은 친인척 간 임신, 임산부 생명 침해 등의 사유와 같이 24시간 숙려 후 임신 24주까지 허용하고 있고, 사회·경제적 사유를 구체적으로 조합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상임대표는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헌재 결정 내용은 결정의 주문이 아니고 재판관의 소수 의견으로 기속력이 없다"며 "낙태를 합법화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는 12주 이전에 시행하도록 정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는 임산부의 안전과 무분별한 낙태 예방을 위해 사유의 제한 없는 낙태 허용시기를 10주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24시간 숙려와 관련, 외국입법례에 비교해 기간이 지나치게 짧고, 상담사실 확인서 외에 다른 절차 규정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임산부에게 낙태 시술 전 태아 심박동 존재 여부 확인 의무를 부과하고, 상담의 목적과 취지, 대표적인 상담 내용을 법에 구체화하며 충분한 숙려 기간을 가지도록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24주 이내 낙태 허용 사유로 '강간 또는 준강간 등 범죄행위'와, '사회·경제적 사유'를 동일선상에 놓고 있는 점도 지적하며 "사회·경제적 사유는 법률적 명확성이 부족하고 사회 경제적 편익을 위해 태아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것은 법익 균형성을 현저히 일탈한 것"이라고 했다. '강간·준강간 등'으로 표현한 것 역시 기타 사유로까지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미성년자의 상담확인서만으로 낙태 시술이 가능하도록 한 점에 대해선 "민법상 미성년자의 책임 능력 기준(만19세)과 불일치하며, 친권의 박탈 근거가 불명확하고, 낙태실패, 의료 사고 등의 문제 발생 시 책임 주체가 불명확하다"며 "일반 의료시술 시에도 보호자의 동의를 요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청소년의 건강권 보호, 다른 법과의 형평성 측면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낙태요청 거부 의사에 대한 소개의무 부과와 관련, "국가가 의료기관에게 일괄적인 시술 의무를 부과한 후 거부권을 부여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양심에 따라 거부하는 의사에게 임신의 종결안내의무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 의료기관 안내의 의무는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낙태시술방법 선택권 보장을 위해 약물사용을 허용토록 한 것에 대해선 "약물낙태는 임신 10주 이후 실패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임신 24주까지 약물낙태를 허용하면 태아가 살아서 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이로 인해 출생 후 사망할 경우 영아살해죄가 성립된다"며 "정부 개정안에는 약물낙태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상의 제한이 없기에 산부인과 의사가 아닌 모든 의사에 의한 약물낙태처방이 가능하고, 임산부들이 산부인과를 통한 낙태보다 손쉬운 약물 낙태를 비밀리 진행할 가능이 크기에 약물낙태의 남용에 따른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임신 출산 상담기관 대상을 민간기관까지 지정 가능토록 한 것도 "낙태에 찬성하는 기관 내지 단체가 지정되는 경우 낙태를 유도하는 편향적인 정보가 제공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별도 기관을 통해 중앙 운영 후 점진적인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상임대표는 "교회 주변에도 낙태에 대한 많은 경험이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이에 대해 눈을 감고 알려 하지도 않았다"며 "특히 젊은이들, 다음 세대들을 이대로 두면 우리나라가 야만의 나라로 갈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