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매일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하나님은 제 기도를 들어 주지 않으셨어요. 그러면서 의문이 생겼죠. '아, 내가 이곳에 남길 원하시나?' 그리고 받아든 어머니의 편지에는 '다니엘의 믿음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고 적혀 있었어요. '그리 아니하실지라도'의 믿음이었죠."

비로소 그는 결심했다. "이제 제 뜻이 아닌 주님의 뜻대로 하십시오. 쓰임받기를 원합니다."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자신을 지키는 간수들은 더 이상 '억압자'가 아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해야 할 '잃어버린 양'이었다. 그렇게 그들과 대화하기 시작했고, 하나둘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 2012년 11월 방북했다가 억류돼 약 2년 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배준호) 선교사의 간증이다. 그는 5월 30일 오전 서울 명성교회 월요 통일기도회에 참석해, 북한 억류 당시 경험한 신앙의 체험들을 나누며 북한을 위해 기도해야 함을 역설했다.

그는 억류 전, 전 세계에서 북한을 위해 기도하길 원하는 이른바 '기드온의 300용사'를 모집해 이들과 함께 북한을 드나들었다. 북한에 들어가 기도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그의 실수로 북한 당국에 신분이 노출됐고, 결국 억류되고 말았다.

배 선교사는 "처음엔 근심과 걱정, 불안과 자책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내 평안을 되찾았다. 하나님께서 나를 떠나지 않으시고 지켜 주시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며 "그런 뒤 그들에게 모든 것을 사실대로 털어놨다.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이 땅에 왔는지를. 그들은 믿지 않았지만, 내 안에는 '한 사람의 기도가 나라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님의 음성이 점점 크게 들려왔다"고 했다.

배 선교사는 끝내 국가 전복을 꾀했다는 이유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아침부터 밤까지 중노동을 참아내야 했다. 그 사이 영양실조로 병원을 드나들기도 했다. 그가 견딜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주님이었다. "예수만이 소망"이라는, 어쩌면 흔한 구호와도 같은 이 고백을 그는 그제서야 깊이 깨달았다고 했다.

"교화소 간수들이 저를 평가하기를 '근면하고 성실하며 고지식하다'는 겁니다. 따로 감시하지 않아도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서인데, 제가 그랬던 건 한평생 '예수'라는 이름조차 제대로 들어보지 못하고 죽는 그들에게 '예수의 그림자라도 보이자'는 간절함 때문이었죠. '그들은 비록 나를 죄인으로 여기지만, 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비추는 빛으로 여기 와 있다'는 정체성 때문이었습니다."

명성교회 월요통일기도회 참석자들이 케네스 배 선교사의 간증을 듣고 있다. ⓒ김진영 기자
명성교회 월요통일기도회 참석자들이 케네스 배 선교사의 간증을 듣고 있다. ⓒ김진영 기자

그를 힘들게 했던 건 중노동만이 아니었다. 그에 따르면 북한 당국자는 매일 그를 찾아와 "아무도 너를 기억하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자신이 북한에서 풀려나기 이틀 전에도 그는 이 말을 되풀이했단다. 배 선교사는 그에게서 소망을 빼앗는 이 당국자의 말과 '너를 잊지 않겠다'는 하나님의 음성 사이에서 매일을 씨름해야 했다.

"어느 날 한 북한인이 제게 '정말 하나님이 살아 계시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그런데 왜 아직 당신은 여기 있느냐'고 되묻는 겁니다. 저는 다시 이렇게 대답해 줬습니다. '하나님께 아마 다른 계획이 있나 봅니다. 혹시 당신 때문일지도 모르죠. 당신에게 하나님을 전하라고.'"

배 선교사는 마침내 지난 2014년 11월 풀려났다. 이후 그는 전보다 더 북한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그가 북한에 억류돼 있던 동안 가장 깊이 깨달았던 건, 어떤 순간에도 하나님께서는 그를 잊지 않으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역시 북한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그가 만나는 많은 이들에게, 북한을 기억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기를 당부하고 있다.

"저는 고작 2년이지만, 어쩌면 그들은 하나님을 알지 못한 채 평생 그곳에 갇혀 살아야야 할지 모릅니다. 그들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물질을 주는 것보다 진심을 전달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가 먼저 그들을 사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 주세요. 그들을, 그리고 그들에게 주님을 전하려다 억류돼 아직도 그곳에 있는 선교사들을."

끝으로 억류돼 있던 중 배 선교사가 북한 간수에게 들었다는 질문을 옮긴다.

"우리는 간수고, 당신은 죄인인데, 왜 당신이 더 행복해 보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