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소식은 기대에 부풀어 있던 분위기를 순식간에 뒤집었다. 25일 오후, 8명의 피랍자가 풀려났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잠시, 1명의 인질이 탈레반에 의해 살해됐다는 외신보도가 전해지면서 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실은 비탄에 빠졌다.

살해당한 사람이 봉사단을 인솔했던 배형규 목사라고 알려지면서 피랍자 가족들은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배 목사의 부인과 초등학교 3학년 딸은 갑작스러운 비보에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다 교인들이 마련한 모처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 정자동에 위치한 배 목사의 집에는 배 목사의 처남만이 홀로 집을 지키고 있다. 제주 영락교회의 장로인 배 목사의 부친 배호중 장로는 소식을 접한 뒤 충격을 가다듬고 제주 영락교회 예배당에서 기도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분당샘물교회 역시 설마했던 소식에 큰 충격에 빠져 있다. 무사귀환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던 성도들은 부둥켜 안고 울음을 터트렸다. 제주 영락교회 홈페이지에는 아프간 관련 댓글 쓰기를 잠시 중단한 채 배 목사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는 문구들과 환하게 웃고 있는 배 목사의 사진만 남겨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있던 신실한 형제”

배 목사의 절친한 친구이자 낙도선교회 대표인 박원희 목사는 며칠전 배 목사의 피랍소식에 낙도선교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참 신실한 형제였다. 넉넉함과 이웃을 사랑하고 포용할 줄 아는 마음, 보통 사람이 흉내낼 수 없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배 목사는 이번 아프간 봉사활동에도 단연 앞장서서 봉사대원들을 인솔했으며 떠나기 전 촬영한 사진의 환한 미소에서 보여지듯 자상한 마음을 품은 사람이었다. 배 목사는 3백여 명에 이르는 청년부 성도들의 기도제목을 일일이 챙겨줄 정도로 섬세했다.

그는 제주 제일중·제일고를 졸업한 뒤 서울로 진학해 한양대를 졸업하고 서강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던 중 장로회신학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목회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98년도에는 박은조 목사와 분당샘물교회 설립에 동참했다.

분당샘물교회 청년부 목사를 맡은 이후에는 매년 국내외로 봉사활동을 떠날 정도로 봉사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보여온 배 목사는 이번 아프간 봉사활동이 끝나면 다시 아프리카로 떠나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