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목회자와 신학생들을 위한 '밝고 행복한 종말론 세미나'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 사랑아트홀에서 개최됐다.

큐리오스인터내셔널(대표 정성욱 교수)이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정성욱 교수(美 덴버신학대학원)가 강의했다. 정 교수는 최근 <정성욱 교수의 밝고 행복한 종말론>을 펴냈다.

정성욱 교수는 "종말론에 있어 이 시대 한국교회는 혼돈과 혼란 속에 있어 '어둡고 두려운' 상태"라며 "여기에는 세대주의적 종말론을 가졌던 초기 선교사들과 함께, 1992년 다미(다가올 미래)선교회의 시한부 종말론 여파가 컸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다미선교회의 시한부 종말론이 TV로 생중계됐지만 결국 그들의 사기 행각이 드러났고, 이후 한국교회는 종말론에 대한 트라우마 현상이 생겨, 종말에 대한 이야기 자체를 꺼내지 않으려 하면서 건강하게 논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했고, 여기에 토속신앙과 합세한 이단적 흐름도 한몫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2011년 미국에서도 헤롤드 캠핑이 시한부 종말론을 주장하다 곤욕을 치렀다.

그는 "극단적 세대주의 종말론도 문제로, 오늘날 중동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을 구약의 다니엘서나 신약의 요한계시록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을 하는 이들이 있다"며 "성경은 전체적인 틀을 보여 주는 것인데, 자꾸 미세한 현상들을 끼워 맞추려 하다 보니 오류가 생겨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대주의란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몇 개의 세대로 뚜렷하게 구분하고, 각 세대마다 하나님께서 죄인을 구원하시는 다른 방법들을 주셨다는 신념에 기초한 관점을 말한다. 이날 정 교수는 자신의 입장이기도 한 역사적 전천년주의(historic premillennialism)를 비롯해 세대주의적 전천년주의(dispensational premillennialism), 무천년주의(amillennialism), 후천년주의(postmillennialism) 등 종말론의 대표적인 네 관점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스라엘 회복 운동'에 대해서도 "단순한 선교 운동을 넘어,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지원해야 하고 그 나라와 민족들의 회복을 위해 교회가 노력해야 한다는 운동은 문제"라며 "현재 이스라엘 정부는 철저히 세속적으로 기독교와 무관하고, 그 땅의 주민들은 구약 당시의 유대인들과도 다르기 때문에 시대착오적이고 성경적으로 지지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교회가 아니라 혈육적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진정한 하나님의 백성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또 "요한계시록을 무조건 덮어두려는 무책임한 태도도 옳지 않다"며 "6장 이후로는 너무 어렵다고 무조건 덮어두려는 태도와 함께, 요한계시록을 마음대로 잘못 해석하는 이단과 사이비들 모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강의하고 있는 정성욱 교수. ⓒ이대웅 기자
강의하고 있는 정성욱 교수. ⓒ이대웅 기자

정성욱 교수는 "이런 '어둡고 두려운 종말론'과 대비되는 '밝고 행복한 종말론'이란, 우리의 신랑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장차 다시 오셔서 당신의 신부인 교회를 맞이하여 혼인잔치를 베푸실 것을 대망하는 종말론(계 19:6-9)"이라며 "이러한 '신부의 종말론'은 세상에서 도피하지 않고, 매일 그리고 매 순간 예수 그리스도와 친밀하게 동행하면서 예수님을 삶의 모든 시간과 영역에서 의식하고 예수님과 연합하여 살아간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미래에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면서, 그리고 예수님의 재림 직전에 있을 대환난의 시기를 교회가 통과해야 함을 인식하면서 요한계시록을 읽어야 한다"며 "성도는 이 세상에 살고 복스러운 소망과 우리의 크신 하나님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이 나타나심을 기다리게(딛 2:13-14) 하는 능력을 요한계시록을 통해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한계시록에 대해 그는 "칼빈이 '어렵고 난해한 책'이라는 이유로 주석을 남기지 못한 후, 개신교와 개혁교회는 계시록에 대해 무관심과 무시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다행히 1950년대 이후 美 풀러신학대학원 조지 래드 교수가 초대 교부들 중 대다수가 지지한 바 있는 역사적 전천년주의 종말론을 회복하면서 계시록은 좀 더 해석하기 쉬운 책으로 다가왔다"며 "우리 주님은 요한계시록이 어려우니 함부로 접근하지 말라고 하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읽고 해석을 잘 들어 기록된 것을 잘 지키라고 하셨다"고 했다.

정 교수는 "성경을 해석하는 방법, 즉 성경해석학에 대한 적절한 훈련을 쌓는다면 요한계시록은 평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이해하기 쉬운 책이 될 것"이라며 "요한계시록이 어렵다는 막연한 편견과 전혀 근거 없는 신화를 지속시키는 것은 무책임하고 안일한 처사이므로, 책임 있는 자세로 성경해석학의 기본적 원리들과 상징해석법에 대한 기초적 원리들을 훈련하면 된다"고 제시했다.

요한계시록이 무섭고 두려운 내용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편견에 불과하다. 요한계시록은 기쁨과 소망, 위로와 확신을 주는 책"이라며 "물론 상당 부분이 하나님을 배신한 죄인들과 세상에 대한 두려운 심판을 묘사하고 있어 때로는 공포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우리는 요한계시록 곳곳에서 교회를 향한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뜨거운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정성욱 교수는 "요한계시록은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전후해 반드시 속히 일어날 일들에 대한 예언서라는 사실에 기초해서 읽어야 하지만, 미래에 대한 책이라는 사실 때문에 요한계시록이 현재 우리의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생각 역시 철저한 오해"라며 "도리어 요한계시록을 미래의 책으로 읽을 때에야 비로소 요한계시록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의미와 가치가 있는 책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모든 성경이 그러하듯 요한계시록은 하나님 말씀이므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말씀을 대하는 기본적 태도가 겸손이어야 하는 것처럼 요한계시록도 마찬가지"라며 "겸손한 태도라는 것은 자기의 해석을 절대화하지 않고, 근거 없이 지나친 억측이나 추측을 늘어놓는 과잉 해석을 피하여 지나친 체계화를 하지 않음으로써, 주님이 의도하시지 않았던 내용을 마음대로 주장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