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 10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가 16일 아침 서울 영락교회(담임 이철신 목사)에서 '한국교회가 힘써야 할 일들'을 주제로 열렸다. 김경원·이정익·박종화·최이우·임석순 목사가 발제자로 나섰다.
먼저 '한국교회,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일치와 갱신, 그리고 섬김으로'를 제목으로 발표한 김경원 목사(한목협 대표회장)는 "지금 통일의 문제를 피할 수 없다. 통일시대를 앞두고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게 통일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 때 한국교회는 겸손히, 그리고 강력하게 하나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또 "갱신은 목회자의 존재와 정체성의 문제이자, 동시에 목회 자체의 문제"라며 "오늘 한국교회, 특히 목회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절실한 문제가 갱신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오늘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이 갱신을 피하거나 땜질식 처방, 그리고 일부의 문제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공개적인 회개에 뒤따르는 구체적 갱신의 실천이 없었던 지금까지의 자세를 가지고는 자신의 갱신을 이룰 수 없으며, 더 나아가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사회를 향한 새로운 비전과 책임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교회의 신뢰는 대외적 이미지 개선 차원이 아닌 섬김 사역의 순수성과 진정성에 있다"면서 "제도화되어 가는 사회복지시설을 넘어 한국교회 모든 구성원이 사회의 각 영역 속에서 섬김 사역을 감당할 때, 한국교회 신뢰도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는 "한국교회는 거룩성을 회복해야 복음의 본질로 돌아갈 수 있다.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는 길"이라며 "한국교회는 이제 대형화를 지양하고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또한 수단과 방법 추구의 목회에서 경건과 영성의 목회로 돌아서야 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특히 "한국교회는 '사회 정의를 실현할 의지가 있는가'를 보여 주어야 하는 실험무대에 올랐다"며 "이런 점에서 교회의 세금 납부 문제는 하나의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물론 한국교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실현해 왔다. 그러나 사회는 부분적으로 한국교회의 이런 노력들에 대해 의혹을 품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세금 납부가 사회의 압력에 따라 실현될 수 있다"며 "지금처럼 한국교회가 여기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면 명분도 실익도 잃게 될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전향적인 자세로 대처해 사회에 메시지도 주고 교계도 실익을 거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목사는 "이제 한국교회는 제2의 도약을 해야 한다. 또 제2의 종교개혁을 한다는 심정으로 자기 혁신을 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려면 한국교회의 중심에서 뜻을 같이하는 책임 있는 이들이 모여 일대 혁신안을 만들고, 각 교단 및 한국교회 전체가 이에 호응해 종교개혁을 이루는 심정으로 평화통일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박종화 목사(경동교회)는 '한국교회가 공교회로서 힘써야 할 일들 -하나의 신학적 반성'을 제목으로 발표하며 "공교회성은 먼저 세상 구원을 위한 '소금 공동체'로서의 역할이 핵심이다. 신학적으로 보면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삶'이고, '십자가 신학'으로 뭉친 공동체"라고 했다.
박 목사는 또 "제2의 과제는 비판을 넘어 갈등 주체들 간 화해, 그리고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신앙의 차원에서 또는 정신적으로라도 제공하는 역할"이라며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적 현상은 학연·지연·인연 등의 배타주의적 패거리 문화가 깊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율법주의적 아집의 틀을 깨고 십자가 정신으로 화해·공생·상생시키는 화해신앙과 신학의 실천에 먼저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어두운 세상을 향해 빛을 비추고, 교회 스스로 빛의 공동체, 곧 신뢰와 투명성의 모범을 보여 자기 변화와 변신을 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교회는 '사랑이 담긴 공의'와 '공의를 만드는 사랑의 봉사'라는 양면성을 지닌 빛의 존재와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이우 목사(종교교회)는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독교 최대의 유산이 성경이고, 성경에서부터 교회 개혁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또 복음과 성령으로 돌아가야 한다. 성장을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그것이 기독교인 됨의 본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 목사는 "교회학교 교육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사랑과 기도, 인력과 재원을 과감히 투입해야 한다"며 "또 미래는 선교에 있다. 복음을 전하고 선교사를 파송·지원하는 교회 본연의 사역에 몰두해야 한다. 교회가 끊임없이 추구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은 온 세상을 향한 복음의 확장이고, 이것이 곧 에큐메니칼의 실천"이라고 했다.
그는 또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이 땅의 화평은 주님을 알지 못하는 북한에 복음을 전함으로 그 참된 의미를 경험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주님의 몸 된 교회는 영적인 노력 뿐 아니라, 통일의 실제적인 부분에까지 힘써야 한다. 교회는 미래를 향해 가장 먼저 통일을 이야기하고 펼쳐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임석순 목사(한국중앙교회)는 한국교회가 힘써야 할 일로 '나눔'과 '축복'을 꼽았다. 그는 이를 위해 "인간적인 모든 전략과 분석, 판단과 방법들을 내려놓고 본질 되시는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한다"며 "성공에 취해 진리에서 벗어난 것에서 돌이켜 진리로 돌아가는 일, 우리의 야망에 가려진 진리를 찾아내 그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 목사는 이어 "교회의 본질은 내가 '하늘에서 온 자'라는 분명한 정체성을 확인하는 데 있다"며 "이를 알면 우리는 삶의 목표를 이 땅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 성공하는 것, 편안하게 사는 것에 두지 않는다. 하나님을 도구와 방법으로 삼지 않고, 모든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고백하게 된다. 오직 십자가의 은혜에 이끌려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이 목표가 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실제의 삶 속에서 이 본질이 회복될 때, 교회는 온 세상을 향해 나누며 축복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며 "교회가 이렇게 변할 때, 그 모습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 부활이 드러날 것이며, 세상을 교회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변화는 복음의 본질을 회복한 교회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모든 발제를 종합한 손봉호 박사(서울대 명예교수)는 "발표하신 분들이 걱정하는 것은 한국교회가 분열된 것,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지 못한 것, 성장제일주의로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라며 "추진해야 할 것으로 꼽은 것은 섬기는 것, 통일에 이바지하는 것,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는 것, 예배와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들이었다"고 했다.
손 박사는 "이런 진단과 처방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 개혁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올바른 처방을 실천에 옮기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근본적인 개혁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것은 세상적인 가치관과 철저하게 결별하는 것이다. 먹을 것, 마실 것, 입을 것보다 먼저 하나님나라와 그의 정의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발표에 앞서 기도회에서 말씀을 전한 림인식 목사(노량진교회 원로)는 "목회에는 KO승이 없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판정승하는 것이 가장 유익하다고 할 수 있다"며 "가령 목회자가 어떤 일에 성공해 스스로 'KO승 했다'고 생각해도, 교인들은 그런 목회자를 바라보며 존경심과 신뢰를 갖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고집불통'이라며 불신할 수 있다. 이때 목회는 판정패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 안에서 판정승하는 목회자가 시무하는 교회는 무슨 일을 해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판정패하는 목회자가 시무하는 교회는 무슨 일을 해도 문제가 많다"며 "그러므로 '힘써 할 일'을 찾기보다, 판정승하는 목회자가 되는 것이 급선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