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가족보건협회(이하 한가협)가 23일 서정숙 국회의원실과 공동주관으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제5회 디셈버퍼스트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가협은 "적극적인 에이즈 예방 운동과 에이즈 치료제의 보급 운동 등으로 세계적으로 HIV/AIDS감염률이 하락하는 가운데, 대한민국에서는 오히려 청소년, 청년 감염률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청소년 에이즈를 줄여나가는 범국민 운동이 필요한 시점에,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려운 올해에도 예외는 없다"며 이번 세미나를 개최했고, 26일 대구시 약사회관에서도 같은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는 김지연 대표의 개회사, 사랑의 저금통 투여식, 모금액 전달, 서정숙 국회의원의 환영사, 김준명 박사(재단법인 한국에이즈예방재단 이사장)의 격려사, 주호영·김기현·성일종 국회의원의 축사, 2020청소년 HIV/AIDS 인식 실태조사 보고, 전은성·노성신 교수의 발제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사랑의 저금통은 에이즈 감염인을 돕기 위해 2018년부터 시작됐으며, 올해 모금액은 총 5,140,777원이다. 이는 HIV/AIDS 감염인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단체인 아이미니스트리(대표 박진권)에 전달됐다.
▲사랑의 저금통 모금액을 아이미니스트리에 전달했다. ⓒ김신의 기자 |
서정숙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신규 HIV 감염 발생은 서서히 감소하는 추세이나, 우리나라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신규 감염자 연령은 30대 비중이 가장 컸으나 2019년에는 20대가 35.8%를 차지, 2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또 서 의원은 '감염 경로'가 더 심각한 문제임을 강조했다. 서 의원은 "12년간 에이즈 환자를 추적한 결과 젊은 층으로 갈수록 동성 및 양성 성접촉으로 인한 감염 비율이 높았다"며 "2018년 '국내 HIV 감염의 감염경로, 한국 HIV/AIDS 코호트 연구' 결과 10, 20대의 감염이 심각한 상황인데, 특히 10대는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이 92.9%(동성 간 성접촉 71.5%, 양성 간 성접촉 21.4%)이었다"고 했다.
서 의원은 "청소년기는 육체적·정신적으로 완전히 성숙되지 않았고, 자신의 성정체성이 확고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로, 성에 대한 건전한 가치관 정립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그런 의미에서 오늘 세미나가 청소년을 에이즈로부터 지키고 국민 건강을 수호한다는 데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재)한국에이즈예방재단 김준명 이사장은 "아직도 완치제가 개발되지 않았고,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빠르게 감염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에이즈에 대해, 세계 에이즈의 날이 돼도 별다른 예방과 퇴치를 위한 행사를 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이런 때에 오늘 행사의 중요성과 의미는 더욱 크다. 오늘 포럼에서 중고등학생 설문을 토대로 만들어진 통계자료를 잘 활용해, 에이즈에 가장 취약한 청소년을 위한 교육 및 대책을 강구해야한다"고 했다.
특별히 (사)한국가족보건협회가 국내 최초로 HIV/AIDS에 대한 기본 지식을 묻는 대단위 설문조사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설문조사는 2020년 10월 26일부터 11월 17일까지 23일간 진행됐으며, 85개 학교(44개 중학교, 41개 고등학교 재학생)가 참여했고, 22,227명의 학생들(중학생 11,171명, 고등학생 11,056명)이 응답했다. 표본오차는 ±0.9%p(99% 신뢰수준)이다.
주된 문항은 ⓵10~20대 연령층의 HIV/AIDS 감염 빠른 증가 ⓶신규 HIV/AIDS 감염자의 91.8%(최근 5년 평균)가 남성인 것 ⓷국내 HIV/AIDS 감염의 전파 경로 99%가 성접촉(성관계)에 의한 것 ⓸ 국내 10대 후반 HIV/AIDS 감염자 92.9%가 동성 간 접촉을 하는 청소년이라는 사실 ⓹HIV/AIDS 완치 의약품 없다는 사실 등에 대해 인지 여부를 묻는 것으로 준비됐다.
▲(사)한국가족보건협회의 김지연 대표. ⓒ김신의 기자 |
한가협의 김지연 대표는 "2만 명이 넘는 청소년 대상 대규모 조사에서, 국내 십대들이 HIV 감염의 증가 실태와 정확한 감염 경로조차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매우 우려스럽다"며 "보건 당국의 홈페이지, 교육현장, 언론 등이 협조해 정확한 에이즈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표를 맡은 윤정배 이사는 "위의 5가지 내용에 대한 인지도를 종합하여 살펴본 결과, 대부분의 항목에서 50% 넘게 '비인지(몰랐다)'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국내 10대 HIV/AIDS 감염자의 92.9%가 동성 간 접촉을 하는 청소년이라는 내용'에 대한 비인지 비율이 82.3%로 가장 높았다"고 했다.
또 "반면 국내 HIV/AIDS 감염 경로의 99%가 성관계라는 내용의 '인지(알고 있었다)'는 응답 비율이 57.6%로 '비인지(몰랐다)' 비율 42.2%보다 15.4%p 높았다"며 "세부 집단별로 학력과 학년이 낮을수록 대부분의 항목에 대해 '비인지'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역별로는 대전/충청/세종 집단에서 '비인지' 응답 비율이 높았다"고 했다.
이밖에 "HIV/AIDS와 관련한 5가지 내용에 대해 교과목 시간에 교육을 받았는지 여부를 질의한 결과, 교과목 시간에 배운 사실이 '없다'는 응답이 70.1%, '있다'는 응답이 29.5%로 나타났다"며 "또 모든 집단에서 배운 사실이 '없다'라는 응답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세부 집단 별로는 서울(74.5%), 대전/충청/세종(72.0%), 부산/울산/경함(73.3%), 여성(73.5%), 중학교(73.5%), 중학교 1학년(79.6%) 집단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응답 비율을 보였다"고 했다.
이후 발제에서 전은성 교수(아산병원 의생명연구소)는 "미국과 UN 등 전 세계 연구기관에서는 HIV 감염이 남성 간 성관계가 주된 원인이고, 항문성관계가 가장 전파율이 높은 경로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한국의 질병관리청에서는 이에 대해 분명히 밝히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또한 한국의 질병관리청에서는 콘돔을 통해 HIV 감염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그 근거와 한계를 밝히지 않고 있기에, HIV 감염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시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히 20~30대의 젊은 남성들에게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HIV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남성 간 항문 성관계가 가장 위험한 전파 경로임을 분명히 밝히고, 콘돔은 만능예방책이 아님을 분명히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성신 교수(강원대학교 간호학과)는 "에이즈 교육내용 및 방법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여 학생들을 교육하는 일선 교육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은폐되고 가려지는 내용들이 너무 많다"며 "에이즈라는 질병은 치료약이 없다. 단지 면역을 올리는 약을 장기 복용하는 방법뿐이다. 또한 콘돔을 사용하는 것은 예방법이 아니고, 성관계는 의무를 전제로 하는 인간의 상호작용이므로 무분별한 성관계 자체를 막아야 한다. 건강권이 위협받는 인권은 진정한 인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후 다섯 자녀의 엄마로 발제에 나선 이신희 대표(여성을위한자유인권네트워크)는 "현 에이즈 예방정책이 청소년 에이즈 감염 예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2019년 HIV/AIDS 연보를 통해 입증되었다"며 "청소년들에게 정확한 정보와 예방법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