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잡이에게 어느날 갑자기 왼손으로 글을 쓰라고 강요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익숙치 않은 손이여서 불편할 뿐더러 글씨 또한 오른손에 비해 형편없는 모양새를 갖게 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가치관과 성격, 관심사와 재능 등 자녀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사회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직종만을 강요하는 부모들로 인해 진로발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녀들의 사례가 적지 않다.

14일 열린문장로교회(담임 김용훈 목사) ‘자녀 바로 알기’ 세미나 둘째 날 집회에서 김명화 박사(하버드대학교)는 “요즘 자녀들의 목적이 단순히 대학에 들어가는 것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며 “정작 대학 이후에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인데 이에 대한 개념조차 잡혀있지 않은 자녀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부모가 자녀의 올바른 진로발달과정을 돕기 위해서는 자녀에 대해서 보다 더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자녀와의 보다 많은 대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자녀들의 진로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가치관과 성격, 복합지성과 관심사, 동기와 재능 등을 꼽았다.

성격에 대한 설명에서 김 박사는 “사람마다 성격적인 차이가 있는데 그것을 무시한 체 진로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며 “자녀의 성격이 내성적인지 외성적인지 파악해 그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 메일을 통한 간단한 성격파악법도 제시했다. 그는 “이 메일을 받고 답장 쓰는 것을 답답하게 여겨 곧장 전화를 거는 사람은 외성적인 사람이며 이와 반대로 전화통화보다 이 메일 사용을 선호하는 사람은 내성적 성격의 소유자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3년 하버드대 Gardener교수에 의해 정론화된 ‘복합지성’의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김 박사는 “복합지성은 예를 들어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있는데 그 학생이 운동을 잘하면 그것을 지성으로 인정해 주는 개념”이라며 “비록 자녀가 공부를 못한다 할지라도 또 다른 복합지성이 있는지 발견하는 것도 진로선택과정을 위해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복합지성으로는 “대표적인 지성으로 인정받고 있는 논리적-수학의 지성을 비롯해 언어의 지성, 시각과 공간의 지성, 음악적인 지성, 근육 운동감각의 지성, 자연의 지성, 개인의 지성 등이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박사는 “한 개인이 특정분야에서 타인보다 훨씬 뛰어난 역량을 발휘낼 수 있는 능력을 강점(효력)이라고 하는데 이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동기(자연적으로 좋아하는 것)와 재능(자연적으로 잘하는 것)이 높은 분야를 발견해 숙련, 지식, 연습 등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며 “자녀에게 꼭 맞는 진로선택을 위해서는 부모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화와 관찰을 통해 자녀의 동기와 재능 등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