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프간 사태로 인해 한국교회의 선교행위를 비판하는 여론이 국내에서 일고 있는 가운데 선교전문가들은 “순수한 선교봉사활동이 비판받고 오히려 비인간적인 탈레반의 행위에 대한 비판이 없다”며 국민의 정서가 왜곡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음을 우려했다.

선교전문가들은 기독교 일부의 ‘공격적 성향의 선교’, ‘전략 및 전문성 미비’ 등의 잘못은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이번 아프간 봉사단이 현지에서 보여 줬던 선교봉사활동은 현지인들로부터도 호응을 얻을 만큼 헌신적인 사역이었고, 무엇보다 비판받을 것은 ‘선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탈레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사무총장 강승삼 목사는 “기독교의 순수한 봉사활동이 오히려 비판받고 무자비한 탈레반이 마치 승승장구한 것처럼 보이고 있다”며 “국민들의 감정이 이상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에 따르면, ‘선교의 자유’는 곧 ‘신앙의 자유’에 포함되는 것이며 따라서 탈레반이 “이슬람의 적(타종교)과 싸우겠다”며 선교를 막는 것은 현지인의 종교 선택 권리를 박탈하는 반인권적 행위라는 것이다. 이번에 탈레반은 이런 의지를 표출하는 과정에서 한국 선교봉사단을 납치, 살해하기도 했다.

한반도대학원대학교 전호진 석좌교수도 현재 무슬림들이 전 세계 이슬람화를 목적으로 세계 곳곳에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세우고, 이민 정책을 사용하며 공격적인 포교를 하고 있는데 반해 자신들은 기독교인이 이슬람권을 선교하는 것을 철저히 제한하고 있어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전 석좌교수는 “아프간에서 무슬림을 기독교로 개종할 목적으로 복음을 전하면 사형 아니면 종신형”이라며 “얼마 전에는 불도저로 기독교 신자를 밀어 무자비하게 살해했다는 외신보도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슬림들은 자신들의 나라에서 기독교 선교를 금지하면서 88 서울 올림픽 때 한국을 이슬람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모스크 건립과 유학생 파송, 장학금 제도 등으로 적극적으로 포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 정권을 빼앗긴 뒤 더욱 폭력적이고 과격해진 신(新) 탈레반 세력의 잔혹행위와 인권유린, 반문명적 행위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고 아프간 봉사자들에게만 비난의 화살을 던지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또 “‘국제적인 타도의 대상’인 탈레반보다 봉사단원들을 비난하는 우리 사회의 가치관과 이념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상철 한국선교연구원 원장은 한국정부와 탈레반과의 협상에서 ‘선교중단’이 합의된데 아쉬움을 표하고 “법으로 선교를 금지하는 것은 유연성 있는 처사는 아니다”라며 특히 “타 종교권에서 기독교 선교활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은 선교활동의 자유를 포함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문 원장은 “이번 탈레반의 인질 석방 협상을 선례로 삼아 다른 이슬람권에서의 외국인 선교사 납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세계 선교계는 매우 긴장하고 있다”며 “해외 선교사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어 안전에 각별히 신경 써 달라는 크리스천 위기관리 전문단체인 CCI(Crisis Consulting International)의 요청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일을 통해 탈레반의 실체를 더욱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한국이란인교회 이만석 목사는 이번 사태와 관련, “탈레반의 이번 행위는 사람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 준다”며 “사람을 죽이고도 사과 한마디 없고, 오히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또 다른 사람들을 죽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헌신적이고 아름다운 봉사가 마치 비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철없는 행동처럼 폄하돼서는 안된다”며 “선한 뜻으로 했으나 호사다마라고 사단이 이를 악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정부가 테러단체와 직접 협상한 것에 대해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문상철 한국선교연구원 원장은 “정부의 입장은 존중하지만 이번 협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고, KWMA 강승삼 목사는 “사람을 살리는 데 있어서 한국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국제사회로부터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이 이미 시작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