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아프간에는 우리의 사랑하는 형제 자매 22명이 무장단체에 의해 여전히 억류돼 있다. 그들은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칠흑같은 어두움 속에서 구원이 어디서 올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지금 한국의 모든 기독교인들은 피랍자들을 위해 기도해야 하고 온 국민의 여론과 국가의 외교력도 이것에 집중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 한국사회는 이들 의료봉사팀을 두고 비방과 악플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저속한 수준의 글들이 도배되고 있고 한국교회의 모든 선교, 봉사 행위가 매도되고 있다. 한국교회를 향한 반기독교적 정서는 이미 잘 알려진 것이므로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다만 한국교회가 세상을 향해 더 섬기고 더 사랑하지 못한 잘못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피랍 사태를 보면서, 문제는 사회뿐만 아니라 교회에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언제 꺼질지 모르는 22명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한 자들로 인해 이 문제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스러울 뿐만 아니라 분노스럽기까지 하다.

의료봉사 과정 상의 실수로 인해 결과가 안 좋아졌지만 선한 의도와 뜨거운 사랑을 갖고 아프간으로 떠난 이들을 매도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선교였느냐 의료봉사였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순수한 사랑을 갖고 고통받는 형제를 찾아간 것이었다. 우리나라 사람은 안 돕고 왜 하필 거기를 가냐고 물을 자격은 세상 사람들에겐 있을지언정 기독교인들에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 땅의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어야 할 신성한 의무’가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지금의 결과가 너무나 안타깝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숭고한 사랑까지 비판받을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의 책임을 타인에게 어떻게려든 전가하려는 행동들도 전혀 상식 밖의 일이다. 한국정부가 아프간에 파병했기 때문에 한국인이 보복성으로 억류됐다든지, 과거 아프간에서 계획됐던 대규모 선교 집회의 악영향을 고스란히 무고한 의료봉사팀이 지게 됐다는 발상 자체가 옳지 않다. 의료봉사팀은 정부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한 채, 아프간 현지의 상황에 대한 이해나 긴급 상황시의 대책도 없이 아프간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외국인들이나 탈 법해 보이는 버스를 납치한 후에야 이들이 한국인이며 기독교인이란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즉, 이번 사태를 직접적으로 한국정부 때문이라든지 혹은 타 기독교 단체 때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이번 일이 전적으로 분당샘물교회와 박은조 목사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다. 수년간 아프간을 향해 보여 주었던 분당샘물교회의 섬김은 이번 의료봉사가 결코 과시용이라든지 일회성 이벤트라고 매도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마찬가지로 한국교회의 선교 행태가 모두 과시용이라든지 일회성 이벤트라고 매도되어서도 안된다.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면 될 뿐이다.

이번 사건에는 한국교회 모두가 책임져야 하며 함께 고통을 감싸안고 가야 한다. 특히 이번에 피살된 배형규 목사와 유가족, 피랍자들과 가족들을 위로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지금도 억류돼 있는 22명의 형제 자매들을 살려 데려 오는 일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누구의 책임, 누구의 잘못이란 말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