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위더링턴 3세
벤 위더링턴 3세

세계적인 신약학자 벤 위더링턴 3세(Ben Witherington III)가 역사소설을 펴냈다. 신간 『고린도에서 보낸 일주일』(A Week in the Life of Corinth)에서 그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신약의 배경을 정교하게 묘사하는 한편으로, 상상력을 사용하여 1세기를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생동감 넘치는 소설로 표현해낸다.

위더링턴은 성경의 바울 서신들과 사도행전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주무대는 고린도 도시로서, 이곳에서의 바울의 사역을 '니가노르'라는 허구의 인물을 앞세워 그려나간다.

이야기에 숨을 불어넣기 위해 위더링턴이 사용한 방법은 로마령 고린도가 처해 있는 사회문화적 배경을 철저하게 고증하는 것. 저자는 로마의 정치적 상황, 노예제 등 법제, 고린도의 상업적 분위기와 생활상, 다신교적인 종교 상황, 신전 등 건물 형태, 지리, 언어(심지어 억양까지도), 다채로운 인종 구성 등을 매우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이에 독자들은 고린도라는 옛 도시를 입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게 되며, 어느새 고린도 한복판에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위더링턴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그곳의 그리스도인 공동체로 독자를 초대하려는 것.

소설의 주인공 니가노르는 과거 노예였다가 자유민이 된 인물로,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하는 데 관심이 많다. 그가 고린도로 돌아와 로마에서의 사업에 관해 자신의 후견인인 에라스도(디모데후서 등에 기록된 바울의 동지)에게 보고할 무렵, 니가노르 앞에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펼쳐진다. 에라스도의 정치적 라이벌이 음모를 꾸며 니가노르를 끌어들이려 하고, 한편으로는 동쪽에서 전해졌다는 종교(기독교)가 자꾸 그의 삶을 비집고 들어온다. 여러 에피소드가 흥미진진하게 뒤엉키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니가노르가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감동 받아 회심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바울, 브리스길라, 아굴라 등 고린도교회의 인물들과 마주하고, 은혜 가득한 초대교회 집회에 초대 받게 된다.

사도 바울은 다음과 같이 등장한다. "이 무렵의 파울로서는 머리가 벗겨진 중년 남자였다. 외모는 평범한 장사꾼이었지만, 그는 가말리엘 문하와 그리스 수사학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 받고 예루살렘에서는 철학을 공부한 사람이었다. 파울로스는 지금 15년 넘게 예수의 신성을 증언해 왔다 ... 파울로스는 고린도에서 볼 수 있는 가지각색 사람들에게 종종 경탄하곤 했다. 검디검은 에티오피아 사람에서부터 거의 백합꽃처럼 하얀 북부 골(Gauls) 사람에 이르기까지 상상 가능한 온갖 피부색을 지닌 사람들을 이따금 노예 시장에서 볼 수 있었다."

바울의 믿음의 동지들도 만나게 된다. "파울로스가 브리스길라, 아굴라 부부와 함께 살고 있는 집의 거실 창으로 햇살이 살짝 비치기 시작한 바로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파울로스는 안채에서 아직 잠자고 있는 브리스길라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살금살금 움직였다 ... 절차는 아주 간단했다. 더디오가 자기 앞에 놓인 기록판에 파울로스가 불러 주는 말을 받아 적은 뒤 에라스도의 집으로 가지고 가서, 정서체로 '스크립툼 콘티눔' 즉 단락 구분이나 구두점 없이 글자를 연속해서 쓰는 방식으로 편지 사본을 두 장 만들 터였다."

소설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부분, 니가노르의 회심 장면에서는 고린도교회의 집회 모습이 그려진다. 바울이 설교한다. "귀하고 귀한 이 밤, 제가 여러분의 마음에 호소합니다. 그리스도를 아직 마음에 모시지 않았다면 이제 그분이 여러분 마음에 들어오게 하십시오." "모여 있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진심 어린 '아멘'으로 화답했다. 니가노르는 이 연설을 들으며 말로 못할 감동을 받고 있는 자기 자신을 보았다. 파울로스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중에도 눈물을 닦아내고 있는 이들이 많이 보였다. 파울로스는 겉모습만 보면 구부정한 등으로 가게를 지키고 앉아 있는 노인일지 모르나, 그에게는 회의적이고 몰인정한 사람까지도 감동시킬 수 있는 말이 있었다." 집회는 방언과 통변, 예언 가득한 기도회로 이어진다.

이번 책에 대해 조재천 전주대 선교신학대학원 교수(신약학)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살던 세계 속으로 들어가 한 주를 보낸 사람처럼, 이제 독자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울의 편지를 읽게 될 것이다"고 평했다.

저자 위더링턴은 애즈베리신학교 신약학 교수로, 그리스·터키·이집트 등 성경과 관련한 장소를 답사하며 성경 텍스트를 역사적, 문화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해 왔다. 『Biblical Theology』 등 40권 이상의 책과 6권의 주석을 썼으며,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는 『평일의 예배, 노동』, 『예수님의 경제학 강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