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2주기를 맞이하면서, 이번에는 신학생들이 이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연합예배를 드렸다. 12일 저녁 7시 덕수궁 대한문에서는 감신대 장신대 총신대 한신대 학생들이 모여 '세월호 2주기 신학생 연합예배'를 드렸다.
전이루 학우(장신대 하나님의선교)의 예배인도로 시작된 예배에서는 노진호 학우(총신대 총총걸음)가 대표기도를 하고, 김이슬기 회장(한신대 신대원 민중신학회)의 특송과 장민우 한신대 사회부장의 성경봉독이 있었다.
이어 박은미 씨(미수습자 단원고 2-2 허다윤 양의 어머니)가 미수습자 가족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박 씨는 "아직 세월호 안에 사람이 있다"고 말하고, "미수습자 가족들은 아직도 728일 동안 4월 16일을 살고 있다"(세월호 사건은 2014년 4월 16일 일어났음)면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고 싶다고 전국을 다니며 알리고 있다"고 했다.
박 씨는 "우리가 바라는 인양이 있는데,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오면 (미수습자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올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면서 "인양이 안 될까 두렵다"고 했다. 신학생들에게는 "미수습자 9인 그들을 잃은 양이라 생각하고 더 많이 기도하고 관심 가져달라"고 했다.
박 씨는 "너무 지치고 무섭고 아이에게 미안해서 하루하루 사는 것이 지옥 같다"고 말하고, "하나님이 너무 원망 스럽다"면서 "아이 죽은 것도 억울한데, 왜 마지막까지 우리 아이가 없는 건지 하나님이 너무 밉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는 "도와 달라"고 말하고, "9인의 미수습자를 찾도록. 세월호 미수습자들이 (시신이) 훼손되지 않고 인양될 수 있도록 관심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신학생들은 눈물을 흘렸다. 또 증언을 듣고 "함께 하겠습니다" "행동 하겠습니다" "기도 하겠습니다"라고 외쳤다. 이어 이정배 교수(전 감신대)가 설교했다. 그는 "누가 무덤의 돌덩이를 치웠는가?"(막15:42~16:8)란 주제로 메시지를 전했다.
이정배 교수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는 "우리가 신앙을 가졌다는 것은, 누구보다 민감함을 갖고 세상을 옳게, 바르게, 여실히 느끼는 것"이라며 "이 고통 앞에서 믿건 믿지 않건 간에 같이 눈물을 흘리는 이가 하나님을 믿는 사람일 것"이라 했다. 더불어 "신학생 여러분들이 세월호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손잡고 행진하고 추모식을 가졌겠느냐"면서 세월호가 오히려 우리를 구원한 사건이니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로 막힌 담이 헐리고, 서로 손잡고 마음을 하나 되게 했으니 그것이 우리를 구원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정배 교수는 "여러분들은 세월호 시대의 신학생이 됐다"고 말하고,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유족들은 세월호 이후 교회 내에서만 신앙이지, 밖에서는 신앙이 아니라고 하더라"고 말하고, "함께 울어주는 자들이 옆에 있을 때, 그 때 그들은 그들 마음에 신앙을 체험했다고 고백했다"고 했다.
또 이 교수는 "세월호 사건은 국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는데, 학생들을 못 구한 것이 아니라 구하지 않은 국가가 국가 겠느냐"고 말하고,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한치 앞도 나갈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교회 안에도 구원이 있는지 다시 물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시대도, 국가도, 교회도 모두 다 다시 구원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의 말에 따르면, 9인의 미수습자 가족 중 7인 가족이 기독교인들이라고 한다. 그는 "국가가 권력으로 세월호를 과거로 지우려 하고, 교회는 자꾸 그들을 천국으로만 돌리려 하지만, 유족들은 지금도 아파하고 있고, 왜 죽었는지 알고 싶어 한다"면서 신학생들이 유족들 곁에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더불어 "신앙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야 한다"면서 "신학생들은 '내가 왜 이 길을 가는가?' 세월호 이후 다시 물어야 한다"고 했다.
12일 저녁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세월호 2주기 신학생 연합예배'가 드려졌다.
이정배 교수는 "그래도 여기 모인 신학생들 때문에 아직 희망이 있다고 본다"고 말하고, "세월호를 조롱하는 이들이 선거를 맞이해 표를 구걸하는 현실, 코미디 같다"면서 "권력으로 세월호의 진실을 과거로 돌리고자 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했다.
또 그는 "세월호 참사는 부활절 직전에 일어났다"고 상기시키고, "앞으로 해가 흘러도 계속해서 세월호는 부활절과 같이 갈 것"이라며 "때문에 유족들에게는 봄이 없다"고 했다. 더불어 유족들에게는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무섭다고 했다. 꽃봉오리들(세월호 참사 피해 학생들)이 피기도 전에 졌기에, 너무 두렵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우리 가슴에 달린 꽃, '노란 리본'이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 생각한다"면서 "1년 내내 달고 다녀라. 세상이 멸시해도, (희생자들의) 어머니들이 좋아하는 꽃이다. 바로 4월의 꽃이다. 우리 시대 걍퍅한 가슴들 가운데 노란 리본이 꽃을 피울 때, 이 시대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더불어 "노란 꽃을 우리가 지켜내자"고 말하고, "아무리 권력이 막아도, 4.16을 겪은 신학생들이 이제 이 시대를, 국가를, 교회를 구원해내자"면서 "마지막까지 세월호의 꽃을 가슴에 품자"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희생자) 어머니들의 곁에서, 그들의 자식과 마음으로 잘 이별할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곁에서 그 마음으로 사는, 그렇게 예배드리는 여러분이 되라"고 당부했다.
이어 신학생들은 남기평 목사(EYCK 총무)의 집례로 성찬에 참여했으며, 이윤상 목사(기장총회)의 축도로 예배는 마무리 됐다. 한편 예배 전 학생들은 감신대에서 대한문까지 입례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행사는 '세월호 신학생 연석회의'(감신 장신 총신 한신)가 주관했다.
신학생들은 '세월호 2주기 신학생 연합예배'를 드리기 전, 감신대로부터 출발해 덕수궁 대한문까지 입례행진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