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화재 사고 후 최근 예배당 보수 공사를 마친 열린교회의 김남준 목사는, 그 와중에도 변함없이 많이 공부했고 결과물들을 쏟아냈다. 지난해 나온 김 목사의 저서는 종양 제거 수술을 계기로 병실에서 열흘 만에 얼개를 완성한 「인간과 잘 사는 것」을 비롯, 아우구스티누스(어거스틴)의 「고백록」을 100번 넘게 읽고 묵상했던 경험을 토대로 이를 해설한 「영원 안에서 나를 찾다」, 골로새서를 중심으로 '우리 시대를 위한 진짜 교회론'을 제시하는 「교회와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 가장 가까워야 하지만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가정' 구성원들을 위해 쓴 「가족」 등이다.

또 지난해 말에는 「가족」을 어린이용으로 각색한 「어린이 가족」, 청교도를 통해 본 주일성수 문제와 21세기 현실적 문제들을 다룬 「주일성수」가 나왔다. 생명의말씀사는 60년 역사 속에 독자들이 선택한 베스트셀러 4종을 모아 포켓북 형태로 '베스트 라이브러리' 컬렉션을 발간했는데, 여기에 김 목사의 대표 저서 중 하나인 「교사 리바이벌」이 포함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그리스도인의 아우라」 등 열린교회 내부 교재용으로도 여러 권의 책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2월 말 스스로 '대작(大作)'이라 말하는 전 2권의 「신학공부, 나는 이렇게 했다」 출간을 앞두고 있다. 김남준 목사를 만나, 「가족」을 중심으로 지난해 나온 저서들과 관련된 한국교회 이슈들에 대해 나눴다. 

-「인간과 잘 사는 것」에 나오듯 수술을 하셨고 교회에도 사고가 있었는데, 심경의 변화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2014년 2월 교회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방 몇 곳이 타서 간단히 수리가 될 줄 알았는데, 1970년대 건물이라 할 수 없이 수리를 해야 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교회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그게 「교회와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의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4년 큰 수술을 두 번 받으면서, 죽는다는 게 무엇인지 등을 생각하다 보니 산다는 것의 의미도 새롭게 느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과 잘 사는 것」이 나왔고, 「가족」과 이를 바탕으로 한 「어린이 가족」이 나왔습니다. 

「영원 안에서 나를 찾다」는 오래 전부터 어거스틴을 스승으로 생각하고 「고백록」을 100회 이상 읽으면서, 시간 안에서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등을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나온 책입니다. 그 모든 걸 겪으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무엇인가', '교회의 한 지체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 '교회도 인간도 결국 시간 속에 있다 사라지는데 영원 안에서 비춰 볼 때 인간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가족」을 쓰게 되었습니다."

-「교회와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통해 골로새서가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교회를 어머니로 여기지 않는 자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섬길 수 없다'는 경구가 책에 나오지만, 요즘은 '처치리스'나 '가나안 성도'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공동체적 신앙에 대한 당위성을 찾지 못하는 성도가 적지 않습니다. 교회를 나가면 '시대에 뒤처져 보인다(old-fashioned)'는 소리를 들을 정도인데요.

"우리가 오늘날 가진 생각들이 어떤 사상에 의해 지배되고 있느냐를 먼저 아셔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개인 행복주의가 있는데, 이를 세상 모든 것보다 더 가치 있고 중요한 것처럼 여깁니다. 오늘날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알고 보면 그 구심점이 개인입니다. 결국 개인의 행복은 사회의 평화 없이는 이룩될 수 없으므로, 평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이지요.

행복과 함께 강조되는 것이 '물질적 번영'입니다. 예전의 번영주의가 '먹고살면서 인간적인 삶의 여건을 쟁취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은 매슬로우가 설파했던 행복 추구의 마지막 단계, 소위 '자기 실현을 위한 행복', 자신의 어떠한 꿈을 실현하는 번영주의가 오늘날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가치 상대주의'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객관적 진리'라는 게 있었지요.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진보주의' 하면 객관적 진리를 믿지 않는 사상이 되었고, 그런 점에서 모든 것들이 절대적이지 않고 시대에 따라 변하고 상대적이라는 '상대주의'를 지향합니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하는 판단도 인간에게 달린 것이지요.

그런 시각이 제기한 문제는, 공동체가 대체 개인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하는 것이지요. 상대주의는 극대화하면 '아나키즘(anarchism·모든 정치조직·권력을 부정하는 사상 및 운동)이 되어버릴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또 그렇게는 '행복'이라는 가치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지요. 이러한 논의가 생겨나면서 철학에서도 '만남'을 중요 화두로 다루고, 공동체가 개인의 행복을 위해 어떻게 이바지해야 하며, 공동체가 개인의 존엄과 자유를 위해 폭압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인간이 어떻게 저항해야 하는가가 함께 거론되고 있습니다.

공동체는 어떻든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의무와 짐을 지우고 책임지게 합니다. 오늘날 시대정신과는 맞지 않지요. 더구나 단순하게 '나의 행복'이 아니라 '나를 끊임없이 죽이고 포기하면서 공동체를 향한 이상들을 이뤄가야 하는 점'에서 현대인의 정신으로는 말이 안 되는 것이지요. 

문제는 우리가 하나님 말씀인 성경을 진리로 믿는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시대가 그러하더라도, 성경이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는가가 우리의 정확한 구심점이 돼야 합니다. 성경은 분명 공동체를 말합니다. 오늘날의 화두도 어떻게 하면 인간의 행복을 저촉하지 않으면서, 공동체의 덕을 이룰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평화' 이야기도 나오는 것이고, 인종이나 종교 간 평화도 '공동체'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합니다.

「교회와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이 쉬운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놀랄 정도로 많이 나갔다고 합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가볍고 쉬운 이야기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을 우리가 갖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책의 핵심은 '하나님께서 인류를 거대한 가족 공동체로 만드셨다'는 것입니다. 1차로 인간들, 2차로 인간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이 세상의 모든 동식물과 자연의 세계조차 하나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식물·환경과의 관계가 다름을 인정하지만, 이것들이 질서 있게 어울리면서 모두 행복하고 평안한 상태가 되도록 세상을 창조하셨습니다. 

그러나 아담과 하와의 죄로 말미암아 이것이 깨졌고, 하나님께서 그 깨진 것들을 결국 다시 돌아가게 하실 텐데, 그 과도기에 있는 것이 바로 교회라는 이야기입니다. '깨어진 조화'와 '조화로운 상태'의 사이에 교회가 있습니다. 아담이 머리로서 모든 인류를 하나되게 했듯,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가 되셔서 구원받은 인류를 모두 하나되게 하십니다. 온 세상의 마지막에는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고 고백하는 것이, 인류를 위한 구원의 완성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가족」도 쓰셨는데요.

"가족이라는 문제도 대부분 교회의 완성과 함께 가는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을 진실하게 믿고 참 인간으로 돌아갈 때, 원래 하나님께서 인류를 창조하신 목적으로 구현된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만나는 대상이 '엄마'이지요. 그리고 '아빠'를 만나고 형제들을 만나고, 장성해서 친구와 선생님, 이웃을 만나고 아내를 만나고, 그렇게 또 다른 누군가의 경험을 전수합니다. 성경적으로 보면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경륜은 가정을 향한 하나님의 경륜 안에 있고, 가정을 향한 경륜은 인류를 향한 경륜 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와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과 「가족」은 하나의 짝입니다. 「교회와...」를 읽고 「가족」을 읽으면 왜 여기서 가족을 눈물 나도록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지 이해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