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서에 나오는 70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이 포로생활을 하리라는 예언(렘 25:11-12; 29:10)은 어떤 의미일까?
“이 모든 땅이 폐허가 되어 놀랄 일이 될 것이며 이 민족들은 칠십 년 동안 바벨론의 왕을 섬기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칠십 년이 끝나면 내가 바벨론의 왕과 그의 나라와 갈대아인의 땅을 그 죄악으로 말미암아 벌하여 영원히 폐허가 되게 하되”(렘 25:11-12).
이스라엘(남 유다) 백성들이 포로로 잡혀간 것은 주전 605년, 597년, 586년 세 차례에 걸쳐서 이루어졌다. 포로귀환도 세 차례에 걸쳐서 이루어졌다. 제1차 포로귀환은 주전 538년, 제2차 포로귀환은 주전 458년, 제3차 포로귀환은 주전 445년에 이루어졌다.
포로귀환 70년을 말할 때 귀환년도를 주로 제1차 귀환시기인 주전 538년으로 본다. 이때가 고레스가 이스라엘 포로들을 귀환하도록 칙령을 내린 해이기 때문이다.
제1차 포로로 잡혀간 주전 605년부터 주전 538년까지 계산하면 67년이 되고, 제2차로 포로로 잡혀간 주전 597년부터 계산하면 59년이 되고, 제3차로 포로로 잡혀간 주전 586년부터 계산하면 48년이 된다.
그렇다면 예레미야서가 예언한 70년간의 포로기간은 어떤 기간을 가리키는가? 상징적인 숫자인가? 어림수인가? 아니면 정확한 숫자인가? 정확한 숫자라면 어떻게 숫자의 차이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포로생활 70년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자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해석을 제안한다.
1) 70년을 인간의 수명(시 90:10)이나 3세대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숫자로 본다(Keown, Scalise, and Smothers).
2) 구약을 넘어 고대근동의 신들의 진노로 도시들이 황폐한 기간으로 보는 견해이다. 에살하돈(Esarhaddon of Assyria)의 검은 돌에는 70년이란 기간이 마르둑이 바벨론에 대해서 불쾌함을 보인 기간으로 등장한다(W. L. Holladay; J. H. Walton, V. H. Matthews, and M. W. Chavalas).
3) 70년을 제1차 포로로 잡혀간 주전 605년부터 고레스의 칙령이 난 시기인 주전 538(혹은 539)년에 대한 어림수로 보는 견해이다(Duhm, Orr, Allen, Keil).
4)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주전 586년으로부터 성전이 재건된 주전 516년으로 보는 견해이다(C. F. Whitley; 김성욱).
예레미야서에 나오는 70년을 상징적인 숫자나 어림수로 보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예레미야서가 수치를 사용할 때 문자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거짓 선지자 하나냐가 2년 만에 포로가 돌아오리라고 예언한 것은 맥락상 문자적인 의미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렘 28:11). 거짓 선지자 하나냐가 금년에 죽으리라고 예레미야가 예언한 말씀도 마찬가지이다(렘 28:16). 하나냐는 예레미야의 예언대로 문자적으로 그 해의 일곱째 달에 죽었다(렘 28:17). 70년이란 숫자를 어림수나 상징적으로 보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예레미야서가 미래를 예언할 때 사용한 수치가 상징적이거나 어림수로 볼 수 있도록 장르상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지막 견해가 가장 설득력 있는 견해
위의 견해 중에서 마지막 나오는 주전 586년에서 주전 516년 기간이 예레미야서가 예언하고 있는 포로생활 70년을 가리키는 가장 설득력 있는 견해라고 본다. 위틀레이가 이 이론을 오래 전에 제안하였지만 그의 해석은 성경의 데이터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스가랴서에 나오는 70년이란 숫자를 후대에 삽입한 것으로 본다. 한국 역사신학자인 김성욱 교수는 역사신학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바벨론 포로생활 70년을 성전이 무너져 하나님을 예배하는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기간으로 본다.
이번에 <성경과 신학>에 실린 “예레미야서의 70년 포로생활 예언의 의미”에서 필자는 70년이란 숫자에 대한 구약성경의 내적 해석(스가랴 1:12, 7:5, 학개, 에스라 1장, 에스겔 8-11장, 역대하 36:21-23, 다니엘 9:2, 등)을 통해 70년이란 숫자가 성전이 파괴된 후에 하나님께서 성전을 떠나 버린 주전 586년과 성전이 재건된 후에 하나님의 영광이 성전에 회복된 주전 516년 기간을 가장 설득력 있는 70년 기간으로 논증하였다. 이렇게 보면 포로생활 70년은 문자적인 70년을 의미한다. 사실 예레미야서는 묵시문학과는 달리 연도에 대한 예언이 문자적임을 입증하는 증거가 있음을 앞에서 보았다(렘 28: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