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디아코니아(Diakonia) 목회 붐을 일으키고 있는 김한호 목사(춘천동부교회)가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특강과 인텐시브 강의를 하기 위해 최근 남가주를 방문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진솔한 태도로 디아코니아 목회의 본질과 그 가능성을 소개했다.
그가 시무하는 춘천동부교회는 김 목사 부임 후 디아코니아 목회를 표방하며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젊은 층이다. 2014년의 경우 새가족 과정 수료자 87명 가운데 20대가 3명, 30대가 40명, 40대가 18명이었다. 2015년에는 9월까지 새가족 수료자 86명 가운데 20대가 4명, 30대가 29명, 40대가 13명으로 역시 젊은 층의 수치가 높았다. 이 두 통계 모두 청년부는 집계하지 않은 수치이며 새가족들의 정착률은 90%가 넘었다. 이런 부흥에는 디아코니아 목회의 역할이 컸다.
김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교에 다니던 당시 한국교회의 미래에 대한 고민에 휩싸였다. 한국교회가 지금은 성장 중이지만 그 미래가 어찌 될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991년 개신교회의 본산지인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공부에만 집중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좀 달랐다. 먼저 그 지역 한인교회에서 목회자가 없어서 고통받는 것을 보고 그곳 목회를 맡게 됐다. 자녀를 출산하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의료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독일의 개신교계 사회복지 시설인 ‘디아코니아’ 사무실을 찾아가 도움을 얻어야 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신학과 목회, 현장을 모두 아우르는 디아코니아 목회에 눈을 뜨게 됐다.
“독일에서 디아코니아, 즉, 섬김은 그들의 삶 속에 뿌리박혀 있는 ‘그 무엇’입니다. 요한 힌리히 비헤른이 시작한 디아코니아 운동이 사회 곳곳에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 장애인, 노숙자 심지어 저와 같은 이방인 나그네일지라도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며 돕습니다. 그러나 이 디아코니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회복지와는 좀 다릅니다.”
기독교가 섬김이나 사회봉사를 강조하다 보니 교회들이 병원, 장애인 시설, 양로 시설 등 사회복지에도 많은 에너지를 투자하지만, 교회가 하는 일명 기독교 사회복지를 디아코니아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디아코니아는 예수 그리스도의 본질적 사역이기에 예배, 교육, 행정, 대사회 활동 등 목회 전반에 통전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김 목사가 2011년 부임하던 당시 이미 80년 역사를 자랑하던 이 교회에 디아코니아 목회를 도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2천5백 명 교인들이 교회를 위한 교회가 아닌 세상을 위한 교회로서 한 마음이 되었다. 먼저 당회부터 ‘찾아가는 당회’라고 불린다. 모든 당회원들이 사회복지 시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한 후에 당회를 한다. 화장실을 청소하고 밥을 퍼주다 보면 자연히 낮아지는 섬김의 마음이 되고 그 마음으로 당회를 하는 것이다.
디아코니아는 실질적으로 목회 전반에 적용된다. 매년 이 교회는 디아코니아 주제가 있다. 그 주제를 따라 공부하고 준비해서 한 해 동안 섬김의 목회를 한다. 예를 들면, 지난해의 주제는 도농협력이었다. 3주 동안 부흥회 대신 세미나를 열고 도시와 농촌이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온 성도가 고민했다. 성만찬 때마다 농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주제로 떡을 떼었다. 농촌교회를 찾아가 여름성경학교를 열어 주고 농촌교회 목회자들을 춘천으로 초청해 설교를 들었다. 춘천동부교회는 성도들이 주일 저녁예배를 농촌교회에서 드리며 그 교회에 헌금하도록 했다. 농촌교회 목회자 자녀의 해외 문화 탐방도 장학금으로 지원했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장애인, 탈북민, 도농협력, 민관협력, 다문화 가정 등을 주제로 1년의 디아코니아 목회가 이뤄졌다.
이렇게 하다 보니 자연히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이 교회에 찾아오기 시작했다. 세상과 유리된 교회가 아니라 세상 속의 교회,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회라는 점이 청년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이 교회는 새신자 과정을 마치면 바로 디아코니아 성경공부를 시작하고 6주 동안 교회 주차 봉사나 화장실 청소 봉사를 하면서 이 교회의 섬김 철학을 배우며 교회에 정착한다. 그러나 김 목사는 “디아코니아 목회를 하면 교회가 성장하지만, 이것이 목회 그 자체가 아닌 프로그램이 되어 버리면 안 된다. 눈에 보이는, 기대하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럼 실망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서 철학박사(Ph.D., 오스나브뤼크대학교) 학위를 받은 전문가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일까? 아니다. 독일과 미국 북가주에서 20년 이민목회를 해 본 김 목사는 “이민목회자야말로 디아코니아 목회가 자연스럽게 몸에 밴 실천자들이다. 저도 디아코니아 목회를 20년 이민목회에서 배웠다”고 말한다. 그는 이민목회자들을 향해 “지금 잘하고 있다”고 격려한 후 “지속성을 가지라”고 충고했다. 김 목사는 “많은 이민목회자들은 직접 교회 청소하고 식탁도 나르고 운전도 한다. 그러나 교회가 성장하고 나면 그런 섬김의 태도를 버리는 경우가 많다. 혹시 교회가 성장하지 않으면 남과 비교하는 열등감에 시달리거나 탈진한다. 그러나 이민목회는 하나님께서 칭찬하시는 목회라는 긍지를 갖고 최선을 다해 기쁨으로 하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꼭 사회와 소통할 것을 강조했다. 지역사회를 섬기려면, 그들의 목소리를 먼저 들으란 것이다. 시 관계자를 초청해 우리 동네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하고 그들의 필요에 따라 섬기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가 ‘갑’이 되어서 지역사회와는 상관없는 일을 하며 자기만족에 빠지고, 세상은 교회가 ‘성도 수 늘리기 마케팅’을 한다고 오해한다. 그러나 주도권을 지역사회에 넘겨주고 스스로 ‘을’이 되면 정말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일에 협력할 수 있다.
춘천동부교회는 얼마 전 한국의 다문화 가정을 위한 다문화 도서관을 세웠다. 미국에서 이민목회 할 때 북가주의 도서관 작은 코너에 있던 한국어 책들이 너무나 반가웠던 김 목사가 한국의 다문화 가정들이 모국어로 책을 읽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것이다. 이런 작은 쉼터, 작은 섬김이 언젠가 그들을 복음화하는 일에 귀하게 쓰일 것이라 그는 믿고 있다.
“LA에는 유학생도 많고 불법체류자도 많습니다. 노인이나 탈북민 등 교회가 섬기고자 하면 섬길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교회가 물론 다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각자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맡아가면 사회로부터 칭찬 듣는 교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