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한남대 총장
김형태 한남대 총장

1981년, 흑인 가운데 최장수자인 찰리 스미스가 130세로 플로리다주 바토우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보낸 130년의 세월은 고통의 전시장 같았다.

그는 노예로 태어나 갓난아이 때부터 고통과 학대 속에서 살았다. 그리고 미국의 남부와 서부를 헤매며 매를 맞고 모욕을 당하며 굶주리기도 했다. 죽을 고비도 무려 20번 이상 넘겼다. 그런데 그렇게 130년간 모진 고생을 해온 스미스 씨는, 임종하기 며칠 전 자신을 방문한 스티븐스 목사 앞에서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아버지, 저를 흑인으로 태어나게 하셨음에 감사드립니다. 고통스러운 노동도 감사합니다. 하나님, 당신이 130년간 언제나 제 옆에 계셔 주셨음에 감사합니다."

서양 속담에 "제일 가르치기 어려운 수학 문제는 우리가 받은 복을 세어 보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우리들은 헤아릴 수 없는 은혜를 받으며 살아온 것이다. 감사는 가장 고급스러운 정서이다.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 같은 인간의 오욕칠정은 누구나 갖고 있다.

그러나 감사는 선택적 감정이다. 객관적 조건에 따라 자동적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다. D. L. 무디는 설교 도중 교인들에게, 어떻게 해야 컵에서 공기를 모두 빼낼 수 있는지 물었다. 어느 사람이 대답했다. "공기 펌프로 빼내면 됩니다." 그러나 무디는 고개를 저으며 "그렇게 하면 진공 상태가 되어 컵이 깨지고 말 겁니다" 라고 말했다.

많은 빗나간 대답들이 있은 후, 무디는 미소를 지으며 주전자를 들어 컵에 물을 가득 부었다. "자, 보세요. 공기는 조금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감사가 충만하게 되면 불안이나 미움 같은 사악한 죄들이 끼어들 수 없게 된다. 빈틈없이 감사로 충만(充滿)하면 죄는 더 이상 들어올 수 없다.

감사를 흉내로 해서는 안 된다. 볼록렌즈를 종이 위에 댈 때, 초점거리를 맞추지 않고 그냥 대면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초점을 맞춰 집광(集光)시켜야 불이 일어난다(發火). 가령 무엇인가를 소독할 때 흔히 삶는 방법을 사용한다. 섭씨 100도의 물에 5분간 삶으면 균이 모두 죽는데, 섭씨 50도의 물에 5시간 삶으면 어떻게 될까? 균들은 절대로 죽지 않는다.

이처럼 감사도 최고의 수준으로 최대한 해야 그 효력이 나타난다. 비슷하게 흉내만 내서는 안 된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선 열렬함과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 열렬함은 맹렬하게 뜨거운 것을 의미하지만, 간절함은 자기의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느 날 한 소년이 엄청나게 큰 돌을 옮기려고 애를 써 보았지만, 그 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침 그 장면을 보고 있던 그의 아버지가 말했다. "얘야. 너는 모든 힘을 다 동원해 보려무나." 소년은 다시 있는 힘을 다 사용해 보았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아버지가 다시 물었다. "너의 모든 힘을 다 사용해 본 거니?" 소년이 "네"라고 대답하자 아버지가 말했다. "아니야. 너는 네가 쓸 수 있는 모든 힘을 다 사용하지 않았어. 넌 아직까지 이 아빠의 도움을 구하지도 않았잖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만나거나 답답할 때, 성경의 도움을 구해 봤는가? 하나님께 간절히 아뢰었는가? 아니, 그보다 먼저 부모님이나 선생님이나 목사님이나 상담자에게 의논해 보았는가? 활용할 만한 인적·물적 자원을 모두 알아 보고 요청했는가? 성경은 알려 준다.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다(살전 5:18)" 라고.

감사란 말은 히브리어로 '야다'인데, 이는 "고백하다. 감사하다. 찬양하다"는 뜻이고, 헬라어로는 '유카리스티아'인데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뜻이다. 라틴어로는 'gratus'인데 "준비됐다, 기꺼이 원한다"는 뜻이다. 영어로 'Thank'는 'think'와 같은 어원이다.

성경을 통해 감사를 찾아보면 ①"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시 136:1) ②"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느니라"(딤전 4:4) ③"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자가 나를 영화롭게 하나니"(시 50:23) ④"어리석은 말이 마땅치 아니하니 오히려 감사하는 말을 하라"(엡 5:4) ⑤"아버지여 내 말을 들으신 것을 감사하나이다"(요 11:42) ⑥"감사함으로 그의 문에 들어가며 찬송함으로 그의 긍정에 들어가서 그에게 감사하며 그의 이름을 송축할지어다"(시 100:4).

추석과 추수감사절은 이렇게 구체적인 감사를 실천하는 절기여야 한다.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