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기독교 변증가이자 강연자이며 작가인 오스 기니스(Os Guinness) 박사가 한국 다음 세대 및 문화사역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스 기니스 박사는 23일 저녁 '소명, Caller를 아는 것'을 주제로 한 북콘서트를 앞두고, 같은 장소인 서울 전경련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청년사역 단체들이 연합한 '진로와 소명 미니스트리즈' 사역자들과 함께 모여 토론했다.
이날 모임에는 문애란 지앤엠글로벌문화재단 대표를 비롯해 박성민 목사(한국CCC 대표), 고직한 선교사(YOUNG 2080), 웨슬리 웬트워스 선교사(IVP), 박정관 목사(문화연구원 소금향 대표), 신국원 교수(총신대), 이상갑 목사(청년사역연구소 대표), 천태혁 선교사(스쿨임팩트 대표), 홍병룡 대표(아바서원, <소명> 번역자) 등이 참석했다.
오스 기니스 박사는 대화에 앞서 "한국엔 처음 방문했지만, 미국 내 한인들을 많이 알고 있다"며 "그들은 미국인들이 잃어버린 기도나 열정 같은 부분들에서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고 인사했다. 그는 "한국은 잘 알려진 국가이고, 여러 교회들의 스캔들에 대해서도 들었다"며 "한국교회는 근대화와 함께 교회도 급성장했지만 지금은 약간 둔화된 상태로, 지금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니스 박사는 "(라브리 공동체의 설립자이자 복음주의 운동가인) 프랜시스 쉐퍼( Francis A. Schaeffer)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기독교인이 됐고, 그는 여러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며 "그분이 다소 약했던 것은 문화가 어떻게 현대를 형성했는가에 대한 인식이었기 때문에, 저는 지난 40년간 근대성(modernity)이 제자도(discipleship)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해 왔다"고 소개했다.
먼저 '아직도 소명(calling)이라고 하면 선교사나 목회자 등 전문 사역자로만 생각하지, 평신도들은 그런 의식을 가진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다'는 질문에 그는 "우선 좋은 신학이 있어야 하고, 적용을 잘해야 한다"며 "청교도의 시대에는 설교의 1/3에서 1/4 정도가 적용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
▲오스 기니스 박사(왼쪽)가 이야기하고 있다. 오른쪽은 통역을 맡은 김윤희 교수(횃불트리니티대). ⓒ이대웅 기자 |
기니스 박사는 "예수님도 우리에게 '세상 속에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세상을 향해 말씀하셨다"며 "하지만 우리에게 세상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적용이 잘 되지 않는데, 그럴 때 말씀이 그저 영적으로 '둥둥 떠다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교회에서 가장 소외된 그룹이 '비즈니스맨'들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가장 소외된 그룹은 '아티스트'인데, 아무도 그들 부류에 대해 말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목회자들은 '결혼의 위기' 같은 이야기를 아무래도 가장 자주 듣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만 설교에서 적용을 하기 쉽다"고 우려했다. 그는 "목사님들은 비즈니스 세계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설교에서 이 부분을 거론하지 않는다"며 "목회자들은 교인들이 삶에서 어떤 과정을 겪는지 자주 듣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스 기니스 박사는 "한국교회에서도 교인들이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가 잘못된 신학을 변혁시켜서, 제대로 된 신학을 실제 삶에 적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니스 박사는 '근대성'이 교회에 끼친 악영향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세속주의는 '하나님이 없다'고 말하지만, 모더니티는 '왜 우리에게 하나님이 필요한가,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데?'라고 말한다"며 "모더니티는 사람을 달에 보내기도 하고 시장에서 돈을 벌어오듯이, 교회도 하나님 없이 성장시킬 수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오스 기니스 박사는 "'대형교회 만드는 법'이라 검색하면 인터넷에 다 나와 있을 정도로, 하나님은 낄 자리가 없는 것"이라며 "굉장히 성공한 교회들도 '성령' 없이 50년간 계속 성장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LA에 가 보면 모두 프리웨이(freeway)로 다 따로 길이 있는 것처럼, 요즘 사람들에게 믿음은 집에서 다르고 직장에서 다르다"며 "캘리포니아의 한 크리스천이 한 유명한 말이 있다. 믿음을 '개인적으로는 유용하지만 공적으로는 관계없는 것'이라고 정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 기니스 박사가 한국의 다음 세대 및 문화 사역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
기니스 박사는 "생각해 보라. 미국에서 크리스천들은 60-70%에 달하지만, 게이(gay)와 레즈비언(lesbian)의 비율은 2%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2%가 문화적으로 크리스천들보다 훨씬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며 "위에서 말한 것처럼 크리스천들의 믿음이 분산돼 있어 힘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종교개혁이 근대성에 기여한 것이 사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근대성은 교회를 다시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물론 이는 일반화된 이야기"라며 "남반구에서는 교회가 많은 성장을 하고 있지만, 현재 근대성이 발달된 곳에서는 교회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앞으로 50년간 직면해야 할 도전은, 이 근대성의 최첨단에 있으면서도 믿음을 갖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기니스 박사는 "미국에서는 '근대성에서 탈출하자'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나약하고 패배주의적인 발상"이라며 "우리 크리스천들은 현재 사회에서 다수이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는 근대성이 발현돼 있는 그곳에서 소금과 빛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너무 낙관주의적 시각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패배주의의 대안은 승리주의가 아니"라며 "(영국에서 노예제도 철폐에 기여한) 윌리엄 윌버포스를 생각해 보자. 그는 하나님의 일을 하나님의 방법으로 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누구도 승리주의라고 부르지 않지만, 그는 문화 전체를 바꿨다"고 강조했다.
오스 기니스 박사는 "현재 정치와 관련해 기독교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하나는 정치인들보다 더 정치를 신뢰하는 '정치화'"라며 "정치가 전부이거나 첫 번째가 돼선 안 된다. 우리가 생명과 가족, 문화와 정치를 바꿔야지, 문화를 통해 정치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또 하나의 잘못에 대해선 "하나님의 일을 세상적인 방법으로 하는 것"이라며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는데, 우리는 원수를 '악마(사탄)'로 보고 거기에 맞서고 말았다. 미국도 역사를 통해 '기독교 우파'라는 이름이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고 말했다.
기니스 박사는 "구미에는 기독교(개신교)와 가톨릭, 세속주의의 '세 기둥'이 있는데, 개신교가 세속화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개신교에 속했던 대학들도 완전히 세속화돼 버리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크리스천들이 세속의 '기둥'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며 "네덜란드를 보라. 세속화에 머물다 안락사와 동성애 등을 다 허용해 버렸고, 사회가 형편 없어지고 말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