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김명용)는 21일 오후 서울 광장동 교내 소양관 510호에서 '얀 후스, 21세기 한국교회를 논하다'를 주제로 종교개혁 세미나를 개최했다. 올해는 얀 후스 순교 600주년을 기념하는 해다.
이날 세미나에서 '체코 종교개혁의 유산'을 제목으로 발표한 정미현 교수(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는 "한국교회는 여전히 10월 말 종교개혁주일에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만을 언급한다"며 "그러나 후스가 루터보다 100여 년 앞서 종교개혁을 감행했던 사실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후스에게 있어 진리는, 인식론적 물음이 아니라 실천적 실제와 윤리적 차원에서, 즉 전적인 존재의 문제로서 고려됐다"며 "진리란 참된 실재성으로서 인간에게 궁극적 의미를 부여하며, 종말론적 차원을 지난다는 것이다. 그가 죽기까지 봉사했던 진리란 바로 하나님의 진리이며, 성서를 통해 우리에게 증언된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라고 햇다.
그는 "이처럼 교황이나 교권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교회의 중심으로 본 후스는 진리 추구의 여정에서 그의 교회론을 전개시켜 갔고, 제도화된 교권주의에 도전해 근본적 개혁을 부르짖었다"며 "후스에게 있어서 이 지상의 교회는 끊임없는 개혁의 대상이지, 완전하고 이상적 형태일 수 없었다"고 했다.
정 교수는 또 "그는 종말론적 희망 속에 참된 교회의 모습을 이 땅 위에 실현시켜 보고자 노력했다"면서 "그의 진리 이해에 있어서 기본적 바탕을 이루는 것은 종말론적 희망이다. 이것은 하나님 왕국의 도래에 대한 신앙이자 그 나라가 바로 우리 가운데 임하셨음에 대한 믿음"이라고 했다.
그는 "바로 이 같은 종말론적 이해가 체코 종교개혁 전통의 본질적 요소"라며 "이 종말론적 희망은 '새 하늘과 새 땅'(계 21)에 대한 비전을 우리에게 제시하면서 현실세계의 구조와 모순, 문제점을 해결하고 고쳐나가도록 역동적 힘을 부여한다. 이러한 종말론적 희망은 미래에 대한 환상이나 내세로의 안일한 영적 도피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여기'에서 모든 죄악과 불의에 응전하게 하는 근원적 힘이 된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추구하는 영성운동의 뿌리가 경건주의 운동에 있고, 그 중심부에 후스파의 신앙적 삶의 모습이 있었음을 상기해 볼 때, 개인과 사회를 구원하기 위한 후스의 사상과 외침은 먼 나라의 진부한 옛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또한 이 종교개혁의 유산은 교파 분열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교회와 사회에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며 "1908년 다양한 분파로 분열됐던 체코 개신교회는, 연합체제를 형성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는 이미 15세기 후반 다양한 형태로 생겨난 개혁주의 신앙인들이 (후스파로 형성된) 보헤미아 동포단의 결성으로 함께 연합했던 것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논찬한 문호주 박사(연세대 예배설교학)는 "후스 개혁운동의 후예들은 이후 보헤미아 지역에서 로마가톨릭의 탄압을 받아 독일 지역으로 피신했다가, 독일 경건주의의 한 흐름이었던 N.L. 친첸도르프 백작과 함께 헤른후트 형제단을 조직함으로써 그 명맥을 유지했고, 이후 이 형제단은 모라비안교회로 발전했다"고 했다.
그는 또 "후스 개혁운동의 후예들은 성서의 자국어 번역, 자국어 예식서 사용, 회중찬송 사용 장려를 통해 사제 중심의 예배에서 회중 중심의 예배로의 변혁을 모색했으며, 특히 여성 장로와 같은 여성 리더십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여성들의 역할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신대 신대원 학우회는 제498주년 종교개혁 및 얀 후스 서거 600주년을 맞이해 21일부터 22일까지 '제498주년 종교개혁제'를 개최하고 있다. 이 기간 기념예배, 개혁거리 조성, 얀 후스 기념품 판매, 먹거리, 문화공연, 세미나 등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